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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속에서 살아가는 쿠프리아비두스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금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한 금속이지만 자연에서 언제나 반짝이는 덩어리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토양과 지하수에는 염화물이나 황을 포함한 분자와 결합해 이동하는 금 이온 착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용해성 금 화합물은 미생물 세포에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Cupriavidus metallidurans CH34는 금을 포함한 여러 금속에 노출돼도 살아남는 대표적인 세균이다. 1976년 벨기에의 아연 제련 시설 침전조에서 분리됐으며, 금속이 많이 쌓인 산업 슬러지에서 자라고 있었다. 운동성이 있는 그람음성 막대균으로 포자를 만들지 않으며, 유기물을 이용하거나 조건에 따라 수소를 산화해 성장할 수 있다. 처음에는 Alcaligenes eutrophus와 Ralstonia metallidurans 등으로 불렸지만 분류..

박테리아 2026. 9. 5. 09:29
얼음과 심해에서도 살아가는 콜웰리아의 극저온 생존 전략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순수한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언다. 해빙이 만들어지면 물만 먼저 얼고 소금은 좁은 액체 통로에 농축된다. 그 안에 갇힌 미생물은 영하의 온도와 높은 염분, 부족한 영양분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 Colwellia psychrerythraea는 이런 환경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해양 저온성 세균이다. 산소를 이용하고 유기물을 먹는 그람음성 막대균으로, 하나 이상의 극성 편모를 이용해 움직인다. 속명은 해양미생물학자 리타 콜웰의 이름에서, 종소명은 ‘차갑고 붉은빛을 띤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 종은 1972년 가자미 알에서 분리된 균주가 처음 Vibrio psychroerythrus로 보고된 뒤 1988년 신설된 Colwellia속으로 옮겨졌다. 현재 정확한 학명 철자는 라틴어 문법을 바로..

박테리아 2026. 9. 4. 09:25
다른 세균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빼앗는 미카비브리오의 사냥법

세균을 잡아먹는 세균이라고 하면 먹잇감의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Micavibrio aeruginosavorus는 먹잇감의 몸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세균의 표면에 단단히 붙은 상태에서 영양분을 얻고, 먹잇감이 죽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성장한다.이 세균은 1980년대 초 폐수에서 녹농균 Pseudomonas aeruginosa을 먹잇감으로 이용하는 균주로 분리됐다. 길이가 약 0.5~1.5마이크로미터인 작고 약간 굽은 그람음성 막대균이며, 먹잇감을 찾는 단계에서는 한쪽 끝에 달린 편모로 이동한다. 종소명 aeruginosavorus에도 녹농균을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분류명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M. aeruginosavorus는 논문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널리 사..

박테리아 2026. 9. 3. 08:22
세균으로 콘크리트 균열을 메울 수 있을까? 스포로사르시나의 특별한 능력

콘크리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 처음에는 표면의 작은 흠처럼 보인다. 그러나 균열을 통해 물과 산소, 염화 이온과 이산화탄소가 내부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철근의 부식이 시작될 수 있고, 부식 생성물의 부피가 커지면서 주변 콘크리트에 압력을 가하면 균열과 박리가 더욱 진행된다.균열을 탄산칼슘으로 메우는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세균이 Sporosarcina pasteurii다. 이 세균은 요소를 빠르게 분해하는 유레이스 효소의 활성이 높다. 요소가 분해되면서 주변 pH가 상승하고, 칼슘 이온이 존재하면 탄산칼슘 결정이 침전한다. 연구자는 이 반응을 이용해 콘크리트의 공극과 균열을 채우거나 느슨한 모래를 굳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S. pasteurii는 과거 Bacillus pasteurii로 불렸..

박테리아 2026. 9. 2. 13:03
심해에서 철을 산화하며 살아가는 마리프로푼두스가 남기는 흔적

하와이 빅아일랜드 남동쪽 해저에는 오랫동안 로이히 해산으로 불렸던 활화산이 있다. 2021년 하와이 지명위원회는 이 해저 화산의 공식 명칭을 카마에후아카날로아로 변경했다. 이곳의 열수 분출 지역에서는 철(II)이 풍부한 열수와 산소를 포함한 차가운 바닷물이 만나 넓은 주황색 철 침전물을 만든다.열수공 주변의 철 미생물 매트에서 분리된 PV-1 균주는 2007년 Mariprofundus ferrooxydans라는 새로운 속과 종으로 제안됐다. 2010년에는 국제세균명명규약에 따라 학명이 정식으로 등재됐다. 이 균주는 당시 배양된 해양 철 산화 세균 가운데 기존 계통과 뚜렷하게 구별됐으며, 이후 제타프로테오박테리아를 연구하는 대표 생물이 됐다.M. ferrooxydans는 콩팥처럼 굽은 막대 모양의 그람음성..

박테리아 2026. 9. 2. 09:01
곤충의 몸속에서 빛나는 포토랍두스는 왜 빛을 낼까

Photorhabdus luminescens는 배양 접시와 감염된 곤충의 몸에서 청록색 빛을 내는 세균이다. 속명 Photorhabdus에는 빛을 내는 막대 모양 세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육상 환경에서 살아가는 발광 세균이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세균의 생활사에서 빛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대상은 곤충병원성 선충이다.P. luminescens는 흙 속을 혼자 돌아다니며 곤충을 찾아 공격하지 않는다. Heterorhabditis속 선충의 감염성 유충이 세균을 몸 안에 보유한 채 토양을 이동한다. 선충이 곤충 안으로 침입하면 세균이 방출되고, 세균은 곤충의 면역반응을 무너뜨리는 독소와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든다. 선충은 이렇게 조성된 환경에서 성장하고 번식한다.이 관계는 한쪽만 이익을 얻는 기생과 ..

박테리아 2026. 9. 1. 13:58
몸속에 광물을 품고 사는 아크로마티움은 왜 탄산칼슘을 저장할까?

호수와 습지의 퇴적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내부가 밝은 결정으로 가득 찬 거대한 세균을 만날 수 있다. Achromatium oxaliferu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균이다. 연구된 집단에 따라 크기는 다르지만, 세포 길이가 100마이크로미터를 넘는 개체도 발견된다. 일반적인 세균보다 훨씬 큰 세포 안에는 황 알갱이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탄산칼슘 결정이 들어 있다.1890년대 세르게이 셰비아코프가 이 세균을 기술했을 당시에는 밝은 결정이 옥살산칼슘이라고 생각해 ‘옥살산을 지닌다’는 뜻의 oxalifer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후속 화학 분석을 통해 결정의 주성분이 옥살산칼슘이 아니라 방해석 형태의 탄산칼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름에는 초기 해석이 남았지만 광물의 정체에 관한 설명은 바뀐..

박테리아 2026. 9. 1. 08:53
미세조류를 공격하는 뱀파이어 박테리아의 독특한 생존법

담수에 사는 녹색 미세조류 Chlorella를 대량으로 배양하다 보면 짙은 녹색이던 배양액의 색이 갑자기 옅어지고 조류 세포가 무너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배양 실패를 일으키는 포식 세균 가운데 하나가 Vampirovibrio chlorellavorus다. 속명 Vampirovibrio에는 먹잇감 표면에 달라붙어 내용물을 이용하는 생활 방식과 굽은 막대 모양이라는 특징이 반영돼 있다.이 세균은 1966년 우크라이나의 담수에서 얻은 Chlorella vulgaris 배양액에서 발견됐다. 포식 과정을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한 연구는 1972년에 발표됐으며, 당시에는 Bdellovibrio chlorellavorus라는 이름으로 보고됐다. 다른 세균을 공격하는 브델로비브리오와 생활 방식이 비슷해 보였기 ..

박테리아 2026. 8. 31. 15:48
바닷속 진주처럼 보이는 티오마르가리타 나미비엔시스는 왜 몸집을 키웠을까?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 앞바다의 퇴적물을 조사하던 연구진은 1997년 진주 목걸이처럼 이어진 흰 구슬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작은 무기물 알갱이처럼 보였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구슬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세균 세포였다.1999년 《Science》에 보고된 이 세균은 Thiomargarita namibiensis라는 이름을 얻었다. 속명 Thiomargarita는 황을 뜻하는 그리스어와 진주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해 ‘황의 진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종소명 namibiensis는 발견 장소인 나미비아를 나타낸다.이 세균은 아직 순수배양된 표준 균주가 없지만 학명 자체는 국제원핵생물명명규약에 따라 유효하게 발표됐다. 따라서 엄밀한 학명은 Candidatus Thiomargarita namibiens..

박테리아 2026. 8. 31. 09:55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의 작동 원리

페트병과 폴리에스터 의류에 널리 쓰이는 PET의 정식 명칭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다. 에틸렌글라이콜과 테레프탈산이 축합반응을 거쳐 반복적으로 연결된 고분자이며, 사슬 사이에는 에스터 결합이 존재한다. 가볍고 단단하면서 화학적으로 안정해 용기와 섬유를 만드는 데 유용하지만, 같은 특성 때문에 자연환경에서는 빠르게 분해되지 않는다.2016년 일본 연구진은 PET를 분해하고 그 분해산물을 성장에 이용하는 세균 Ideonella sakaiensis 201-F6T를 《Science》에 보고했다. 연구진은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의 PET병 재활용 시설에서 토양, 퇴적물, 폐수와 활성슬러지 등 250개의 환경 시료를 수집해 PET 박막과 함께 배양했다.시료 가운데 46번 미생물 군집이 PET 표면에 붙어 막을 만..

박테리아 2026. 8. 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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