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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을 산화하며 꼬인 철 산화수산화물 줄기를 만드는 마리프로푼두스

하와이 빅아일랜드 남동쪽 해저에는 오랫동안 로이히 해산으로 불렸던 활화산이 있다. 2021년 하와이 지명위원회는 이 해저 화산의 공식 명칭을 카마에후아카날로아로 변경했다. 이곳의 열수 분출 지역에서는 철(II)이 풍부한 열수와 산소를 포함한 차가운 바닷물이 만나 넓은 주황색 철 침전물을 만든다.

열수공 주변의 철 미생물 매트에서 분리된 PV-1 균주는 2007년 Mariprofundus ferrooxydans라는 새로운 속과 종으로 제안됐다. 2010년에는 국제세균명명규약에 따라 학명이 정식으로 등재됐다. 이 균주는 당시 배양된 해양 철 산화 세균 가운데 기존 계통과 뚜렷하게 구별됐으며, 이후 제타프로테오박테리아를 연구하는 대표 생물이 됐다.

M. ferrooxydans는 콩팥처럼 굽은 막대 모양의 그람음성 세균이다. 세포 자체는 수 마이크로미터 정도로 작지만 성장하면서 세포 뒤쪽에 자기 몸보다 훨씬 긴 꼬인 줄기를 남긴다. 이 줄기는 배설물처럼 우연히 생긴 녹이 아니라 세균이 철 광물의 침전 위치와 결정 성장을 조절하면서 만든 유기물·광물 복합 구조다.

이 세균은 유기물을 먹어 에너지를 얻지 않는다. 철(II)을 철(III)으로 산화하면서 전자를 얻고, 그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세포 물질로 바꾸는 화학무기독립영양생물이다. 산소가 너무 많아도 철을 이용하기 어렵고, 산소가 전혀 없어도 호흡하지 못한다. 환원된 철과 적은 양의 산소가 함께 존재하는 매우 좁은 화학적 경계가 이 세균의 생활공간이다.

철과 산소가 만나는 좁은 경계에서 살아간다

철 원자는 산화 상태에 따라 물에 녹는 정도와 광물의 형태가 달라진다. 산소가 적고 환원성이 강한 열수에서는 철이 주로 철(II) 이온인 Fe2+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 열수가 산소를 포함한 바닷물과 섞이면 철(II)은 전자를 잃고 철(III)으로 산화된다.

반응의 출발은 Fe2+ → Fe3+ + e로 나타낼 수 있다. M. ferrooxydans는 철(II)에서 나온 전자를 세포의 전자전달계로 이동시키고, 최종적으로 산소에 전달한다. 산소는 전자와 양성자를 받아 물로 환원된다. 철이 전자공여체이고 산소가 최종전자수용체인 호흡 방식이다.

문제는 중성에 가까운 바닷물에서 철(II)이 산소와 만나면 세균이 없어도 산화된다는 점이다. 산소 농도가 높을수록 비생물적 산화 속도가 빨라져 세균이 철(II)을 이용하기 전에 철(III) 침전물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산소가 전혀 없으면 전자를 넘길 최종 대상이 사라진다.

M. ferrooxydans는 산소 농도가 낮은 미호기성 환경에 적응했다. 실험에서는 철(II)과 산소의 농도 기울기가 마주치는 좁은 구역에 세포가 모여 성장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철(II)의 비생물적 산화가 상대적으로 느려져 세균이 화학반응과 경쟁하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철(II)의 산화에서 얻는 에너지는 유기물이나 수소를 산화할 때보다 제한적이다. 더구나 이산화탄소는 이미 산화된 상태의 탄소이므로 세포를 구성하는 유기물로 바꾸려면 에너지와 환원력이 필요하다. 세균은 많은 양의 철을 산화하고 전자전달계에서 형성한 이온 농도 차이를 이용해 ATP를 만든다.

PV-1의 유전체에는 캘빈·벤슨 회로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유전자와 완전한 시트르산 회로가 확인됐다. 철 산화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는 몰리브데넘 효소와 사이토크롬, 대체 복합체 III 관련 유전자도 발견됐다. 다만 철(II) 표면에서 전자를 처음 받아들이는 단백질부터 모든 전달 단계를 실험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산화된 철을 세포 밖의 줄기에 모은다

철(II)에서 전자를 빼앗아 만들어진 철(III)은 중성에 가까운 물에서 안정적으로 녹아 있기 어렵다. 철(III)은 물과 반응해 가수분해되고, 페리하이드라이트나 레피도크로사이트 같은 철 산화수산화물로 침전될 수 있다. 반응을 단순화하면 4Fe2+ + O2 + 6H2O → 4FeOOH(s) + 8H+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반응이 세포 표면에서 무질서하게 일어나면 고체 철 광물이 세포막을 덮을 수 있다. 세포가 광물에 파묻히면 철(II)과 산소의 이동, 노폐물 배출과 세포분열이 방해받는다. 철을 산화해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만든 산화물에 갇히지 않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M. ferrooxydans는 세포 한쪽에서 유기 고분자 섬유를 분비하고 산화된 철이 그 구조를 따라 침전되도록 한다. 시간 경과 현미경 관찰에서는 세포가 성장하며 이동하는 동안 꼬인 리본 모양의 줄기가 세포 뒤쪽으로 길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세포분열이 일어나면 줄기도 갈라지고, 각각의 딸세포가 새로운 줄기를 이어서 만든다.

줄기의 중심에는 카복실기가 풍부한 다당류 계열의 유기물이 들어 있다. 카복실기는 수용액에서 음전하를 띨 수 있어 철 이온과 결합하는 자리를 제공한다. 그 표면에는 수 나노미터 크기의 철 산화수산화물 결정이 배열된다. 유기 고분자는 철이 침전될 위치를 정할 뿐 아니라 결정들이 지나치게 빠르게 커지고 뭉치는 것도 늦출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진 줄기 내부의 철 결정은 매우 작지만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약 100나노미터 크기의 레피도크로사이트 결정이 추가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줄기는 세포 바로 뒤에 있는 새 줄기보다 두껍고 거칠게 보인다. 줄기에 주변 바닷물의 유기물과 규소, 인과 칼슘 등이 흡착되면서 조성도 달라질 수 있다.

줄기에는 철(III)이 풍부하지만 세포 자체에는 상대적으로 철이 적게 검출된다. 이는 산화된 철의 광물화를 세포에서 떨어진 장소로 집중시켜 세포 표면의 피복을 줄인다는 설명과 맞는다. 철 줄기는 세균이 이동한 뒤 우연히 남은 흔적이라기보다 철 산화 대사를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 관리 장치에 가깝다.

철 줄기는 과거 미생물 활동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M. ferrooxydans가 만드는 줄기는 일정한 폭을 가진 리본이 규칙적으로 꼬인 형태다. 세포가 분열한 지점에서는 줄기가 두 갈래로 나뉘는 특징도 나타난다. 유사한 철 함유 섬유와 줄기 구조가 현대 해저 침전물뿐 아니라 오래된 암석에서도 발견되면서 철 산화 미생물이 남긴 생물 흔적일 가능성이 연구돼 왔다.

생물의 활동으로 만들어져 과거 생명의 존재를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물리적·화학적 특징을 생명지표라고 한다. 철 줄기는 세포 자체보다 광물화된 상태로 오래 보존될 수 있어 생명지표 후보로 관심을 받는다. 실험에서도 철 광물과 유기 고분자가 결합한 줄기 구조가 매몰과 압력, 온도 변화를 거친 뒤 일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꼬인 모양 하나만 보고 생물이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무기물의 침전과 결정 성장, 유체의 흐름도 섬유나 나선형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미생물 크기의 단순한 형태는 서로 다른 과정에서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는 줄기의 폭과 꼬임 간격, 리본을 구성하는 미세 섬유, 세포분열에 따른 분지 형태와 성장 방향을 함께 확인한다. 여기에 유기탄소와 질소의 존재, 철 광물의 종류와 결정 크기, 주변 퇴적층의 산소 및 철 공급 조건을 대조한다. 형태와 화학 조성, 지질 환경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미생물 기원이라는 해석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줄기가 놓인 방향도 당시의 환경을 추정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실험에서 세균은 철(II)이 풍부한 쪽에서 산소가 조금 더 많은 쪽을 향해 성장했고, 줄기는 그 이동 방향을 따라 배열됐다. 줄기의 위치와 방향에는 세균이 성장하던 순간의 철과 산소 농도 기울기가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화성의 철 광물이나 다른 천체의 시료에서 비슷한 구조가 발견되더라도 같은 검증 원칙이 적용된다. 지구 세균의 줄기와 형태가 닮았다는 것은 조사할 이유가 된다는 뜻이지 외계 생명을 확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생물학적 구조와 비생물적 침전을 구분하기 위한 복수의 증거가 필요하다.

해양의 철 순환과 금속 부식에도 관여한다

제타프로테오박테리아는 심해 열수공에서만 발견되는 세균이 아니다. 해안의 염습지와 지하수 유출 지역, 해저 암석과 철제 구조물 표면처럼 철(II)과 적은 양의 산소가 만나는 여러 해양 환경에서 관련 계통이 확인됐다. 이들이 만드는 철 광물 매트는 해저의 철 분포를 바꾸고 다른 미생물이 정착할 넓은 표면을 제공한다.

철 산화수산화물 표면은 인산염과 유기물, 여러 금속 이온을 흡착할 수 있다. 따라서 세균이 철(II)을 산화해 고체 광물을 만들면 철의 형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주변 물질의 이동과 보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철 매트에 붙은 유기물을 이용하는 종속영양 세균과 철(III)을 다시 환원하는 세균이 모이면 하나의 미생물 군집 안에서 철의 산화와 환원이 반복된다.

해양 철제 구조물에서도 철 산화 세균이 발견된다. 강철에서 철이 부식돼 Fe2+가 나오고 산소가 제한된 바이오필름이 형성되면 Mariprofundus 계통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미세환경이 생길 수 있다. 세균이 철(II)을 계속 산화하고 부식 생성물과 바이오필름이 표면을 불균일하게 덮으면 국부적인 전기화학 조건이 달라진다.

실험실에서는 M. ferrooxydans 또는 가까운 Mariprofundus 균주가 존재할 때 탄소강의 부식과 철 용출이 무균 조건보다 증가한 사례가 보고됐다. 다만 선박과 해저 설비의 부식에는 바닷물의 염화 이온, 산소 농도 차이, 온도, 금속 조성과 황산염환원세균 및 철환원세균이 함께 관여한다. 철 산화 세균 하나를 모든 해양 부식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M. ferrooxydans가 남긴 줄기를 발견했다고 그곳에서 현재 세균이 살아 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줄기는 세포가 사라진 뒤에도 남을 수 있고 철 광물의 재결정과 주변 물질의 흡착으로 계속 변한다. 현장에서 세균의 존재와 활동을 확인하려면 줄기의 형태뿐 아니라 유전자와 세포, 철 산화 속도 및 주변의 화학 조건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화학 수업에서 철의 산화는 흔히 Fe2+가 전자를 잃고 Fe3+가 되는 반응식으로 설명한다. M. ferrooxydans를 살펴보면 그 한 줄의 반응식이 세균에게는 에너지원이 되고, 물속에서는 용해도 변화와 광물 침전으로 이어지며, 해저에는 꼬인 줄기의 형태로 남는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저는 이 글에서 화려한 응용 가능성을 덧붙이는 것보다 하나의 산화·환원 반응이 세포의 생존 방식과 해저의 광물 기록을 동시에 만든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