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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속에서 살아가는 쿠프리아비두스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금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한 금속이지만 자연에서 언제나 반짝이는 덩어리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토양과 지하수에는 염화물이나 황을 포함한 분자와 결합해 이동하는 금 이온 착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용해성 금 화합물은 미생물 세포에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Cupriavidus metallidurans CH34는 금을 포함한 여러 금속에 노출돼도 살아남는 대표적인 세균이다. 1976년 벨기에의 아연 제련 시설 침전조에서 분리됐으며, 금속이 많이 쌓인 산업 슬러지에서 자라고 있었다. 운동성이 있는 그람음성 막대균으로 포자를 만들지 않으며, 유기물을 이용하거나 조건에 따라 수소를 산화해 성장할 수 있다.

 

처음에는 Alcaligenes eutrophusRalstonia metallidurans 등으로 불렸지만 분류 연구를 거쳐 2004년 현재의 학명으로 옮겨졌다. 종소명 metallidurans는 ‘금속을 견디는’이라는 뜻이다. CH34는 이 종의 표준 균주이자 중금속 내성 연구에 가장 널리 쓰이는 균주다.

두 개의 거대 플라스미드가 금속 배출 장치를 품고 있다

중금속은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단백질의 정상적인 결합 자리를 차지하고 활성산소 생성을 촉진한다. 세포막과 DNA도 손상될 수 있다. CH34는 금속을 무조건 세포 안에 저장하기보다 들어온 금속 이온을 감지하고 다시 밖으로 내보내거나 독성이 낮은 형태로 바꾸는 여러 방어 체계를 갖췄다.

 

2010년 공개된 CH34의 유전체는 약 393만 염기쌍과 258만 염기쌍인 두 개의 큰 원형 복제 단위, 그리고 pMOL28과 pMOL30이라는 거대 플라스미드 두 개로 구성된다. 플라스미드는 염색체와 별도로 복제되는 DNA 분자다. 네 복제 단위에는 적어도 25개의 중금속 내성 유전자 좌위가 분산돼 있다. pMOL30의 czc 유전자군은 코발트·아연·카드뮴 이온을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단백질 복합체를 만든다. pMOL28과 염색체에도 니켈·크로뮴·구리·수은·비소 등에 대응하는 수송체와 조절 단백질이 들어 있다. 금속 농도가 올라가면 감지 단백질이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높이고, 배출 펌프가 세포질의 농도를 낮춘다.

 

모든 내성 유전자가 처음부터 하나의 세균 계통에 고정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CH34 유전체에는 삽입서열과 전이인자, 유전체섬이 많다. 금속 오염 환경에서 다른 미생물로부터 유전자를 받아들이고 재배치한 과정이 오늘날의 복합적인 내성 체계를 만드는 데 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용해된 금은 세균에게 귀금속이 아니라 독성 물질이다

금 광물 주변의 물에는 금(III) 착물과 금(I) 착물이 일시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들은 고체 금보다 이동성이 크며 세포 표면에 닿거나 주변세포질로 들어갈 수 있다. 주변세포질은 그람음성 세균의 바깥막과 안쪽 세포막 사이에 있는 공간이다. 금(III) 착물은 세포 안의 황을 포함한 분자와 강하게 반응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2009년 연구에서 CH34는 금(III)에 노출된 직후 금을 빠르게 축적했고, 세포 안에서는 금(I)-황 화합물이 형성됐다. 이 중간생성물도 독성을 지니므로 세균은 구리와 수은, 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여러 유전자군을 동시에 활성화했다.

 

금에 비교적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유전자군도 확인됐다. 이후 연구에서는 전사조절 단백질 CupR과 금속 배출에 관여하는 CupA가 금 화합물에 대한 방어의 중심 요소로 분석됐다. CupA는 세포 안쪽의 금 이온을 주변세포질 쪽으로 이동시키고, 다른 환원·배출 과정과 함께 세포질의 독성을 줄인다. ‘금속에 강하다’는 말은 금속이 많을수록 잘 자란다는 뜻이 아니다. CH34도 높은 농도의 금 착물에 노출되면 성장이 억제되고 세포가 손상된다. 내성 체계는 독성을 완전히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다른 세균보다 더 높은 농도에서 생존하고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는 장치에 가깝다.

독성 금 착물이 금 나노입자로 바뀌는 과정

CH34가 금을 만든다는 표현은 원소 변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균은 다른 원소를 금으로 바꾸지 못한다. 이미 용액 속에 존재하는 금 이온을 전자를 받은 금속 금 Au(0)으로 환원해 물에 잘 녹지 않는 입자로 침전시킨다. 2009년 방사광 X선과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는 금(III) 착물이 금(I)-황과 금(I)-탄소 화합물을 거친 뒤 금속 금 나노입자로 바뀌는 과정이 관찰됐다. 초기 입자는 세포의 주변세포질과 표면에 나타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 밖의 더 큰 금 입자와 연결됐다. 환원과 배출을 함께 사용해 반응성이 큰 금 착물을 비교적 안정한 고체로 바꾸는 해독 과정이다. 2013년 생물막 연구에서는 CH34 세포와 세포외고분자물질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금 집합체와 연결된 모습이 확인됐다. 세포 표면과 생물막은 작은 금 입자가 생겨나고 서로 뭉칠 수 있는 반응 장소를 제공한다. 자연의 금 알갱이에서 이 세균의 유전자와 세포 모양을 닮은 금 구조가 함께 발견된 결과도 미생물의 관여를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금광의 금덩어리 전체를 이 세균 한 종이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암석의 풍화, 지하수의 산화·환원 상태, 황과 유기물, 다른 미생물의 대사가 금의 용해와 재침전에 함께 관여한다. Delftia acidovorans처럼 금 착물을 세포 밖에서 침전시키는 다른 세균도 알려져 있다.

금 탐사와 금속 회수에 활용할 수 있을까

금에 노출됐을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와 단백질은 토양 속 이동성 금을 찾는 생물학적 센서 후보가 된다. 지표에서 눈에 보이는 금이 없더라도 금 반응 유전자나 미생물 군집의 변화를 측정해 지하 광상의 흔적을 추정하는 생물탐사 연구가 진행돼 왔다. 전자폐기물과 광산 폐수에 녹아 있는 금을 회수하는 공정에도 미생물 환원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용액 속 금 이온을 고체 나노입자로 바꾸면 분리하기 쉬워질 수 있다. 금 나노입자는 촉매와 센서 소재로 쓰이므로 입자의 크기와 형태를 제어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살아 있는 CH34를 넣는 것만으로 순금이 경제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폐기물에는 구리·니켈·납과 산성 용액이 함께 존재하고, 금을 먼저 용출하는 과정에도 약품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세균이 만든 입자를 생물막에서 분리하고 정제하는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C. metallidurans가 금을 침전시키는 능력은 귀금속 생산을 위해 진화한 기능이 아니다. 이동성 금 착물의 독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배출과 환원 반응의 결과다. 그 해독 과정이 오랜 시간 반복되면 작은 나노입자가 더 큰 입자로 성장하며 지표 가까운 금의 재형성에 한몫할 수 있다.

 

‘금을 만들어내는 세균’이라는 매력적인 제목 뒤편을 들여다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인간에게 부의 상징인 금이 이 미생물에게는 그저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맹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연금술 같은 기적이 아니라, 독성을 어떻게든 밖으로 밀어내고 고체로 굳혀 살아남으려 했던 처절한 방어 기제가 우연히 인류의 눈에 반짝이는 나노입자로 맺혔을 뿐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금 채굴이나 폐기물 재활용 같은 산업적 가능성도 매력적이지만, 생존을 위해 독극물을 보물 같은 광물로 바꾸어내는 생명력이야말로 이 작은 생물이 보여주는 가장 놀랍고도 인상 깊었다. 

 

참고자료

  • Goris, J. 외, “Classification of Metal-Resistant Bacteria from Industrial Biotopes as Ralstonia campinensis sp. nov., Ralstonia metallidurans sp. nov. and Ralstonia basilensis Steinle et al. 1998 emend.”,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 2001. 원문 정보 보기
  • Reith, F. 외, “Mechanisms of Gold Biomineralization in the Bacterium Cupriavidus metallidura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09. 원문 보기
  • Janssen, P. J. 외, “The Complete Genome Sequence of Cupriavidus metallidurans Strain CH34, a Master Survivalist in Harsh and Anthropogenic Environments”, PLOS ONE, 2010. 원문 보기
  • Fairbrother, L. 외, “Biomineralization of Gold in Biofilms of Cupriavidus metallidurans”,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13. 원문 정보 보기
  •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Cupriavidus metallidurans”, DSMZ, 2026년 8월 확인. 분류 정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