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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습지의 퇴적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내부가 밝은 결정으로 가득 찬 거대한 세균을 만날 수 있다. Achromatium oxaliferu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균이다. 연구된 집단에 따라 크기는 다르지만, 세포 길이가 100마이크로미터를 넘는 개체도 발견된다. 일반적인 세균보다 훨씬 큰 세포 안에는 황 알갱이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탄산칼슘 결정이 들어 있다.
1890년대 세르게이 셰비아코프가 이 세균을 기술했을 당시에는 밝은 결정이 옥살산칼슘이라고 생각해 ‘옥살산을 지닌다’는 뜻의 oxalifer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후속 화학 분석을 통해 결정의 주성분이 옥살산칼슘이 아니라 방해석 형태의 탄산칼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름에는 초기 해석이 남았지만 광물의 정체에 관한 설명은 바뀐 셈이다.
Achromatium은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에 속하는 거대 황 산화 세균이다. 아직 순수배양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연 퇴적물에서 세포를 직접 분리해 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단일세포 유전체와 동위원소를 분석한다. 겉모습이 비슷한 세포들도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할 수 있으므로, 여러 지역에서 얻은 관찰 결과를 모두 하나의 균주가 가진 고정된 특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황화수소와 산소가 만나는 퇴적층에서 살아간다
Achromatium은 담수호와 습지, 기수 퇴적층에서 발견된다. 물과 맞닿은 퇴적물 표면에는 산소가 공급되지만 깊이 내려가면 산소가 줄고 황화수소가 나타난다. 황산염환원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황산염을 황화물로 환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화된 물질과 환원된 물질이 만나는 장소를 산화·환원 경계라고 한다.
Achromatium은 황화수소를 산화하면서 전자를 꺼내 에너지를 얻는다. 황화수소가 완전히 황산염으로 산화되기 전에는 원소 황이 중간생성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세균은 이 원소 황을 세포 안에 둥근 알갱이로 저장했다가 주변 황화수소가 부족해지면 다시 이용할 수 있다.
황화수소의 산화는 전자를 내놓는 반응이다. 세균이 이 전자를 계속 흘려보내려면 산소처럼 전자를 받아들일 최종전자수용체가 필요하다. 일부 Achromatium 집단의 유전체에서는 질소 화합물을 환원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도 발견됐다. 그러나 일반적인 질산염환원계가 완전한 형태로 확인되지 않은 세포도 있었고, 모든 집단에서 질산염 호흡이 실험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산소 이용은 비교적 분명하지만 질산염 이용 범위는 집단별로 더 확인해야 한다.
단일세포 유전체 연구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바꾸는 탄소고정 경로와 황 산화 관련 유전자들이 확인됐다. 일부 환경 연구에서는 아세트산 같은 유기탄소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균을 이산화탄소만 이용하는 완전한 화학독립영양생물로 한정하기보다, 환경에 따라 무기탄소와 유기탄소를 함께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세균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세포는 퇴적물 속을 매우 빠르게 헤엄치지는 않지만 산소와 황화수소의 농도 변화에 따라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자연에서 관찰되는 구르거나 갑자기 움직이는 듯한 운동에는 세포의 형태와 주변 퇴적물 입자도 영향을 준다. 이런 이동은 황화수소가 풍부한 깊은 층과 산소가 공급되는 표면 사이에서 적절한 대사 조건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방해석 결정은 세포질이 아닌 막 주머니에 들어 있다
오랫동안 Achromatium의 방해석 결정은 세포질 안에서 자라는 것으로 설명됐다. 그러나 2020년 전자현미경과 3차원 구조 분석에서는 다른 모습이 확인됐다. 각각의 결정은 세포막이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 만들어진 주머니 모양의 공간에 놓여 있었다. 이 구획은 세포질과 직접 이어진 공간이 아니라 주변세포질과 연결되는 세포질 바깥 공간이다.
세균은 그람음성 세포 외피를 가지므로 세포질을 둘러싼 안쪽 세포막과 바깥막 사이에 주변세포질이 존재한다. Achromatium에서는 안쪽 세포막이 복잡하게 함입되면서 방해석 결정을 둘러싼다. 결정은 세포 외피 안에 포함돼 있어 겉으로는 세포 내부에 저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세포질 바깥 구획에 놓여 있는 셈이다.
방해석은 칼슘 이온과 탄산 이온이 만나 침전한 탄산칼슘이다. 반응은 Ca2+ + CO32− ⇌ CaCO3(s)로 나타낼 수 있다. 실제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 탄산수소 이온과 탄산 이온의 비율이 산성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결정의 생성과 용해는 칼슘 농도뿐 아니라 pH와 무기탄소 농도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세포 하나에는 보통 수십 개에서 100개가 넘는 방해석 결정이 들어갈 수 있고, 결정들이 세포 부피의 70% 이상을 채우기도 한다. 결정 사이에 남은 얇은 세포질에는 DNA와 라이보솜, 황 알갱이와 대사 효소가 배치된다. 거대한 세포 전체가 대사 물질로 가득 찬 것이 아니라 상당한 공간을 광물 구획이 차지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거대 세균이 갖는 확산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포가 커지면 표면에서 들어온 물질이 내부까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진다. 그러나 방해석 구획들이 세포 내부 공간을 차지하고 세포질이 그 사이의 얇은 영역에 분포하면, 실제 대사가 일어나는 세포질의 모든 부분이 세포막에서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효과가 방해석 형성의 주된 진화적 원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해석은 왜 만들어지고 다시 녹을까
Achromatium이 방해석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아직 하나로 확정되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설명 가운데 하나는 황 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성도 변화를 완충한다는 것이다. 황화수소나 저장된 원소 황을 황산염까지 산화하면 반응 조건에 따라 양성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탄산칼슘은 산성 조건에서 CaCO3(s) + 2H+ → Ca2+ + CO2 + H2O와 같이 녹으면서 양성자를 소비할 수 있다. 따라서 황 산화로 주변의 양성자 농도가 증가할 때 방해석이 녹으면 산성도 변화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pH가 높아지고 칼슘과 탄산 이온이 충분하면 다시 침전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이 세포질과 막으로 분리된 구획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방해석이 세포질의 pH를 직접 조절한다’는 단순한 설명은 설득력이 약해졌다. 양성자와 이온이 막을 자유롭게 통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세포질에서 일어나는 산성도 변화를 완충하거나 세포 외피 가까이에서 진행되는 황 대사와 연결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를 입증하려면 살아 있는 세포의 각 구획에서 pH와 이온 농도를 직접 측정해야 한다.
방해석의 무게가 세포를 퇴적물에 머물게 하는 추 역할을 한다는 가설도 있다. 물의 흐름이나 동물의 활동으로 세포가 퇴적물 위로 떠올랐을 때 방해석을 많이 가진 세포는 다시 가라앉기 쉬울 수 있다. 조건에 따라 결정을 만들거나 녹이면 세포의 밀도를 조절해 산화·환원 경계로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칼슘 또는 무기탄소 저장고, 세포 형태 유지, 포식 회피 같은 기능도 제안됐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제한적이다. 실험 중 방해석이 사라진 뒤에도 움직이는 세포가 관찰됐기 때문에 결정이 세포 형태를 유지하는 필수 골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가장 안전한 설명은 방해석이 환경 조건에 따라 생성되고 용해되는 역동적인 광물 저장 구조이며, 완충과 밀도 조절을 비롯한 기능들이 연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세포에서 서로 다른 염색체 사본이 발견됐다
자연에서 채취한 Achromatium은 크기와 형태, 방해석 결정의 수가 매우 다양하다. 1999년 영국 호수의 집단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겉모습이 비슷한 세포들이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하위 집단으로 나뉘고 퇴적물 안에서 선호하는 위치도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나의 종명 아래 서로 다른 생태적 특성을 가진 여러 계통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017년 독일 슈테힐린호에서 채취한 단일세포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더 특이한 결과가 나왔다. 한 세포에서 얻은 여러 16S 라이보솜 RNA 유전자 사본의 염기서열이 모두 똑같지 않았고, 다른 유전자에서도 사본 사이의 차이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를 한 세포 안에 집단 수준의 다양성이 일부 들어 있는 ‘공동체 같은 유전체’라고 표현했다.
이 현상은 단순히 동일한 유전체를 여러 벌 가진 다배수성과 구분된다. 동일한 염색체 사본이 반복된 것이 아니라 유전자 중복과 재배열, 염기서열 변화가 축적된 여러 사본이 한 세포에 공존할 가능성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유전체에는 이동성 유전인자도 많이 포함돼 있어 사본 사이의 재배열에 관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 결과를 모든 Achromatium 세포의 확정된 특성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은 특정 호수에서 얻은 제한된 수의 세포였으며, 순수배양이 되지 않아 한 세포의 염색체 사본들이 세대를 거치며 어떻게 복제되고 분배되는지 직접 추적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사본이 실제로 각각 다른 대사 기능을 수행하는지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Achromatium의 가치는 몸집이 크거나 광물을 많이 저장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황화수소를 산화하는 대사, 탄산칼슘의 침전과 용해,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광물 구획과 특이한 유전체 구성이 한 세포 안에서 연결된다. 미생물이 퇴적물의 황과 탄소, 칼슘 순환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세포 구조까지 광물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다.
화학을 가르치면서 탄산칼슘은 침전반응과 용해 평형을 설명할 때 자주 다루는 물질이었다. 그런데 Achromatium에서는 교과서의 반응식이 살아 있는 세포의 구조 안에서 진행된다. 칼슘 이온과 탄산 이온의 평형이 결정의 생성과 용해로 나타나고, 그 결정이 황 산화가 일어나는 환경과 연결된다. 아직 기능이 확정되지 않은 부분을 억지로 하나의 답으로 묶기보다, 세포가 광물 형성을 어느 범위까지 조절하는지 밝혀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세균을 이해하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 Head, I. M. 외, “The Phylogenetic Position and Ultrastructure of the Uncultured Bacterium Achromatium oxaliferum”, Microbiology, 1996.
- Gray, N. D. 외, “Natural Communities of Achromatium oxaliferum Comprise Genetically, Morphologically, and Ecologically Distinct Subpopulations”,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1999.
- Jones, D. S. 외, “Metabolic Diversity and Ecological Niches of Achromatium Populations Revealed with Single-Cell Genomic Sequencing”, Frontiers in Microbiology, 2015.
- Ionescu, D. 외, “Community-like Genome in Single Cells of the Sulfur Bacterium Achromatium oxaliferum”, Nature Communications, 2017.
- Schorn, S. 외, “Cell Architecture of the Giant Sulfur Bacterium Achromatium oxaliferum: Extra-cytoplasmic Localization of Calcium Carbonate Bodies”, FEMS Microbiology Ecolog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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