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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심해에서도 살아가는 콜웰리아의 극저온 생존 전략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순수한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언다. 해빙이 만들어지면 물만 먼저 얼고 소금은 좁은 액체 통로에 농축된다. 그 안에 갇힌 미생물은 영하의 온도와 높은 염분, 부족한 영양분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 Colwellia psychrerythraea는 이런 환경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해양 저온성 세균이다. 산소를 이용하고 유기물을 먹는 그람음성 막대균으로, 하나 이상의 극성 편모를 이용해 움직인다. 속명은 해양미생물학자 리타 콜웰의 이름에서, 종소명은 ‘차갑고 붉은빛을 띤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 종은 1972년 가자미 알에서 분리된 균주가 처음 Vibrio psychroerythrus로 보고된 뒤 1988년 신설된 Colwellia속으로 옮겨졌다. 현재 정확한 학명 철자는 라틴어 문법을 바로잡은 C. psychrerythraea이며, 표준 균주는 ATCC 27364다. 극저온 연구에 가장 널리 쓰이는 34H는 별도로 북극 해양 퇴적물에서 농화배양해 얻은 균주다.

얼지 않은 소금물 통로가 영하의 활동 공간이 된다

해빙 전체가 단단한 얼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소금과 유기물이 농축된 미세한 염수 통로가 남고, 세균은 이 액체 공간에서 물질을 교환한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통로는 좁아지고 염도는 높아지므로 저온 내성과 삼투압 조절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34H 균주는 약 -4℃에서도 증식할 수 있고 8℃ 부근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며, 10℃를 넘으면 성장이 제한되는 절대저온성 특성을 보인다. 2003년 현미경 관찰에서는 -10℃의 얼음 속에서도 편모 운동이 확인됐다. -15℃에서 관찰된 움직임은 드물었기 때문에 모든 세포가 그 온도에서 활발히 성장한다는 의미로 확대하면 안 된다.

 

2021년 장기 배양 연구에서는 해수 염도 조건에서 -5℃와 -10℃에 수개월 노출된 세포가 대사 신호를 유지하고, 일부 조건에서는 다시 배양 가능한 상태로 남았다. 낮은 온도에서 활동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세포 수가 빠르게 늘었다는 결론은 다르다. 극저온에서는 유지와 수선에 에너지를 쓰면서 매우 느리게 살아남는 상태가 중심일 수 있다. 심해도 온도가 낮지만 해빙과 조건이 같지는 않다. 심해에서는 높은 수압이 세포막과 단백질에 추가 부담을 준다. Colwellia속에는 높은 압력을 요구하는 종도 있지만 34H를 모든 심해성·고압성 콜웰리아의 특성을 대표하는 균주로 볼 수는 없다.

굳어지는 세포막을 불포화지방산으로 부드럽게 유지한다

온도가 내려가면 세포막의 지방 분자들이 빽빽하게 정렬해 막이 굳는다. 막이 지나치게 단단해지면 영양분 수송과 전자전달, 편모 작동에 필요한 막 단백질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34H는 짧은 사슬 지방산과 가지 친 지방산,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을 조절해 막의 유동성을 유지한다. 유전체에는 아이코사펜타엔산, 즉 EPA와 같은 장쇄 다중불포화지방산을 만드는 유전자 집단도 있다. 이중결합이 많은 지방산은 곧은 포화지방산보다 서로 촘촘하게 쌓이기 어려워 저온에서 막이 굳는 것을 늦춘다. 다만 EPA 하나가 저온 적응 전체를 책임지는 것은 아니며 여러 종류의 막 지질 변화가 함께 작동한다.

 

차가운 물에서는 단백질도 유연성을 잃어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저온 적응 효소는 일반적으로 구조를 붙잡는 결합이 적고 유연한 부위가 많아 낮은 온도에서도 기질과 접촉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열에 약한 경우가 많다. 34H의 유전체에서는 저온에서 단백질 접힘과 RNA 구조를 관리하는 샤페론, RNA 헬리케이스와 변형 효소 관련 유전자도 확인됐다. 이 세균은 세포 밖으로 단백질분해효소와 다당류분해효소를 내보내 큰 유기물을 작은 분자로 자른다. 차가운 바다에서 죽은 생물과 조류가 남긴 물질을 분해해 흡수하는 과정은 세균의 성장뿐 아니라 해양 탄소와 질소 순환에도 연결된다.

세포 밖의 끈끈한 다당류가 얼음 속 완충층을 만든다

34H는 세포외고분자물질인 EPS를 만든다. EPS는 당이 길게 연결된 다당류를 중심으로 단백질과 다른 성분이 섞인 점성 물질이다. 세포 주변에 물을 붙잡고 표면 부착과 바이오필름 형성을 도우며, 염분과 온도가 급격히 변할 때 세포가 직접 받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2009년 연구에서는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 영양 상태에 따라 34H의 EPS 생산량과 조성이 달라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일부 EPS는 얼음 결정 사이의 액체 미세환경을 유지하고 세포막이 얼음 표면과 직접 맞닿는 것을 줄이는 동결보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그러나 EPS가 자동차 부동액처럼 물의 어는점을 크게 낮춰 세포 주변을 완전히 녹인다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얼음 결정의 성장과 물의 이동, 염류 농축을 미세하게 바꾸고 세포가 머물 수 있는 수화층을 만드는 효과에 가깝다. 실제 보호 정도는 다당류의 구조와 농도, 염도에 따라 달라진다.얼음에 결합하는 단백질도 저온성 해양 세균에서 발견된다. 특정 Colwellia 균주의 얼음결합단백질은 얼음 결정의 표면에 붙어 재결정화를 억제하지만, 그 결과를 34H의 모든 생존 현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같은 속이나 같은 종으로 분류된 균주 사이에도 보조 유전자와 탄소원 이용 능력이 상당히 다르다.

차가운 바다의 탄소 순환과 오염 정화 가능성

C. psychrerythraea는 독립영양 세균이 아니다. 해양 유기물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과 아미노산, 지방 성분을 분해해 탄소와 에너지를 얻는다. 2005년 공개된 34H 유전체는 약 540만 염기쌍 규모이며, 다양한 고분자 분해효소와 수송 단백질을 갖추고 있어 차가운 해저 퇴적물에서 유기물을 재순환하는 역할을 설명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얻은 콜웰리아 계통은 16S 리보솜 RNA 서열이 매우 비슷해도 전체 유전체와 이용 가능한 탄소원이 크게 다를 수 있다. 2016년 비교 연구에서는 북극 퇴적물의 34H와 지중해·호주 심해에서 분리한 두 균주의 유전체에 최대 약 1,600개의 균주별 유전자가 확인됐다. ‘콜웰리아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산다’고 일반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Colwellia 계통은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뒤 차가운 심해수에서 증가한 미생물 가운데 하나로도 검출됐다. 일부 균주는 원유 성분이나 원유가 분해되며 생긴 물질을 이용할 수 있어 저온 해양 오염 정화 연구의 대상이 됐다. 다만 현장에서 늘 원유를 직접 완전 분해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미생물과의 분업, 산소와 영양염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저온 효소는 식품 가공과 세제, 분자생물학 공정처럼 높은 온도를 피해야 하는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있다. 낮은 온도에서 반응하고 가열하면 쉽게 비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 안정성과 생산 비용은 제한 요소다. 콜웰리아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추위에 버티는 하나의 비결이 아니라 막 지질, 유연한 효소, RNA 관리, EPS와 느린 대사가 함께 작동하는 생존 체계다.
영하의 얼음 틈새라는 극한의 환경을 조사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미생물의 생존 방식이 어떤 단 하나의 '초능력' 같은 물질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굳어가는 막을 유연하게 만드는 불포화지방산부터 구조가 쉽게 풀리는 저온 효소, 얼음의 결정을 다스리는 끈적한 점성 물질과 대사를 극도로 늦추는 인내까지, 미세한 조절 체계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작동하고 있었다. 극한 환경의 미생물을 바라볼 때 우리는 흔히 기적 같은 산업적 신소재나 오염 정화의 만능열쇠를 기대하곤 하지만, 정작 이 작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본질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가 빚어낸 정교한 생화학적 균형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 Deming, J. W. 외, “Isolation of an Obligately Barophilic Bacterium and Description of a New Genus, Colwellia gen. nov.”, Systematic and Applied Microbiology, 1988. 원문 정보 보기
  • Junge, K.·Eicken, H.·Deming, J. W., “Motility of Colwellia psychrerythraea Strain 34H at Subzero Temperatures”,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03. 원문 보기
  • Methé, B. A. 외, “The Psychrophilic Lifestyle as Revealed by the Genome Sequence of Colwellia psychrerythraea 34H through Genomic and Proteomic Analys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05. 원문 보기
  • Mudge, M. C. 외, “Subzero, Saline Incubations of Colwellia psychrerythraea Reveal Strategies for Long-Term Survival in Sea Ice”, FEMS Microbiology Ecology, 2021. 원문 보기
  •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Colwellia psychrerythraea”, DSMZ, 2026년 8월 확인. 분류 정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