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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테로랍디티스 선충과 공생하며 곤충을 감염시키는 포토랍두스

Photorhabdus luminescens는 배양 접시와 감염된 곤충의 몸에서 청록색 빛을 내는 세균이다. 속명 Photorhabdus에는 빛을 내는 막대 모양 세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육상 환경에서 살아가는 발광 세균이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세균의 생활사에서 빛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대상은 곤충병원성 선충이다.

P. luminescens는 흙 속을 혼자 돌아다니며 곤충을 찾아 공격하지 않는다. Heterorhabditis속 선충의 감염성 유충이 세균을 몸 안에 보유한 채 토양을 이동한다. 선충이 곤충 안으로 침입하면 세균이 방출되고, 세균은 곤충의 면역반응을 무너뜨리는 독소와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든다. 선충은 이렇게 조성된 환경에서 성장하고 번식한다.

이 관계는 한쪽만 이익을 얻는 기생과 다르다. 선충은 세균에게 이동 수단과 곤충 내부로 들어갈 통로를 제공하고, 세균은 곤충을 죽이고 사체를 다른 미생물로부터 지키며 영양분이 풍부한 번식 공간으로 바꾼다. 곤충 한 마리의 몸 안에서 세균의 병원성과 선충과의 공생이 차례로 나타나는 것이다.

분류를 확인할 때는 균주 이름도 함께 봐야 한다. 과거 P. luminescens의 대표 균주처럼 다뤄진 TT01은 2003년 유전체 논문에도 그 이름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2018년 유전체 기반 분류 개정으로 TT01은 현재 Photorhabdus laumondii의 표준 균주로 분류된다. 따라서 오래된 TT01 연구 결과를 현재의 P. luminescens에서 모두 확인된 특성처럼 옮기지 않도록 구분해야 한다.

선충은 세균을 싣고 곤충의 혈강으로 들어간다

Heterorhabditis의 감염성 유충은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토양에서 곤충을 찾는 특수한 발달 단계다. 적합한 곤충을 만나면 입과 항문, 숨구멍 같은 자연 개구부를 통하거나 일부 조건에서는 몸 표면을 뚫고 내부로 들어간다. 이후 곤충의 혈액에 해당하는 혈림프가 차 있는 혈강에 도달한다.

감염성 유충은 공생 세균을 장 전체에 무작위로 가득 채우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선충 종과 발달 단계에 따라 세균이 자리 잡는 부위와 방식이 다르며, 제한된 수의 세균이 장의 특정 구역에 보존될 수 있다. 곤충 안에 들어간 선충은 장에 있던 세균을 혈강으로 내보낸다. 오래된 문헌에서는 이 과정을 배설이나 역류로 설명했으며, 방출 방식은 선충과 세균의 조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혈강에 들어간 세균은 영양분을 이용해 빠르게 증식한다. 곤충이 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선충과 세균의 종, 숙주 곤충의 종류와 발달 단계, 온도 및 감염량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수일 안에 죽음이 관찰되지만 모든 곤충에서 동일한 시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곤충의 면역계도 세균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혈구는 침입자를 둘러싸거나 삼키는 식균작용을 하고, 페놀산화효소 반응을 이용해 멜라닌을 형성하며 침입 부위를 봉쇄한다. 활성산소종과 항균 펩타이드도 세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Photorhabdus는 이러한 방어를 피하거나 약화하는 여러 단백질과 저분자 화합물을 생산한다.

따라서 선충은 단순한 주사기이고 세균만 곤충을 죽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선충의 침입으로 생긴 손상과 선충이 분비하는 물질, 세균의 증식과 독소가 함께 감염을 진행한다. 다만 곤충의 면역을 빠르게 억제하고 조직의 화학적 환경을 바꾸는 과정에서는 공생 세균이 큰 역할을 맡는다.

Tc 독소는 곤충 세포의 액틴 구조를 바꾼다

Photorhabdus가 생산하는 살충 물질 가운데 많이 연구된 것이 Tc 독소 복합체다. Tc는 toxin complex의 약자로, 하나의 작은 독성 분자가 아니라 기능이 다른 여러 단백질 성분이 조립된 거대한 복합체다. TcA 성분은 표적 세포에 결합하고 막을 통과하는 통로를 형성하며, TcB와 TcC는 효소 기능을 가진 부분이 세포질로 전달되도록 돕는다.

일부 균주가 만드는 TccC3 효소는 액틴의 특정 아미노산에 ADP-라이보스를 붙인다. 액틴은 세포의 모양과 이동, 물질 흡수와 식균작용에 필요한 세포골격 단백질이다. ADP-라이보실화는 NAD+에서 유래한 ADP-라이보스기를 표적 단백질에 공유결합시키는 반응으로, 단백질의 구조와 다른 분자와의 결합을 바꿀 수 있다.

TccC3가 액틴의 148번 트레오닌을 변형하면 액틴 필라멘트가 비정상적으로 중합되고 덩어리를 형성한다. TccC5는 액틴 조절에 관여하는 Rho 계열 단백질을 변형한다. 두 작용은 곤충 면역세포의 세포골격을 흐트러뜨려 이동과 식균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러한 변형으로 표적 세포의 식균 능력이 억제되는 결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곤충이 죽는 원인을 Tc 독소 하나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Photorhabdus에는 경구 독성과 주사 독성을 보이는 여러 단백질, 분비 장치 및 면역 억제 물질이 존재한다. 곤충 종에 따라 독소에 대한 감수성도 달라진다. 특정 균주의 독소 구성을 다른 모든 Photorhabdus 종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세균은 단백질분해효소와 지질분해효소도 분비한다. 이 효소들은 곤충 조직의 단백질과 지방을 더 작은 분자로 가수분해한다. 단백질은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중성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될 수 있다. 만들어진 저분자 물질은 세균의 증식뿐 아니라 선충의 성장과 산란에도 이용된다.

죽은 곤충은 선충과 세균의 번식 공간이 된다

곤충이 죽은 뒤에도 생활사는 끝나지 않는다. 세균이 조직을 계속 분해하면 선충은 사체 안에서 성체로 발달하고 번식한다. 조건이 맞으면 여러 세대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곤충의 크기와 영양분의 양에 따라 생산되는 선충의 수와 발달 기간이 달라진다.

죽은 곤충은 단백질과 지방, 수분이 풍부해 토양의 다른 세균과 곰팡이에도 좋은 먹이다. 외부 미생물이 먼저 증식하면 선충과 Photorhabdus가 이용할 영양분이 줄고 독성 대사산물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세균은 스틸벤 계열 화합물과 항균성 물질을 비롯한 여러 이차대사산물을 만든다.

이차대사산물은 세포가 기본적인 성장에 반드시 사용하는 물질은 아니지만 경쟁과 방어, 숙주와의 상호작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항균물질이 사체 안의 경쟁 미생물을 억제하면 선충이 번식할 시간이 확보된다. 색소와 냄새, 사체의 물리적 변화도 세균과 선충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사체의 영양분이 줄어들면 선충의 발달 방향이 다시 바뀐다. 새로운 감염성 유충이 형성되고, 일부 Photorhabdus 세포가 이 유충의 장을 선택적으로 식민화한다. 세균을 확보한 유충은 곤충 사체에서 빠져나와 토양으로 이동한다. 선충이 세균을 싣고 곤충을 찾고, 곤충 안에서 세균과 선충이 증식한 뒤 다음 감염성 유충이 나오는 순환이 완성된다.

세균이 선충에 다시 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히 주변에 많은 세균을 삼키는 현상만은 아니다. 공생에 적합한 세포 형태와 표면 단백질, 선충의 장 환경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배양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균의 서로 다른 세포형은 발광의 세기, 색소와 항균물질 생산, 선충 식민화 능력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 순환에서 선충과 세균은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선충은 토양을 이동하고 곤충의 외피 장벽을 통과할 수 있지만, 세균처럼 다양한 독소와 항균물질을 대량 생산하지는 않는다. 세균은 곤충 안에서 강한 병원성을 보이지만 자연에서 다음 곤충까지 능동적으로 이동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두 생물의 서로 다른 능력이 이어질 때 안정적인 생활사가 만들어진다.

청록색 빛은 생활사에 어떤 도움을 줄까

P. luminescens의 빛은 luxCDABE 유전자군이 만드는 발광 반응에서 나온다. LuxA와 LuxB가 세균성 루시페레이스를 구성하고, 이 효소는 환원된 플라빈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인 FMNH2, 산소와 긴 사슬 알데하이드를 반응시킨다. 반응 후 FMN과 지방산, 물이 생성되며 일부 화학에너지가 열 대신 청록색 광자로 방출된다.

반응을 간단히 나타내면 FMNH2 + O2 + RCHO → FMN + RCOOH + H2O + 빛으로 쓸 수 있다. 이 반응에는 산소가 필요하므로 세균 수만 같다고 언제나 같은 밝기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곤충 사체 안의 산소 농도, 세균의 성장 단계와 대사 상태도 발광량에 영향을 준다.

오징어의 역조명 위장에 이용되는 Aliivibrio fischeri와 달리 Photorhabdus의 빛이 무엇을 위해 생겼는지는 오랫동안 명확하지 않았다. 새로운 곤충을 유인한다는 가설과 야행성 포식자나 청소동물이 사체를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는 가설, 산소와 활성산소종에 대응하는 대사 과정에 관여한다는 설명 등이 제안됐다. 그러나 빛이 곤충을 끌어들이거나 쫓아내는 것이 주된 기능이라는 결론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2024년에는 P. luminescens DJC 균주에서 lux 유전자군을 제거해 빛을 내지 못하는 세포를 만든 연구가 발표됐다. 발광하지 않는 일차 세포형은 곤충에 대한 병원성이 감소하고 선충과의 상호작용에도 이상이 나타났다. 이 결과는 발광 반응이 생활사와 무관한 장식에 불과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광자 자체가 곤충이나 선충에 특정 신호를 전달한다고 곧바로 결론 내릴 수는 없다. lux 유전자군을 제거하면 빛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FMNH2와 산소를 소비하는 산화·환원 반응도 달라진다. 발광 반응이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 대응과 대사 균형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병원성과 공생 능력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빛의 직접적인 효과와 발광 대사가 만드는 간접적인 효과를 분리하는 것이 남은 연구 과제다.

Heterorhabditis 선충은 토양 해충을 방제하는 생물농약으로 실제 이용된다. 다만 살아 있는 생물이므로 효과는 대상 해충과 선충 종, 토양 온도와 수분, 자외선 노출 및 살포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Photorhabdus의 독소나 항균물질도 살충제와 의약품 후보로 연구되지만, 비표적 생물에 대한 독성, 물질의 안정성 및 생산 비용을 검증해야 한다.

제가 이 세균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곤충을 빛나게 한다는 현상보다 역할이 다른 두 생물이 하나의 감염 주기를 완성한다는 점이다. 선충의 이동과 침입 능력, 세균의 독소와 가수분해효소, 항균성 이차대사산물이 순서대로 연결된다. 여기에 FMNH2의 산화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빛까지 생활사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더해졌다. 겉으로 보이는 청록색 빛 하나를 설명하려 해도 생태학과 세포골격, 효소반응과 산화·환원 화학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세균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