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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 앞바다의 퇴적물을 조사하던 연구진은 1997년 진주 목걸이처럼 이어진 흰 구슬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작은 무기물 알갱이처럼 보였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구슬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세균 세포였다.
1999년 《Science》에 보고된 이 세균은 Thiomargarita namibiensis라는 이름을 얻었다. 속명 Thiomargarita는 황을 뜻하는 그리스어와 진주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해 ‘황의 진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종소명 namibiensis는 발견 장소인 나미비아를 나타낸다.
이 세균은 아직 순수배양된 표준 균주가 없지만 학명 자체는 국제원핵생물명명규약에 따라 유효하게 발표됐다. 따라서 엄밀한 학명은 Candidatus Thiomargarita namibiensis가 아니라 Thiomargarita namibiensis다. 같은 속에 속하는 Candidatus Thiomargarita magnifica와 학명상의 지위가 다르므로 두 종의 표기를 혼동하면 안 된다.
세포는 대체로 지름 100~300마이크로미터의 구형이며 큰 세포는 약 750마이크로미터에 이를 수 있다. 발견 당시에는 부피가 기존에 알려진 가장 큰 원핵생물보다 최대 약 100배 큰 세균으로 보고됐다. 세포 안의 황 알갱이가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에 맨눈으로도 흰 점처럼 보이며, 여러 세포가 점액질 껍질 안에서 줄지어 놓이면 진주 목걸이 같은 형태가 된다.
벵겔라 용승은 황화수소가 풍부한 해저를 만든다
나미비아 연안에서는 차갑고 영양염이 풍부한 심층수가 해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벵겔라 용승이 일어난다. 질산염과 인산염을 공급받은 식물플랑크톤이 대량으로 증식하고, 죽은 생물과 배설물 등 유기물이 해저로 가라앉는다. 퇴적물 속 미생물이 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빠르게 소비된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황산염환원세균은 바닷물에 풍부한 황산염을 최종전자수용체로 사용한다. 유기물이나 수소에서 나온 전자가 황산염으로 이동하면서 황산염은 황화물로 환원된다. 물속에서 황화물은 산성도에 따라 황화수소인 H2S와 수소황화 이온인 HS−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황화수소는 많은 생물에게 독성이 있지만 T. namibiensis에는 전자를 제공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세균은 황화수소를 산화해 먼저 원소 황으로 저장하고, 조건이 맞으면 이를 황산염까지 산화한다. 황 원자의 산화수는 황화수소에서 −2, 원소 황에서 0, 황산염에서 +6이다. 황이 단계적으로 산화되며 내놓는 전자가 세균의 에너지 대사에 이용되는 것이다.
세포질에 저장된 미세한 원소 황 알갱이는 세포를 흰색으로 보이게 한다. 속명에 ‘황의 진주’라는 의미가 붙은 것도 이러한 외형 때문이다. 다만 황화수소만 있다고 계속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황에서 나온 전자를 마지막에 받아 줄 산화된 전자수용체가 함께 필요하다.
나미비아 해저에서는 황화수소가 주로 퇴적물 아래쪽에서 만들어지는 반면 산소와 질산염은 위쪽 바닷물에서 공급된다. 전자공여체와 전자수용체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고 바닷물의 산소 상태도 계속 달라진다. 이동성이 뚜렷하지 않은 T. namibiensis는 필요한 물질을 찾아 활발히 이동하는 대신 세포 안에 대량으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불일치를 견딘다.
세포의 98%를 차지하는 액포에 질산염을 저장한다
T. namibiensis의 세포를 단면으로 보면 가운데에 거대한 액포가 있고 세포질은 바깥쪽에 두께 약 0.5~2마이크로미터의 얇은 층으로 남아 있다. 액포는 세포 전체 부피의 약 98%를 차지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거대한 세포지만 단백질 합성과 물질대사가 일어나는 세포질의 실제 부피는 전체 크기에 비해 매우 작다.
중앙 액포의 핵심 역할은 질산염 저장이다. 1999년 연구에서는 액포 안의 질산염 농도가 최대 약 800밀리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주변 바닷물보다 훨씬 높은 농도다. 세균은 산소나 외부 질산염이 부족한 동안에도 액포에 저장한 질산염을 전자수용체로 사용해 황화수소를 산화할 수 있다.
질산염의 질소는 산화수가 +5인 상태다. 질산염이 전자를 받으면 아질산염을 거쳐 더 환원된 질소 화합물로 바뀔 수 있다. 질산염을 질소 기체로 바꾸는 경로를 탈질이라고 하고, 암모늄까지 환원하는 경로를 질산염의 이화적 암모늄 환원이라고 한다.
T. namibiensis의 질산염 환원 최종산물을 모든 조건에서 하나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가까운 거대 황 세균인 Thioploca와 일부 Beggiatoa에서는 질산염이 암모늄으로 환원되는 경로가 확인됐고, 다른 해양 거대 황 세균에서는 탈질 관련 대사도 나타난다. 따라서 T. namibiensis가 저장한 질산염을 언제나 질소 기체로 바꾼다고 쓰는 것은 근거보다 앞선 설명이다.
질산염만 전자수용체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2002년 연구진은 개별 세포 가까이에 미세전극을 놓고 산소와 황화수소의 농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질산염뿐 아니라 산소도 황화수소 산화에 사용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다만 안정적인 농도 기울기는 배양액에 낮은 농도의 아세트산을 첨가한 조건에서 관찰됐으므로 현장 해저에서의 반응속도와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거대한 액포는 확산의 불리함을 완화한다
구형 세포의 반지름이 커지면 표면적은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부피는 세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따라서 세포가 커질수록 단위 부피당 표면적은 작아진다. 영양분과 기체가 세포막을 통해 출입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큰 몸집은 일반적으로 세균에 불리하다.
T. namibiensis는 이러한 물리 법칙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세포 내부 구조를 바꿔 불리함을 완화했다. 세포 중심이 대사하는 세포질로 가득 차 있다면 바깥에서 들어온 물질이 내부까지 수백 마이크로미터를 확산해야 한다. 그러나 중심부 대부분이 액체를 담은 저장 액포이고 세포질이 가장자리에 얇게 놓여 있어 황화수소와 산소가 대사 영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짧아진다.
‘거대한 크기가 확산 문제를 줄인다’고 표현하기보다는 거대화가 만드는 확산 문제를 액포 구조가 줄여 준다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큰 세포 자체는 표면적과 부피의 비율을 낮추지만, 세포질을 바깥쪽에 몰아 두면 실제 대사 부피와 확산 거리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액포는 동시에 많은 질산염을 저장할 공간을 제공한다. 세포질에는 원소 황과 글라이코젠, 다중인산 같은 물질도 축적될 수 있다. 바깥 환경에서 황화수소와 산소 또는 질산염이 동시에 공급되지 않아도 먼저 들어온 물질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이용할 수 있다.
세포가 크면 작은 포식성 원생생물이 삼키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지만 이것이 거대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T. namibiensis가 스스로 활발히 움직이지 않더라도 해류와 퇴적물의 재부유, 저서동물의 활동으로 위치가 바뀔 수 있다. 거대한 몸집은 하나의 원인으로 생겼다기보다 저장 능력과 해저의 불규칙한 산화·환원 조건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황 세균은 해저의 인을 광물로 바꾸는 데 관여한다
T. namibiensis가 밀집한 퇴적물에서는 세포가 황화수소를 소비하고 황을 다시 황산염으로 산화한다. 이 과정은 독성 황화수소가 위쪽 바닷물로 퍼지는 정도와 해저의 황 순환에 영향을 준다. 저장된 질산염도 환원되므로 질소 순환과 연결된다.
이 세균은 질산염과 황뿐 아니라 인도 저장할 수 있다. 인산기가 여러 개 연결된 다중인산은 세포 안에서 인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로 이용된다. 환경 조건이 달라지면 다중인산이 분해되면서 인산염이 세포 밖으로 방출될 수 있다.
2005년 나미비아 대륙붕 퇴적물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T. namibiensis의 개체수 및 활동과 인회석의 양이 서로 연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세균이 많은 퇴적물의 공극수에서는 인산염 농도가 최대 약 300마이크로몰까지 급격히 높아지는 구간이 나타났고, 퇴적물에는 인이 풍부한 광물이 축적돼 있었다.
실험에서는 무산소 조건에 놓인 T. namibiensis 세포가 인산염을 방출했으며, 그 양은 주변 퇴적물에서 관찰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침전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칼슘과 인산염으로 이루어진 광물이다. 공극수에 인산염이 충분히 농축돼 칼슘 이온과 과포화 상태를 이루면 고체 광물로 침전할 수 있다.
다만 이 결과가 T. namibiensis가 모든 인광석을 직접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인광석의 형성에는 인산염 농도뿐 아니라 칼슘과 마그네슘, 산성도, 퇴적 속도, 유기물 분해와 광물의 재결정 과정이 함께 작용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무산소 상태 자체뿐 아니라 황화물 증가가 일부 거대 황 세균의 다중인산 분해와 인산염 방출을 유도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T. namibiensis의 거대한 몸은 단순한 크기 기록보다 물질 저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 의미가 크다. 액포에는 질산염을, 얇은 세포질에는 황과 다중인산을 저장해 서로 다른 시기에 도착하는 물질을 하나의 세포 안에서 연결한다. 화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황의 산화와 질산염의 환원, 인산염의 광물 침전이 한 세균을 중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눈에 보이는 흰 구슬 하나가 해저의 황·질소·인 순환이 만나는 작은 반응기처럼 기능하는 셈이다.
참고자료
- Schulz, H. N. 외, “Dense Populations of a Giant Sulfur Bacterium in Namibian Shelf Sediments”, Science, 1999.
- Schulz, H. N.·Jørgensen, B. B., “Big Bacteria”, Annual Review of Microbiology, 2001.
- Schulz, H. N.·de Beer, D., “Uptake Rates of Oxygen and Sulfide Measured with Individual Thiomargarita namibiensis Cells by Using Microelectrodes”,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02.
- Schulz, H. N.·Schulz, H. D., “Large Sulfur Bacteria and the Formation of Phosphorite”, Science, 2005.
-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Species: Thiomargarita namibiensis”, DSMZ, 2026년 9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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