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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67)
곤충의 몸속에서 빛나는 포토랍두스는 왜 빛을 낼까

Photorhabdus luminescens는 배양 접시와 감염된 곤충의 몸에서 청록색 빛을 내는 세균이다. 속명 Photorhabdus에는 빛을 내는 막대 모양 세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육상 환경에서 살아가는 발광 세균이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세균의 생활사에서 빛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대상은 곤충병원성 선충이다.P. luminescens는 흙 속을 혼자 돌아다니며 곤충을 찾아 공격하지 않는다. Heterorhabditis속 선충의 감염성 유충이 세균을 몸 안에 보유한 채 토양을 이동한다. 선충이 곤충 안으로 침입하면 세균이 방출되고, 세균은 곤충의 면역반응을 무너뜨리는 독소와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든다. 선충은 이렇게 조성된 환경에서 성장하고 번식한다.이 관계는 한쪽만 이익을 얻는 기생과 ..

박테리아 2026. 9. 1. 13:58
몸속에 광물을 품고 사는 아크로마티움은 왜 탄산칼슘을 저장할까?

호수와 습지의 퇴적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내부가 밝은 결정으로 가득 찬 거대한 세균을 만날 수 있다. Achromatium oxaliferu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균이다. 연구된 집단에 따라 크기는 다르지만, 세포 길이가 100마이크로미터를 넘는 개체도 발견된다. 일반적인 세균보다 훨씬 큰 세포 안에는 황 알갱이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탄산칼슘 결정이 들어 있다.1890년대 세르게이 셰비아코프가 이 세균을 기술했을 당시에는 밝은 결정이 옥살산칼슘이라고 생각해 ‘옥살산을 지닌다’는 뜻의 oxalifer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후속 화학 분석을 통해 결정의 주성분이 옥살산칼슘이 아니라 방해석 형태의 탄산칼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름에는 초기 해석이 남았지만 광물의 정체에 관한 설명은 바뀐..

박테리아 2026. 9. 1. 08:53
미세조류를 공격하는 뱀파이어 박테리아의 독특한 생존법

담수에 사는 녹색 미세조류 Chlorella를 대량으로 배양하다 보면 짙은 녹색이던 배양액의 색이 갑자기 옅어지고 조류 세포가 무너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배양 실패를 일으키는 포식 세균 가운데 하나가 Vampirovibrio chlorellavorus다. 속명 Vampirovibrio에는 먹잇감 표면에 달라붙어 내용물을 이용하는 생활 방식과 굽은 막대 모양이라는 특징이 반영돼 있다.이 세균은 1966년 우크라이나의 담수에서 얻은 Chlorella vulgaris 배양액에서 발견됐다. 포식 과정을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한 연구는 1972년에 발표됐으며, 당시에는 Bdellovibrio chlorellavorus라는 이름으로 보고됐다. 다른 세균을 공격하는 브델로비브리오와 생활 방식이 비슷해 보였기 ..

박테리아 2026. 8. 31. 15:48
바닷속 진주처럼 보이는 티오마르가리타 나미비엔시스는 왜 몸집을 키웠을까?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 앞바다의 퇴적물을 조사하던 연구진은 1997년 진주 목걸이처럼 이어진 흰 구슬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작은 무기물 알갱이처럼 보였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구슬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세균 세포였다.1999년 《Science》에 보고된 이 세균은 Thiomargarita namibiensis라는 이름을 얻었다. 속명 Thiomargarita는 황을 뜻하는 그리스어와 진주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해 ‘황의 진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종소명 namibiensis는 발견 장소인 나미비아를 나타낸다.이 세균은 아직 순수배양된 표준 균주가 없지만 학명 자체는 국제원핵생물명명규약에 따라 유효하게 발표됐다. 따라서 엄밀한 학명은 Candidatus Thiomargarita namibiens..

박테리아 2026. 8. 31. 09:55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의 작동 원리

페트병과 폴리에스터 의류에 널리 쓰이는 PET의 정식 명칭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다. 에틸렌글라이콜과 테레프탈산이 축합반응을 거쳐 반복적으로 연결된 고분자이며, 사슬 사이에는 에스터 결합이 존재한다. 가볍고 단단하면서 화학적으로 안정해 용기와 섬유를 만드는 데 유용하지만, 같은 특성 때문에 자연환경에서는 빠르게 분해되지 않는다.2016년 일본 연구진은 PET를 분해하고 그 분해산물을 성장에 이용하는 세균 Ideonella sakaiensis 201-F6T를 《Science》에 보고했다. 연구진은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의 PET병 재활용 시설에서 토양, 퇴적물, 폐수와 활성슬러지 등 250개의 환경 시료를 수집해 PET 박막과 함께 배양했다.시료 가운데 46번 미생물 군집이 PET 표면에 붙어 막을 만..

박테리아 2026. 8. 30. 17:03
산소가 부족하면 금속을 이용한다? 슈와넬라의 독특한 호흡

사람과 동물처럼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생물은 영양분에서 꺼낸 전자를 전자전달계를 거쳐 산소에 전달하면서 ATP를 만든다. 세균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없지만 세포막에 전자전달계를 갖추고 비슷한 원리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산소가 거의 없는 호수 바닥이나 퇴적층에서는 산소를 최종전자수용체로 사용하는 호흡을 계속하기 어렵다.Shewanella oneidensis MR-1은 이런 환경에서 철(III) 산화물과 망가니즈(IV) 산화물 같은 물질에 전자를 전달하며 성장할 수 있다. 금속 자체를 영양분처럼 먹는 것은 아니다. 유기물을 산화하면서 얻은 전자를 세포 밖의 금속 산화물에 넘기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전기화학적 기울기를 이용해 ATP를 합성한다.MR-1 균주는 1980년대 미국 뉴욕주 오나이다호의 퇴..

박테리아 2026. 8. 30. 09:52
영하에서도 성장하는 박테리아, 사이크로모나스는 어떻게 추위를 견딜까?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물이 얼기 시작하고 생명체의 화학반응은 느려진다. 세포막을 이루는 지질은 굳어지고 단백질의 움직임도 줄어든다. 얼음이 형성되면서 남은 액체의 염분이 높아지면 세포에서는 물이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런데 북극 해빙에서 발견된 Psychromonas ingrahamii는 이러한 조건에서도 멈춰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하 12℃에서 세포 수를 늘리며 성장할 수 있다.이 세균의 표준 균주인 37T는 1991년 미국 알래스카주 포인트배로 인근 엘슨라군에서 채취한 해빙 코어에서 분리됐다. 배로의 공식 지명은 현재 우트키아그비크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해빙과 바닷물이 만나는 부분에서 저온성 미생물을 조사하다가 크기가 비교적 큰 막대 모양 세균을 확보했다.영하 성장을 다룬 연구는 2004년에 먼..

박테리아 2026. 8. 29. 16:27
타이타닉 난파선을 천천히 부식시키는 할로모나스 타이타니카에

북대서양 수심 약 3,800미터에 가라앉은 타이타닉의 철제 표면에는 녹슨 고드름처럼 늘어진 구조가 붙어 있다. 영어로 러스티클이라고 불리는 이 구조는 단단한 금속 덩어리가 아니다. 철 산화물과 수산화물, 침전된 염류, 유기물과 미생물 세포 등이 섞인 다공성 부식 생성물이다.1991년 러시아 유인 잠수정 미르를 이용한 탐사에서 타이타닉의 러스티클 시료가 수집됐다. 연구진은 이 시료에서 여러 세균을 배양했고, 그중 BH1T 균주가 기존에 알려진 종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2010년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에 발표됐으며, 난파선의 이름을 따서 Halomonas titanicae라는 학명이 붙었다...

박테리아 2026. 8. 29. 09:16
알리비브리오 피스케리는 왜 오징어를 빛나게 할까?

하와이 근해의 얕은 모래 바닥에는 몸통 길이가 몇 센티미터인 하와이 짧은 꼬리오징어 Euprymna scolopes가 산다. 낮에는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쉬다가 밤이 되면 작은 새우를 사냥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오징어의 배 쪽에는 빛을 내보내는 발광기관이 있지만 실제 발광 반응을 일으키는 주체는 오징어의 세포가 아니다.발광기관 안에는 Aliivibrio fischeri라는 해양 세균이 높은 밀도로 산다. 과거 논문에서는 Vibrio fischeri라는 이름으로 기록됐다. 2007년 유전적·생화학적 비교 연구를 거쳐 Vibrio속에서 새로 제안된 Aliivibrio속으로 옮겨졌으며, 현재 인정되는 학명은 Aliivibrio fischeri다. 다만 오랫동안 축적된 공생과 발광 연구에서는 지금도 Vibr..

박테리아 2026. 8. 28. 13:48
물고기 장 속에 사는 거대 세균, 에풀로피시움은 왜 이렇게 클까?

렌즈와 현미경의 발명은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없던 미생물의 세계를 열었다. 그래서 세균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을 만큼 작다는 인식이 생겼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초식성 양쥐돔류의 장에서 발견되는 Epulopiscium 계열 세균은 길이가 수백 마이크로미터에 이른다. 큰 세포는 길이가 600마이크로미터를 넘고 폭은 약 80마이크로미터에 이를 수 있어 맨눈으로도 작은 점처럼 구별된다.이 거대 미생물은 1985년 홍해에서 잡힌 갈색양쥐돔 Acanthurus nigrofuscus의 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몸집이 크고 내부에 작은 세포처럼 보이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분류가 불분명한 원생생물로 여겨졌다. 1993년 연구진이 작은소단위체 리보솜 RNA 유전자를 분석하고 세..

박테리아 2026. 8. 2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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