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아세티비브리오 모습

 

나무와 풀의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이 길게 연결된 물질이지만 아무 세균이나 먹을 수 있는 당은 아니다. 사슬들이 수소결합으로 촘촘하게 묶여 결정 구조를 이루고, 거대한 고분자라 세포막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cetivibrio thermocellus는 산소가 없는 고온 환경에서 셀룰로오스를 세포 밖에서 자른 뒤 생성된 올리고당을 흡수해 발효하는 세균이다. 과거 연구의 대부분은 Clostridium thermocellum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고 Ruminiclostridium thermocellum, Hungateiclostridium thermocellum이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현재 LPSN과 NCBI Taxonomy가 사용하는 정명은 Acetivibrio thermocellus (Viljoen et al. 1926) Tindall 2019이며 표준균주는 ATCC 27405, DSM 1237 등이다.

분해 효소를 셀룰로솜이라는 작업대에 모은다

A. thermocellus의 핵심 장치는 세포 표면에 형성되는 거대한 다중효소 복합체인 셀룰로솜이다. 셀룰로솜의 골격을 이루는 스캐폴딘에는 코헤신이라는 결합 부위가 여러 개 있고, 셀룰레이스와 헤미셀룰레이스에는 도커린이라는 짝 구조가 붙어 있다. 코헤신과 도커린이 강하게 결합하면서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효소들이 하나의 복합체에 조립된다. 스캐폴딘의 탄수화물결합모듈은 복합체를 셀룰로오스 표면에 붙잡고, 별도의 고정 구조는 셀룰로솜을 세포 외피 가까이에 연결한다.

이 구조는 효소를 단순히 한곳에 많이 모아 놓은 덩어리가 아니다. 어떤 탄소원을 만났는지에 따라 셀룰로솜에 포함되는 효소의 구성과 양이 달라질 수 있고, 같은 종 안에서도 균주별 유전자 구성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2024년 대규모 유전체 비교 연구에서도 A. thermocellus는 여러 스캐폴딘과 다양한 도커린 결합 당질가수분해효소를 갖춘 복잡한 셀룰로솜 계통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특정 배양 조건에서 측정한 효소 비율을 이 종의 고정된 조립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서로 다른 절단 방식이 결정 셀룰로오스를 함께 푼다

셀룰로오스 분해에는 한 종류의 가위만으로 부족하다. 엔도글루카네이스는 긴 사슬의 내부 결합을 끊어 새로운 끝을 만들고, 과정성 셀룰레이스와 엑소글루카네이스는 노출된 사슬을 따라가며 당 사슬을 짧게 만든다. 주변의 헤미셀룰로오스 성분을 자르는 효소도 단단한 식물 세포벽 안에서 셀룰로오스에 접근하기 쉽게 한다. 여러 효소가 같은 스캐폴딘에 붙어 가까운 거리에서 연속적으로 작동하면 첫 효소가 만든 절단 지점을 다음 효소가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

세균과 효소 복합체가 셀룰로오스 표면에 함께 붙는 것도 중요하다. 용액 속으로 효소와 분해 산물이 흩어지는 정도를 줄이고, 잘라낸 당을 경쟁 미생물이 가져가기 전에 세포 가까이에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셀룰로솜이 리그닌까지 모두 없애 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식물 바이오매스에서는 셀룰로오스가 헤미셀룰로오스와 리그닌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순수 결정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때보다 접근성이 낮아지고, 원료의 전처리 여부에 따라 분해 속도도 크게 달라진다.

짧아진 셀로덱스트린을 통째로 들여와 에너지를 아낀다

셀룰로솜이 만드는 주요 가용성 산물은 포도당 한 분자만이 아니라 포도당이 몇 개 연결된 셀로덱스트린이다. 2005년 연속배양 연구에서는 셀룰로오스에서 자랄 때 세포가 평균 중합도 약 4의 당 사슬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긴 올리고당 하나를 운반하면 같은 수의 포도당을 각각 운반할 때보다 수송에 필요한 ATP를 줄일 수 있다. 세포 안에서는 셀로덱스트린 인산분해효소가 무기인산을 이용해 결합을 끊으면서 포도당 1-인산을 만들기 때문에, 자유 포도당을 인산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일부도 절약할 수 있다.

2022년 유전자 불활성화와 단백질 구조 분석을 결합한 연구에서는 조사한 수송계 가운데 수송체 B가 주요 셀로덱스트린 수송을 담당하고, 수송체 A는 포도당 수송을 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흡수된 당은 해당과정을 거쳐 피루브산으로 분해되고,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에탄올과 아세트산, 젖산, 포름산 등의 발효 산물과 수소, 이산화탄소로 탄소와 전자가 나뉜다. 셀룰로오스를 자르는 과정과 발효가 한 세포의 연속된 대사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 세균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 번에 분해하고 발효하지만 원하는 산물만 만들지는 않는다

산업에서는 셀룰레이스를 따로 생산해 원료에 넣고, 생긴 당을 다시 발효조로 보내는 여러 단계를 줄이고 싶어 한다. A. thermocellus처럼 효소 생산과 셀룰로오스 가수분해, 발효를 한 미생물이 수행하는 방식을 통합생물공정이라고 한다. 고온에서 반응하므로 일부 오염 미생물의 증식이 제한되고 효소 반응과 물질 이동에 유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야생형은 에탄올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균주가 아니며 여러 유기산과 기체로 대사 흐름이 갈라진다. 오탄당 이용 범위와 생성물 수율, 고농도 생성물에 대한 내성도 실제 공정에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서 이 세균을 곧바로 완성된 바이오연료 생산균으로 소개하는 것은 과장이다. 현재 연구는 셀룰로솜의 높은 분해력을 유지하면서 발효 탄소와 전자를 목표 물질로 더 많이 보내도록 수송계와 중심대사, 산화환원 균형을 함께 조절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내가 이 세균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강력한 셀룰레이스 하나가 아니라 분해 효소의 조립, 표면 부착, 올리고당 수송, 세포 내부 발효가 끊기지 않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라고 본다. 셀룰로오스를 직접 발효한다는 표현도 이 전체 연결망을 가리킬 때 가장 정확해진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