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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atus Accumulibacter phosphatis의 인 저장 주기

하수에는 생활하수와 음식물, 세제 등에서 나온 인이 포함되어 있다. 인은 생물에게 꼭 필요한 원소이지만 처리되지 않은 채 강이나 호수로 많이 흘러가면 조류 증식과 부영양화를 촉진할 수 있다. 하수처리장에서는 화학약품으로 인을 침전시키는 방법뿐 아니라 미생물이 인을 세포 안에 축적하도록 유도하는 고도 생물학적 인 제거, 즉 EBPR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핵심적인 폴리인산 축적 미생물로 연구된 계통이 Candidatus Accumulibacter이다. 과거에는 많은 유전체와 연구 결과가 Candidatus Accumulibacter phosphatis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묶였지만, 최근 유전체 연구에서는 이 집단 안에 여러 종과 계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Candidatus Accumulibacter phosphatis를 이야기할 때는 한 균주가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똑같이 행동한다고 보기보다 Accumulibacter 계통이 공유하는 인 축적 대사와 계통별 차이를 함께 보는 것이 정확하다.

산소가 없을 때 오히려 인산을 밖으로 내보낸다

EBPR 공정의 특징은 활성슬러지 미생물을 산소가 없는 혐기 조건과 산소가 공급되는 호기 조건에 번갈아 노출한다는 점이다. 혐기 단계에서 Accumulibacter는 세포 안에 미리 저장해 둔 polyphosphate를 분해한다. 긴 사슬 형태로 연결돼 있던 인산 결합을 끊으면서 에너지를 얻고, 그 결과 orthophosphate가 세포 밖으로 방출된다. 겉으로만 보면 인을 제거해야 할 세균이 오히려 하수 속 인산 농도를 높이는 이상한 과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때 얻은 에너지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쓰인다. Accumulibacter는 하수 속 acetate 같은 휘발성 지방산을 빠르게 흡수하고 이를 polyhydroxyalkanoate, 즉 PHA 형태의 세포 내 탄소 저장물질로 바꾼다. 이 과정에는 polyphosphate에서 얻은 에너지뿐 아니라 glycogen 분해도 관여한다. 2006년 Candidatus Accumulibacter가 우점한 EBPR 슬러지의 메타유전체 분석에서는 이러한 탄소 저장과 인 대사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확인됐고, 이후 대사 연구에서는 polyphosphate와 glycogen의 이용 비율이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제시됐다. 즉 혐기 단계의 핵심은 인을 제거하는 순간이라기보다 외부 유기물을 경쟁 세균보다 먼저 붙잡아 세포 안에 저장하는 준비 단계이다.

산소가 들어오면 저장한 PHA를 쓰면서 인을 다시 끌어들인다

슬러지가 호기조로 이동하면 상황이 뒤집힌다. 산소를 전자수용체로 사용할 수 있게 된 Accumulibacter는 앞서 저장한 PHA를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성장하고 glycogen 저장량을 회복하는 동시에 물속의 phosphate를 세포 안으로 흡수해 다시 polyphosphate로 축적한다. 중요한 점은 이때 흡수하는 인의 양이 앞선 혐기 단계에서 방출했던 양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의 혐기·호기 주기를 거치고 나면 물에 남아 있는 인의 양이 줄어든다.

이러한 미생물이 많은 슬러지 일부를 공정 밖으로 빼내면 세포 안에 저장된 polyphosphate도 함께 제거된다. 이것이 EBPR에서 실제로 인이 하수에서 빠져나가는 마지막 단계다. 따라서 Accumulibacter가 인을 세포 안에 저장한다는 말만으로는 과정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혐기 조건에서 polyphosphate를 소모하며 인을 방출하고 탄소를 PHA로 저장한 뒤, 호기 조건에서 PHA를 사용해 더 많은 인을 다시 축적하는 시간차 대사가 핵심이다.

Accumulibacter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초기의 연구에서는 Candidatus Accumulibacter phosphatis라는 이름이 이 대표적인 PAO를 가리키는 데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배양이 어려운 미생물의 유전체 자료가 늘면서 이 집단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대규모 계통유전체 재평가에서는 기존 공개 유전체 상당수가 Candidatus Accumulibacter phosphatis로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계통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됐고, Candidatus Accumulibacter phosphatis를 포함해 여러 종 수준의 계통이 구분됐다.

이 차이는 이름에만 그치지 않는다. Accumulibacter 계통들은 인 축적에 필요한 기본적인 PAO 대사를 공유하면서도 질산염과 아질산염을 이용하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계통은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nitrate나 nitrite를 전자수용체로 이용하면서 인을 흡수할 수 있어 질소 제거와 인 제거를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 2024년 유전체 연구에서도 Accumulibacter 내부의 여러 계통에서 탈질 관련 유전자 구성이 서로 다르며 일부 계통에는 보다 완전한 탈질 경로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따라서 처리장의 온도, 탄소원, 산소 공급 방식, 질소 화합물 조건에 따라 유리한 계통도 달라질 수 있다.

작은 세포의 저장 전략이 하수처리 공정 전체를 움직인다

EBPR의 흥미로운 점은 인을 제거하는 장치가 단순한 필터가 아니라 미생물의 생존 전략을 이용한 시스템이라는 데 있다. 혐기 조건에서 외부 탄소원을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Accumulibacter는 이후 산소가 공급될 때 그 저장물을 활용한다. 운영자는 혐기와 호기 환경을 반복해 이런 대사를 가진 미생물에게 선택적인 이점을 주고, 결과적으로 슬러지에 인을 많이 축적시키는 것이다. 같은 원리를 이용하더라도 실제 처리장에서는 유입수의 유기물 조성, 온도, 체류시간과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세균은 한 마디로 설명할 때  '인을 먹는 세균'이라는 한 문장으로 끝내지는 못할 것 같다. 실제 핵심은 polyphosphate, PHA, glycogen이라는 세 가지 세포 내 저장고를 시간차로 바꾸어 쓰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Candidatus Accumulibacter phosphatis라는 이름 아래 축적된 과거 연구가 현재의 세밀한 종 분류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개별 계통의 능력을 전체 Accumulibacter의 공통 특성처럼 확대하지 않으면서 혐기·호기 주기와 저장물질의 변화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이 미생물의 역할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