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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지대의 뜨거운 진흙탕과 분기공 주변은 생물이 살기 어려워 보이는 환경이다. 온도가 높을 뿐 아니라 강한 산성이고, 지하에서 올라오는 여러 기체가 섞인다. 그런데 이곳에서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독특한 세균이 발견됐다.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름은 Methylacidiphilum fumariolicum이며 대표 연구 균주는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 Solfatara 화산 지대에서 분리된 SolV이다. 2007년 연구에서는 pH 2.0, 50도 조건에서 메탄을 공급해 집적 배양한 뒤 이 균주를 분리했고 pH 0.8에서도 성장할 수 있음이 보고됐다. 다만 이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LPSN에서는 이 세균을 Candidatus 계통으로 다루며, 원래 사용된 fumariolicum은 철자상 부정확한 이름으로 보고 교정형 fumarolicum을 제시한다. 최근 분류에서는 Candidatus Acidimethylosilex fumarolicum이라는 조합도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Methylacidiphilum fumariolicum SolV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설명하되 현재의 명명 상태가 완전히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함께 전제로 한다.
강산성 화산 환경에서 메탄을 첫 번째 연료로 사용한다
SolV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극단적인 산성 환경에서 호기적으로 메탄을 산화하기 때문이다. 메탄은 안정한 분자여서 세포가 그대로 이용하기 어렵다. SolV에서는 막에 존재하는 particulate methane monooxygenase, 즉 pMMO가 메탄 산화의 첫 단계를 담당한다. 이 효소는 메탄을 메탄올로 전환하며 이 과정에는 산소와 환원력이 필요하다. 초기 연구에서 SolV에는 서로 다른 세 개의 pmoA 유전자가 확인됐고, 이후 공개된 유전체에서도 particulate methane monooxygenase 계열 유전자들이 확인됐다.
이 발견은 당시 메탄산화세균에 대한 시야를 크게 넓혔다. 이전까지 알려진 호기성 메탄산화세균은 주로 Alpha-와 Gammaproteobacteria에 속했지만 SolV는 Verrucomicrobia 계통에서 발견됐다. 더구나 강산성과 비교적 높은 온도를 동시에 견디며 메탄을 산화했다. 이는 화산 지대에서 지하로부터 방출되는 메탄 가운데 일부가 대기로 빠져나가기 전에 미생물 대사를 거칠 수 있다는 의미도 가진다. 다만 실험실에서 확인된 한 균주의 능력을 모든 화산 지대의 메탄 제거량으로 그대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실제 환경에서의 기여도는 메탄과 산소 공급, 온도, pH와 미생물 군집에 따라 달라진다.
메탄올을 처리하는 효소에는 희토류 원소가 필요하다
메탄이 메탄올로 바뀌었다고 해서 에너지 획득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진 메탄올은 다시 산화되어야 한다. SolV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발견은 이 단계에 관여하는 XoxF형 methanol dehydrogenase가 lanthanide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lanthanide는 란타넘,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등을 포함하는 희토류 원소 집단이다. 2014년 Environmental Micro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SolV의 성장이 lanthanide 공급에 의존하며 XoxF형 methanol dehydrogenase에 이 원소가 보조인자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제시됐다.
이는 미량 금속이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많은 고전적인 메탄올 탈수소효소 연구에서는 칼슘을 사용하는 MxaF형 효소가 알려져 있었지만 SolV는 lanthanide 의존성 XoxF를 사용한다. XoxF가 메탄올을 산화하면 전자가 다른 산화환원 단백질로 전달되고 이후 호흡과 에너지 획득 과정에 연결된다. 2019년에는 SolV의 XoxF와 전자를 주고받는 cytochrome c 계열 단백질도 실험적으로 분석됐다. 즉 화산 토양 속 극미량 금속은 단순히 주변에 존재하는 광물 성분이 아니라 이 세균의 메탄 대사를 움직이는 효소 체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메탄을 태우지만 세포의 탄소는 주로 이산화탄소에서 만든다
SolV의 대사에서 가장 헷갈리기 쉬운 부분은 메탄을 사용한다고 해서 메탄의 탄소를 그대로 세포 물질의 주원료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1년 동위원소 실험과 전사체 분석에서는 SolV가 Calvin-Benson-Bassham 회로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 조건에서 메탄은 에너지 획득을 위한 기질로 산화되는 반면 생체량을 만드는 탄소는 이산화탄소에서 공급됐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낮으면 메탄이 있어도 성장이 제한됐다.
핵심 효소는 식물의 탄소고정에서도 잘 알려진 RuBisCO이다. SolV 유전체에는 Calvin 회로를 구성하는 유전자들이 있으며 실제 전사와 효소 활성도 확인됐다. 따라서 이 세균은 메탄산화와 독립영양적 탄소고정을 한 세포 안에서 연결한다. 메탄은 pMMO에 의해 메탄올로 바뀌고 이후 단계적으로 산화되면서 에너지와 환원력 생산에 기여하며, 세포는 그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고정한다. 이는 일부 Proteobacteria 메탄산화세균이 C1 화합물의 탄소를 생체량으로 동화하는 전통적인 경로와 구별되는 SolV의 중요한 특징이다.
극한환경 세균 연구가 메탄 전환 기술로 이어질 수 있을까
SolV의 독특한 효소 체계는 생명공학 연구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탄을 메탄올로 전환하는 첫 반응은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2020년 연구에서는 배지의 lanthanide 농도를 매우 낮춰 XoxF methanol dehydrogenase 활성을 제한하면 pMMO가 만든 메탄올의 다음 산화 단계가 느려져 배양액에 메탄올을 축적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연속배양 조건에서는 메탄 소비량 대비 최대 63%의 몰 전환 효율이 보고됐다. 그러나 이는 통제된 실험실 배양에서 얻은 결과이며 산업 규모의 메탄올 생산 공정이 이미 확립됐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생산 농도와 속도, 가스 전달 등의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가 이 세균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점은 단순히 '산에 강한 메탄 먹는 세균'이라는 극한생물의 기록이 아니다. 메탄을 여는 pMMO, 희토류를 이용해 메탄올을 산화하는 XoxF,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세포 물질로 바꾸는 Calvin 회로가 하나의 대사 체계로 이어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특히 자연에서는 흔적 수준으로 존재하는 금속 원소 하나가 효소의 작동 여부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미생물의 생존 조건을 온도와 pH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산의 극한환경을 이해하려면 기체와 산도뿐 아니라 미량 원소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본다.
참고자료
- Pol A, Heijmans K, Harhangi HR, et al. Methanotrophy below pH 1 by a new Verrucomicrobia species. Nature. 2007;450(7171):874-878. doi:10.1038/nature06222.
- Khadem AF, Pol A, Wieczorek A, et al. Autotrophic Methanotrophy in Verrucomicrobia: Methylacidiphilum fumariolicum SolV Uses the Calvin-Benson-Bassham Cycle for Carbon Dioxide Fixation. Journal of Bacteriology. 2011;193(17):4438-4446. doi:10.1128/JB.00407-11.
- Pol A, Barends TRM, Dietl A, et al. Rare earth metals are essential for methanotrophic life in volcanic mudpots.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14;16(1):255-264. doi:10.1111/1462-2920.12249.
- Hogendoorn C, Pol A, Nuijten GHL, Op den Camp HJM. Methanol Production by “Methylacidiphilum fumariolicum” SolV under Different Growth Conditions.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20;86(18):e01188-20. doi:10.1128/AEM.01188-20.
- LPSN. “Candidatus Methylacidiphilum fumariolicum” Pol et al. 2007. Nomenclatural record and current taxonomic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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