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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없는 지하 깊은 곳의 생존자, 데술포루디스

 

햇빛이 전혀 닿지 않고 지표에서 내려온 유기물도 거의 없는 지하 2.8킬로미터의 암반수에서 독특한 생태계가 발견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음포넹 금광의 깊은 균열에서 채취한 물을 분석한 연구진은 유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99.9%를 넘는 비율이 하나의 세균 계통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 세균에 붙은 이름이 Candidatus Desulforudis audaxviator다.

audax viator는 라틴어로 ‘대담한 여행자’를 뜻한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에 등장하는 라틴어 문구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이 세균은 처음 발견됐을 당시 순수배양 없이 환경에서 얻은 유전체를 바탕으로 이름이 제안됐기 때문에 Candidatus가 붙었다. 2019년에는 서시베리아 지하 대수층에서 분리된 가까운 계통인 BYF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LPSN에서는 2026년 현재도 Chivian 연구진이 제안한 Candidatus Desulforudis audaxviator를 후보 분류군의 이름으로 다루고 있다.

한 종만 남은 것처럼 보였던 금광의 암반수

2008년 《Science》에 발표된 연구는 음포넹 금광 지하 2.8킬로미터의 균열수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약 5,600리터에 이르는 물을 여과해 적은 양의 미생물 세포와 DNA를 수집했다. 그 결과를 조립하자 약 235만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완전한 세균 유전체가 복원됐다.

염기서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Ca. D. audaxviator 계통은 해당 균열수의 유체 부분에 존재하는 미생물 가운데 99.9%를 넘는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로 다른 생물이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의 역할을 나누는 일반적인 생태계와 달리 한 세균의 유전체에 생존에 필요한 대사 능력이 거의 모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연구진이 이를 ‘단일 종 생태계’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 표현을 지하 공간 전체에 다른 생물이 전혀 없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연구가 분석한 대상은 특정 균열에서 채취한 물의 유체 부분이었다. 암석 표면에 붙은 세포나 검출 한계보다 적은 미생물, 바이러스까지 완전히 존재하지 않았다고 증명한 것은 아니다. 하나의 시료에서 얻은 결과를 모든 깊은 지하 환경의 공통된 모습으로 확대할 수도 없다.

실제로 다른 지역의 깊은 지하수에서는 이 계통이 여러 미생물과 함께 발견됐다. 2024년 스웨덴 중부의 지하 975미터 암반수 연구에서는 복원된 26개 미생물 유전체 중 12개가 바실로타문에 속했고, 이들이 전체 메타유전체 판독량의 88%를 차지했다. 그중 Ca. D. audaxviatorDesulfitibacter 계통을 합친 비율은 약 78%였다.

스웨덴 암반수에서는 황과 탄소, 질소 순환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세균들도 함께 검출됐다. 18S 리보솜 RNA 유전자 분석에서는 균류를 비롯한 여러 진핵생물 계통의 유전정보도 확인됐다. 따라서 이 세균은 언제나 혼자만 사는 생물이라기보다 에너지 공급이 매우 제한된 대륙 지하 환경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할 수 있는 계통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방사성 붕괴는 어떻게 세균의 에너지원과 연결될까

지표 생태계에서는 식물과 광합성 미생물이 빛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유기물을 만든다. 이렇게 저장된 화학에너지가 먹이그물을 따라 이동한다. 그러나 수 킬로미터 깊이의 암반수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으며 지표에서 만들어진 유기물의 공급도 매우 제한될 수 있다.

Ca. D. audaxviator가 발견된 환경에서는 암석에 포함된 우라늄과 토륨, 칼륨의 자연적인 방사성 붕괴가 물과 광물의 화학반응에 간접적으로 관여한다. 방사선이 물 분자에 충분한 에너지를 전달하면 물이 이온이나 라디칼로 분해되는 방사선분해가 일어난다. 이어지는 반응을 통해 수소 분자와 과산화수소 같은 환원성·산화성 생성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세균의 입장에서 수소는 전자를 제공하는 전자공여체가 될 수 있다. 수소 분자 H2가 산화되면 양성자와 전자가 생기며, 세균은 이 전자를 전자전달계에 넣어 에너지 대사에 이용할 수 있다. 방사선분해가 세균에 ATP를 직접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산화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황산염의 공급에는 물의 방사선분해만이 아니라 주변 광물과의 반응이 함께 필요하다. 방사선분해로 생성된 산화성 물질이 황철석처럼 환원된 황을 포함한 광물과 반응하면 황산염을 비롯한 산화된 황 화합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하수에 원래 포함돼 있던 황산염도 이용 가능하다. 실제 환경에서 각 경로가 공급하는 양은 암석의 조성과 물의 체류시간, 방사성 원소의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

이 세균은 수소에서 얻은 전자를 황산염에 전달하는 황산염 환원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황산염의 황은 산화수 +6 상태에서 황화물의 -2 상태로 환원된다. 산소호흡에서는 산소가 최종전자수용체가 되지만, 이 세균의 황산염 호흡에서는 황산염이 최종전자수용체 역할을 맡는다.

2008년 연구에서는 수소 산화와 황산염 환원에 필요한 유전자가 복원된 유전체에서 확인됐다. 당시에는 배양된 세포에서 대사를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구성과 현장의 지구화학적 조건을 바탕으로 생존 방식을 추론했다. 2019년 서시베리아에서 분리한 BYF 균주의 배양 연구에서는 수소를 전자공여체로 사용하며 황산염을 환원하는 독립영양 성장이 실제로 관찰됐다.

따라서 이 세균을 ‘방사선을 먹는 세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방사성 붕괴로 나온 에너지가 물과 광물의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세균은 그 결과 생긴 수소와 황산염 사이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다. 햇빛에서 출발하지 않은 지구화학적 에너지가 생명 활동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이 생태계의 핵심이다.

탄소와 질소를 마련하고 불리한 시기를 견디는 방법

호흡으로 에너지를 얻어도 세포를 구성할 탄소와 단백질·핵산 합성에 필요한 질소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Ca. D. audaxviator의 유전체에는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바꾸는 우드·융달 경로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들어 있다. 이 경로는 환원적 아세틸-CoA 경로라고도 하며, 일부 혐기성 세균과 고세균이 탄소고정에 사용한다.

우드·융달 경로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서로 다른 두 갈래에서 환원된 뒤 메틸기와 일산화탄소 형태로 결합해 아세틸-CoA를 만든다. 아세틸-CoA는 탄소 두 개를 가진 중심 대사물질로, 다른 유기물과 세포 성분을 합성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비교적 적은 ATP로 탄소를 고정할 수 있어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적은 무산소 환경에서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이 세균이 항상 이산화탄소만으로 살아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서시베리아의 BYF 균주는 수소뿐 아니라 포름산, 젖산, 피루브산, 석신산과 일부 알코올·당류 등 여러 유기 전자공여체를 황산염 환원에 이용했다. 아세트산은 단독 전자공여체로 이용하지 못했지만 포름산 배지에 소량 넣었을 때 성장이 개선됐다. 환경 조건에 따라 독립영양과 유기물 이용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대사적 유연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질소 공급이 제한될 때 이용할 수 있는 질소고정 유전자도 발견됐다. 질소고정은 대기와 물속의 질소 기체 N2를 암모니아 형태로 환원해 세포가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질소 분자의 삼중결합을 끊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와 환원력이 필요하지만 외부에서 고정 질소가 거의 공급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중요한 생존 능력이 될 수 있다.

황산염 환원, 탄소고정, 질소고정과 여러 생합성 경로가 한 유전체에 함께 들어 있다는 사실은 음포넹 시료에서 이 계통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이유를 설명하는 실마리다. 다만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현장에서 모든 경로가 동시에 활발하게 작동했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환경의 화학 성분과 유전자 발현, 대사산물을 함께 분석해야 실제 활동을 판단할 수 있다.

불리한 환경을 견디는 장치도 있다. 음포넹에서 복원된 유전체에는 편모 형성과 화학주성, 내생포자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확인됐다. 편모와 감각 체계는 물이 흐르는 균열 안에서 더 적합한 화학 조건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내생포자는 영양과 온도 조건이 나빠졌을 때 대사를 크게 낮춘 상태로 버티는 수단이 된다.

2019년 배양된 BYF 균주에서는 실제 포자 형성과 세포 내부의 기체 소낭, 막 구조가 관찰됐다. BYF는 45~60℃에서 성장했고 최적 온도는 55℃였다. 최적 산성도는 pH 8.0이었으며 포름산과 아세트산을 사용한 조건에서 약 26시간의 세대시간이 측정됐다. 이는 깊은 지하에서 수백 년 이상 분열하지 않을 것이라는 과거의 추정이 모든 조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험실의 풍부하고 안정적인 조건과 실제 지하 환경의 성장 속도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세 대륙의 유전체가 99.2% 이상 닮은 까닭

Ca. D. audaxviator와 가까운 계통은 남아프리카뿐 아니라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의 깊은 대륙 지하 환경에서도 발견됐다. 2021년 연구진은 세 대륙에서 얻은 126개의 부분 단일세포 유전체와 배양 균주의 완전한 유전체, 환경 시료에서 조립한 유전체를 비교했다. 분석한 유전체들의 평균 염기서열 일치도는 99.2%를 넘었고 단일염기 차이도 적었다.

프로파지와 CRISPR 영역까지 거의 보존돼 있었다는 점도 연구진의 관심을 끌었다. 프로파지는 세균 유전체에 들어간 바이러스 유전물질이고, CRISPR는 과거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일부 서열을 저장해 방어에 이용하는 체계다. 이런 부분은 비교적 빠르게 달라질 수 있는데 멀리 떨어진 집단에서 매우 비슷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 과정의 교차오염, 최근에 이루어진 자연적인 이동, 강한 정화선택만으로 높은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분석 결과 이 세 가지 설명만으로는 관찰된 유전체 보존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지하 집단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된 뒤에도 유전체 변화가 매우 느리게 축적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집단의 분리 시점이 판게아가 갈라진 약 1억6,500만 년 전부터 5,500만 년 전 사이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연대가 세균 화석이나 직접적인 분자시계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의 대륙 분포와 지질학적 분리 가능성을 연결한 가설이며, 각 세균 세포가 수천만 년 동안 한 번도 분열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아니다.

깊은 지하에서는 이용 가능한 에너지가 적어 세포의 성장과 세대교체가 매우 느릴 수 있다. 여기에 정확도가 높은 DNA 복제와 수선 체계가 더해지면 돌연변이가 축적되는 속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2021년 연구에서는 이 계통의 DNA 중합효소 가운데 하나가 실험에 사용된 비교 효소보다 높은 복제 정확도를 보였다. 다만 수억 년에 걸친 유전체 보존을 하나의 효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며, 느린 성장과 DNA 수선, 선택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세균은 햇빛과 지표 유기물의 공급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물과 암석의 반응에서 나온 화학에너지가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실은 화성 지하나 얼음 위성의 내부 바다처럼 햇빛이 닿지 않는 환경에서 생명 가능성을 검토할 때 참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외계 생명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지구의 지하 생태계를 다른 천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화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 세균의 생존 방식은 에너지원과 전자공여체를 구분해서 설명하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방사성 붕괴에서 나온 에너지를 세균이 직접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가 물의 화학결합을 끊어 수소를 만들고 세균은 수소의 산화와 황산염의 환원을 연결한다. 탄소와 질소도 별도의 화학반응으로 고정한다. 빛이 없는 곳에서조차 생명은 주변의 물질과 에너지 차이를 찾아 대사 회로로 바꾼다는 점이 이 세균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