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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나침반을 만드는 세균 마그네토스피릴룸

 

세균이 철을 이용해 몸 안에 작은 자석을 만들 수 있을까?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황과 철 화합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세균은 비교적 널리 알려졌지만, 자성 광물을 직접 만드는 세균도 존재한다. 자연의 연못과 퇴적층에는 철 이온을 흡수해 세포 안에 자철석 결정을 만들고 지구 자기장의 방향을 따라 이동하는 자기주성 세균이 살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대상이 나선형 세균인 Magnetospirillum magneticum AMB-1이다.

여기서 철을 이용한다는 말은 철을 주된 먹이나 에너지원으로 삼는다는 뜻이 아니다. AMB-1은 배양 조건에서 숙신산 같은 유기물을 탄소원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흡수한 철로 자성 광물인 자철석을 만든다. 철을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철 산화 세균과는 구분해야 한다.

이 균주의 학명에는 확인할 부분이 있다. 2023년 계통분류 연구에서는 AMB-1을 새로운 속에 포함해 Paramagnetospirillum magneticum으로 분류하는 안이 제시됐다. LPSN은 이 이름을 선호명으로 제시하면서도 정식으로 유효하게 발표된 학명은 아니라고 표시한다. NCBI Taxonomy는 현재 Paramagnetospirillum magneticum AMB-1을 사용하고 기존의 Magnetospirillum magneticum AMB-1을 동등한 이름으로 연결한다. 이 글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널리 사용된 이름을 유지하되 분류가 조정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함께 밝힌다.

세균 안에서 자라는 자철석 결정

AMB-1 세포 안에는 마그네토솜이라고 부르는 작은 세포 구조가 있다. 마그네토솜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공간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자성 광물 결정으로 구성된다. AMB-1이 주로 만드는 광물은 자철석이며 화학식은 Fe3O4이다. 자철석에는 산화수가 서로 다른 Fe2+와 Fe3+가 함께 들어 있다. 자기주성 세균 가운데에는 황화철 광물인 그레자이트 Fe3S4를 만드는 종류도 있지만 AMB-1은 자철석을 형성한다.

세균은 주변의 철을 세포 안으로 운반하고 마그네토솜 내부의 산화·환원 조건을 조절하면서 자철석 결정의 생성을 유도한다. 철 이온이 우연히 침전해 불규칙한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다르다. 여러 유전자와 단백질이 철 운반, 마그네토솜 막의 형성, 결정의 핵생성과 성장 및 형태 조절에 참여한다. 생물이 자신의 활동을 통해 광물을 만드는 이러한 과정을 생광물화라고 한다.

마그네토솜 형성에 필요한 주요 유전자들은 유전체의 특정 영역에 모여 있다. 이 영역을 마그네토솜 유전자섬이라고 한다. 2022년 AMB-1의 유전자 기능을 대규모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마그네토솜 유전자섬 안팎에 있는 여러 유전자가 자성 결정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유전자가 손상된 세포는 마그네토솜 수가 줄거나 결정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졌고, 아예 자성을 잃기도 했다.

따라서 배양액에 철을 많이 넣는 것만으로 정상적인 자철석 사슬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철을 흡수해 필요한 위치로 운반하고, 막으로 둘러싸인 구획 안에서 결정의 성장 조건을 조절해야 한다. AMB-1이 만드는 자철석은 화학반응과 세포의 유전적 조절이 결합된 결과다.

자석 알갱이를 한 줄로 세워야 하는 이유

자철석 결정 하나하나는 매우 작은 자석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결정이 세포 안에 무작위로 흩어져 있고 자기 모멘트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다면 전체 자성이 약해질 수 있다. AMB-1은 마그네토솜을 세포의 긴 축을 따라 사슬 형태로 배열해 각각의 자기적 효과가 같은 방향으로 더해지게 한다. 그 결과 세포 전체가 하나의 작은 나침반 바늘처럼 외부 자기장에 정렬될 수 있다.

이 배열에는 MamK라는 단백질이 관여한다. MamK는 진핵세포의 세포골격 단백질인 액틴과 구조적으로 관련된 세균 단백질이며, 세포 안에서 긴 필라멘트를 형성한다. 마그네토솜은 관련 단백질을 통해 MamK 필라멘트 주변에 연결되고 세포의 길이 방향을 따라 사슬을 이룬다.

2017년 살아 있는 AMB-1 세포를 추적한 연구에서는 MamK가 마그네토솜 사슬의 위치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상 세포에서는 세포가 성장하는 동안 마그네토솜들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고, 분열 후 두 딸세포가 비슷한 양의 마그네토솜을 전달받았다. MamK 기능이 손상된 세포에서는 마그네토솜 사슬이 세포의 한쪽에 치우치고 딸세포 사이의 분배도 불균등해졌다.

자철석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자기주성 능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형성된 마그네토솜을 적절한 위치에 배열하고 세포분열 때 다음 세대로 나누어 주는 과정까지 조절돼야 한다. 광물 결정과 단백질 필라멘트가 하나의 세포 장치처럼 연결되어 작동하는 셈이다.

자기장은 목적지가 아니라 이동 경로를 줄여준다

자기주성을 세균이 북쪽이나 남쪽이라는 지리적 목적지를 알고 찾아가는 행동으로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마그네토솜 사슬은 외부 자기장과 나란해지려는 물리적 힘을 받아 세포의 방향을 정렬한다. 실제로 세포를 앞으로 움직이는 힘은 편모의 회전에서 나온다. 세균은 자기장 방향을 따라 앞이나 뒤로 헤엄치면서 산소와 화학물질의 농도 변화를 감지한다.

AMB-1은 산소가 매우 풍부한 수면보다는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물과 퇴적물의 경계에서 생활하기에 적합한 생리적 특성을 가진다. 세균이 삼차원 공간에서 적절한 산소 농도를 찾으려면 여러 방향을 탐색해야 한다. 자기장이 이동 방향을 한 축에 가깝게 정렬하면 탐색해야 할 방향의 수가 줄어든다. 자기장에 따른 정렬과 산소 농도에 대한 반응이 결합된 행동을 자기공기주성이라고 한다.

2006년 AMB-1의 정상 세포와 마그네토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비자성 돌연변이를 비교한 실험에서는 자기장 안의 정상 세포가 이동하는 산소 경계를 따라 선호하는 산소 농도로 더 빠르게 이동했다. 분석 결과 자기장의 주요 이점은 세균의 평균 유영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산소 농도 변화를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이동 방향을 정돈하는 데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2015년에는 일반적인 지구 자기장과 다른 강한 국소 자기장 기울기를 만든 실험도 발표됐다. 일부 AMB-1 세포는 퍼멀로이 구조물 주변의 자기장 기울기에 접근할 때 몸 전체를 돌리는 대신 편모 추진 방향을 바꿔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모든 세포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고, 실험에 사용된 자기장도 자연의 지구 자기장과 동일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결과를 자연환경에서 AMB-1이 항상 자기장 변화를 능동적으로 감지한다는 증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자기장 기울기에서 관찰된 방향 반전이 수동적인 나침반 정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는 점은 확인됐다.

세균이 만든 자석을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까닭

마그네토솜의 자철석 결정은 크기와 형태가 생물학적으로 조절되며 지질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약물 전달, 세포 분리, 자기공명영상, 바이오센서 등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세균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인체에 안전하거나 기존의 합성 자성입자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활용을 위해서는 정제 과정, 독성과 면역반응, 입자의 안정성, 생산량과 비용을 용도별로 검증해야 한다.

AMB-1은 자철석 외에도 탄소와 인을 포함한 세포 내 저장물질을 만들 수 있다. 2023년 연구에서는 산소가 지속적으로 공급된 배양 조건에서 탄소 저장 고분자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와 인산염 저장물질인 폴리인산 과립이 증가했고, 무산소 조건에서는 이 과립들이 감소하거나 관찰되지 않았다. 산소 조건이 마그네토솜뿐 아니라 세포의 탄소와 인 저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다.

이 연구는 자기주성 세균이 철과 탄소 및 인의 생지화학적 순환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 균주를 조절된 배양 조건에서 관찰한 결과만으로 자연의 모든 퇴적층에서 물질순환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확정할 수는 없다. 자연환경에서 AMB-1과 다른 자기주성 세균이 차지하는 비율, 산소 변화와 영양 상태를 함께 조사해야 실제 기여도를 판단할 수 있다.

AMB-1의 자기주성은 세균이 지구 자기장의 의미를 이해해 방향을 선택하는 현상이 아니다. 세포가 막으로 광물 생성 공간을 만들고, 자철석 결정을 성장시키고, MamK 필라멘트 주변에 일렬로 배열한 결과 물리적인 자기력이 생긴다. 이 구조가 편모 운동과 산소 감지 체계에 연결되면서 세균은 자신에게 맞는 산소 환경을 더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 나침반처럼 보이는 행동 안에서 산화·환원 화학, 광물학, 세포생물학과 물리학이 함께 작동한다.

철새나 비둘기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세균이 철 이온으로 자철석 결정을 직접 만들고 이를 세포분열 때 딸세포에 나눠 준다는 사실은 과학 수업의 여러 단원을 한 장면에서 연결해 준다. 산화수가 다른 철 이온이 들어 있는 자철석부터 단백질 필라멘트와 편모 운동까지 함께 살펴보면, 생명현상은 화학·생명과학·물리학으로 나뉜 교과서의 경계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