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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장 속에 사는 거대 세균, 에풀로피시움

 

렌즈와 현미경의 발명은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없던 미생물의 세계를 열었다. 그래서 세균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을 만큼 작다는 인식이 생겼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초식성 양쥐돔류의 장에서 발견되는 Epulopiscium 계열 세균은 길이가 수백 마이크로미터에 이른다. 큰 세포는 길이가 600마이크로미터를 넘고 폭은 약 80마이크로미터에 이를 수 있어 맨눈으로도 작은 점처럼 구별된다.

이 거대 미생물은 1985년 홍해에서 잡힌 갈색양쥐돔 Acanthurus nigrofuscus의 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몸집이 크고 내부에 작은 세포처럼 보이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분류가 불분명한 원생생물로 여겨졌다. 1993년 연구진이 작은소단위체 리보솜 RNA 유전자를 분석하고 세포 안에서 해당 염기서열의 위치를 확인한 뒤에야 포자를 만드는 저GC 그람양성 세균 계통과 가까운 생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Epulopiscium fishelsoni라는 이름은 이 생물이 세균으로 확인되기 전인 1988년에 원생생물의 한 종으로 제안됐다. 이후 연구에서는 이 이름 아래에 크기와 숙주, 증식 방식이 서로 다른 여러 계통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과거 논문에서 E. fishelsoni로 부른 모든 개체를 현재 하나의 세균 종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2023년에는 가장 많이 연구된 Epulopiscium B형 집단에 Candidatus Epulopiscium viviparus라는 후보종명이 제안됐다. 이 집단은 갈색양쥐돔이 아니라 유니콘피시의 일종인 Naso tonganus의 장에서 연구된 세균이다. 아직 순수배양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으로 배양해 보존한 표준 균주를 바탕으로 한 학명과는 지위가 다르다. 이 글에서는 초기 연구에 등장한 여러 형태를 가리킬 때는 Epulopiscium 계열, B형 집단의 특징을 설명할 때는 Ca. E. viviparus 또는 B형이라고 구분한다.

거대한 몸은 물고기 장이라는 환경에서 유지된다

초기 연구에서 E. fishelsoni로 불린 세포의 길이는 약 30마이크로미터에서 600마이크로미터 이상까지 다양했다. 1993년 보고에서는 길이 600마이크로미터, 폭 80마이크로미터를 넘는 개체도 확인됐다. 2023년 연구가 집중한 Ca. E. viviparus B형 세포는 보통 길이 200~300마이크로미터, 폭 50~60마이크로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세포의 부피를 비교할 때는 길이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길이가 커지면 폭과 두께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2023년 연구진은 큰 Epulopiscium 세포 한 개의 부피가 대장균 한 개보다 약 100만 배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Epulopiscium 개체가 같은 크기는 아니며 계통과 성장 단계, 숙주와 채취 시간에 따라 측정값이 크게 달라진다.

이 세균들은 조류와 해조류를 먹는 양쥐돔류의 장에서 높은 밀도로 발견된다. 숙주가 먹이를 섭취하면 장 안에는 조류에서 유래한 녹말과 복합 다당류가 들어온다. 산소는 부족하지만 세균이 발효에 사용할 탄수화물은 일정한 시간대에 반복해서 공급되는 환경이다.

Epulopiscium 계열과 숙주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공생으로 설명되지만, 세균이 숙주에게 제공하는 이익이 모든 계통에서 직접 측정된 것은 아니다. 2023년 B형 유전체 분석에서는 질소 화합물과 일부 바이타민을 숙주에게 제공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조류 다당류를 분해해 아세트산과 같은 짧은사슬지방산을 만들 수 있는 대사 능력도 확인됐다. 그러나 유전체에 관련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과 실제 물고기의 영양 상태가 얼마나 개선되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반대로 물고기는 세균에게 비교적 안정된 공간과 지속적인 먹이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Epulopiscium 계열을 숙주 밖에서 장기간 순수배양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물고기 장의 물리·화학적 조건이 이들의 생존과 증식에 깊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접힌 세포막과 나트륨 농도 차이로 에너지를 만든다

세포가 커지면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표면적은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따라서 세포가 클수록 단위 부피당 막 면적은 감소한다. 영양분을 받아들이고 이온을 이동시키며 ATP를 만드는 과정이 세포막과 연결돼 있는 세균에게 낮은 표면적·부피 비율은 큰 부담이 된다.

Ca. E. viviparus는 세포 안쪽으로 복잡하게 접힌 막 구조를 발달시켜 이 한계를 줄인다. 이 구조는 세포 가장자리의 막 면적을 크게 넓혀 물질 수송과 이온 농도 차이를 이용하는 단백질이 배치될 공간을 제공한다. 형태만 보면 마이토콘드리아 안쪽 막의 크리스테를 떠올릴 수 있지만, 마이토콘드리아와 같은 소기관이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세포막 양쪽의 수소 이온 농도 차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 이온이 ATP 합성효소를 통과하면서 이동하면 그 에너지로 ADP와 인산이 결합해 ATP가 만들어진다. 이를 양성자 구동력이라고 한다. 2023년 유전체와 전사체 분석에서는 Ca. E. viviparus가 수소 이온뿐 아니라 나트륨 이온의 전기화학적 기울기인 나트륨 구동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세균은 옥살로아세트산을 피루브산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탈카복실화 반응을 이용해 나트륨 이온을 세포막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이렇게 생긴 나트륨 농도 차이는 ATP 합성효소를 구동하고 세포의 이온 균형을 조절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세포 표면의 편모를 회전시키는 에너지원으로도 나트륨 구동력이 사용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해당 연구에서 B형 유전체의 5% 이상은 탄수화물 활성효소와 관련된 유전자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글리코사이드 결합을 끊는 가수분해효소, 다당류 분해효소와 탄수화물 에스터레이스가 포함된다. 숙주의 먹이에 들어 있는 다양한 조류 다당류를 작은 분자로 분해하고, 이를 발효해 세포 성장에 필요한 ATP와 대사물질을 확보하는 구성이다.

접힌 막이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 발효와 나트륨을 이동시키는 효소, ATP 합성효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넓은 막은 이런 단백질을 많이 배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제공한다. 거대한 세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대사와 막 구조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수만 개의 유전체 사본이 세포 곳곳에 배치된다

수백 마이크로미터 길이의 세포에서 DNA가 한쪽에만 모여 있다면 새로 만들어진 RNA와 단백질이 세포 반대편까지 확산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Epulopiscium B형은 동일한 유전체의 사본을 세포 전체에 대량으로 배치하는 극단적인 다배수성으로 이 문제를 줄인다. 다배수성은 한 세포 안에 같은 유전체가 여러 벌 들어 있는 상태를 뜻한다.

2008년 연구진은 B형 세포 한 개씩을 분리한 뒤 단일 사본 유전자로 여겨지는 ftsZ, dnaA, recA의 수를 정량 PCR로 측정했다. 큰 세포에서는 각 유전자가 평균 약 5만~12만 사본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마다 크기가 달랐으며 유전체 사본 수는 세포 크기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같은 연구에서 16S 리보솜 RNA 유전자는 약 24만~74만 사본으로 측정됐다. 이 숫자는 완전한 유전체의 개수가 아니다. 하나의 세균 유전체에 리보솜 RNA 유전자가 여러 벌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일 사본 표지 유전자보다 많은 값이 나온다. 따라서 Epulopiscium이 74만 개의 완전한 유전체를 가진다고 설명하면 연구 결과를 과장하게 된다.

유전체는 세포 중앙의 한 지점이 아니라 주로 세포질 가장자리를 따라 분포한다. 유전정보가 여러 위치에 있으면 각 구역에서 필요한 RNA와 단백질을 가까운 곳에서 생산해 확산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거대한 세포가 각 부분에서 국소적으로 환경 변화에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해석했다.

유전체 사본이 많으면 일부 DNA가 손상됐을 때 다른 사본을 복구 주형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생긴다. 그러나 다배수성의 가장 분명한 역할은 큰 세포에서 유전자 발현 능력을 넓게 분산하는 것이다. 수만 개의 유전체를 복제하는 데는 막대한 물질과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먹이가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숙주의 장 환경이 이 비용을 감당하는 데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모세포가 가진 유전체가 모두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도 아니다. 2008년 연구에서는 모세포 DNA의 약 1%만 내부 자손으로 전달되는 것과 일치하는 유전적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 유전체 사본은 딸세포를 키우는 동안 모세포의 대사와 단백질 생산을 유지하는 체세포성 자원처럼 사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몸 안에서 딸세포를 키운 뒤 모세포는 분해된다

Epulopiscium B형은 세포 가운데에 격막을 만들어 비슷한 크기의 두 세포로 나뉘는 일반적인 이분법으로 번식하지 않는다. 먼저 모세포 양쪽 끝에 격막이 만들어져 작은 세포가 형성된다. 이 작은 세포들은 모세포 안쪽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뒤 내부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보통 한 모세포에서 두 개의 내부 자손이 만들어지지만 더 많은 자손이 관찰된 사례도 있다. 내부 자손은 모세포의 세포질 대부분을 채울 정도로 자라고, 발달이 끝나면 모세포 외피가 무너지면서 밖으로 나온다. 모세포는 이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2009년 연구에서는 발달 후기에도 모세포 DNA 복제가 계속되다가 자손 방출에 가까워지면 DNA와 세포막, 세포벽이 함께 붕괴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 번식 방식은 내생포자를 만드는 세균의 발생 과정에서 변형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인 내생포자 형성에서도 세포 한쪽 끝에 비대칭 격막이 생기고, 큰 모세포가 작은 전포자를 둘러싼다. 그러나 내생포자는 열과 건조, 영양 부족을 견디는 휴면 구조인 반면 Epulopiscium B형의 내부 자손은 계속 성장해 다음 세대의 영양세포가 된다.

B형 집단의 증식은 숙주의 하루 주기와 맞물려 있다. 이른 시간에는 모세포 안에서 작은 자손이 관찰되고, 숙주가 먹이를 먹는 동안 자손이 커져 모세포의 대부분을 채운다. 성숙한 자손은 발달 주기의 끝에서 방출된다. 한 마리의 물고기 안에 있는 세균 집단은 비교적 비슷한 발달 단계를 보여 숙주의 섭식과 장내 환경 변화가 세균의 생활사와 연결돼 있음을 나타낸다.

Epulopiscium 계열 전체가 이 방식으로 번식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형태 가운데에는 이분법으로 증식하는 계통도 있고, 여러 개의 내부 자손이나 내생포자를 만드는 계통도 있다. B형에서 확인된 증식 과정을 모든 Epulopiscium 계열의 공통 특징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에풀로피시움이 거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세균에게 적용되는 표면적과 확산의 법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접힌 막으로 반응 면적을 넓히고, 나트륨 농도 차이로 막 단백질과 ATP 합성효소를 구동하며, 수만 개의 유전체를 세포 가장자리에 배치해 같은 물리적 한계를 줄였다. 특히 포자 형성에 사용되던 세포분열 장치를 일상적인 번식 방법으로 바꾸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는 이 세균의 크기 자체보다 물고기의 섭식 주기에 맞춰 모세포가 하루 동안 자손을 키우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물질을 내어주며 사라지는 생활사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