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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은 주변의 영양분을 흡수하거나 동식물의 세포에 감염을 일으키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른 세균을 먹잇감으로 삼아 살아가는 세균도 있다. Bdellovibrio bacteriovorus는 주로 그람음성 세균을 찾아 표면에 달라붙은 뒤, 바깥막과 세포막 사이의 주변세포질로 침입한다. 그곳에서 먹잇감의 물질을 분해해 성장하고 여러 자손으로 나뉜 다음 남은 세포 외피를 뚫고 밖으로 나온다.
속명 Bdellovibrio는 거머리를 뜻하는 그리스어와 굽거나 진동하는 세균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으며, 종소명 bacteriovorus는 세균을 먹는다는 의미다. 하인츠 슈톰프와 모티머 스타는 1963년 토양에서 분리한 이 세균을 새로운 속과 종으로 보고했다. 현재 B. bacteriovorus는 유효하게 발표된 정식 학명이며, HD100은 포식 과정과 유전체를 연구할 때 널리 사용되는 표준 균주이자 이 종의 기준 균주다.
먹잇감을 찾는 공격 단계에서는 분열하지 않는다
B. bacteriovorus의 생활사는 성격이 다른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유롭게 헤엄치며 먹잇감을 찾는 공격 단계다. 공격 단계의 세포는 길이가 약 1마이크로미터 안팎인 작고 굽은 막대 모양이며, 한쪽 끝에 달린 편모를 회전시켜 물속을 이동한다. 실험에서는 조건에 따라 초당 약 160마이크로미터에 이르는 이동 속도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수치는 사람의 이동 속도와 직접 비교하기보다 세균의 몸길이를 기준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세포가 자기 몸길이의 수십 배에서 100배가량 되는 거리를 1초에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낮은 점도의 물속에서 회전하는 편모가 추진력을 만들고, 작은 세포의 관성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 미시적인 환경에서 빠르게 방향을 바꾸며 먹잇감과 만날 기회를 높인다.
공격 단계의 세포는 먹잇감 없이 정상적인 성장과 증식을 계속하지 못한다. 저장된 에너지와 자체 대사를 이용해 이동하지만, 새로운 세포를 만들려면 적합한 먹잇감에서 얻은 물질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계속 몸집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사용해 침입할 세균을 만나는 것이다.
주요 먹잇감은 바깥막과 얇은 펩티도글리칸층을 가진 그람음성 세균이다. 대장균, 살모넬라, 녹농균, 폐렴막대균과 아시네토박터속 세균 등 다양한 종류가 실험에 사용됐다. 그러나 그람음성 세균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정도로 공격받는 것은 아니다. 먹잇감의 종과 균주, 세포의 크기와 성장 상태, 표면 구조, 배양액의 조성과 온도 등에 따라 부착과 침입, 자손 생산의 성공률이 달라진다.
편모를 이용해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먹잇감을 먼 거리에서 정확히 식별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충돌 확률, 화학적 신호와 세포 표면의 상호작용이 함께 관여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사람의 포식 행동처럼 목표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 단백질과 운동 조절 장치가 환경 자극에 반응한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세포질이 아니라 두 막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포식자가 먹잇감과 충돌했다고 곧바로 침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세포 표면에 가역적으로 붙었다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 적합한 조건에서는 부착이 비가역적인 상태로 바뀌고, B. bacteriovorus가 편모를 잃은 뒤 먹잇감 외피를 통과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이때 포식자의 편모가 있는 쪽과 반대편에 해당하는 세포 극이 침입에 사용된다.
침입에는 제4형 선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모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가느다란 섬유 구조로, 여러 세균에서 표면 부착이나 이동에 사용된다. 2007년 HD100 균주의 pilA 유전자를 불활성화한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제4형 선모를 만들지 못한 돌연변이가 먹잇감을 포식하지 못했다. 이 결과는 선모가 침입 생활사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선모가 먹잇감을 붙잡고 당기는지 또는 다른 침입 장치를 조직하는지에 관한 세부 기작은 계속 연구되고 있다.
B. bacteriovorus가 자리 잡는 곳은 먹잇감의 세포질 내부가 아니다. 그람음성 세균에는 바깥막과 안쪽 세포막이 있고, 그 사이에는 펩티도글리칸층을 포함한 주변세포질 공간이 있다. 포식자는 바깥막과 펩티도글리칸에 국소적인 진입구를 만든 뒤 이 공간으로 들어간다. 침입 과정에서 먹잇감의 외피 전체가 한꺼번에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포식자는 들어온 통로를 다시 닫고 먹잇감의 펩티도글리칸 구조를 변형한다. 길쭉하던 먹잇감 세포는 점차 둥글게 변하며, 포식자가 들어 있는 이 구조를 브델로플라스트라고 부른다. 브델로플라스트의 바깥막은 성장 단계가 끝날 때까지 포식자와 영양분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구분하는 일종의 보호 공간으로 기능한다.
포식자는 다양한 가수분해효소를 사용해 먹잇감의 단백질, 핵산, 지질과 그 밖의 고분자 물질을 작은 단위로 분해한다. 분해된 물질은 포식자의 에너지 생산과 세포 성분 합성에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먹잇감은 정상적인 대사와 증식 능력을 잃지만, 남은 외피는 새 포식자들이 성장할 때까지 비교적 온전한 공간을 유지한다. 따라서 ‘다른 세균을 먹는다’는 표현은 입으로 삼킨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세균의 세포 외피 안으로 들어가 그 물질을 효소로 분해하고 흡수한다는 의미다.
한 세포가 길게 자란 뒤 홀수와 짝수의 자손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세균은 세포가 어느 정도 자라면 중앙에 격막을 만들고 크기가 비슷한 두 딸세포로 분열한다. 이분법이 반복되면 세포 수는 2개, 4개, 8개처럼 늘어난다. 그러나 브델로플라스트 안의 B. bacteriovorus는 곧바로 이분법을 반복하지 않고 먼저 하나의 긴 필라멘트 형태로 성장한다.
먹잇감에서 얻은 물질을 이용해 필라멘트의 길이가 늘어나고 DNA 복제가 진행된다. 성장 후반부에는 긴 세포의 여러 위치에 격막이 만들어지며 다수의 자손으로 나뉜다. 자손의 수는 반드시 2의 거듭제곱일 필요가 없다. 먹잇감의 크기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에 따라 홀수와 짝수의 자손이 모두 만들어질 수 있다.
2010년 《Journal of Bacteriology》에 발표된 실시간 현미경 연구에서는 긴 포식 세포의 여러 위치에서 격막이 거의 동시에 형성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먹잇감 하나에서 평균적으로 약 4~6개의 자손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용한 먹잇감과 실험 조건에 따른 결과다. 모든 브델로비브리오가 언제나 같은 수의 자손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비이분법적 증식은 크기가 서로 다른 먹잇감에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데 적합하다. 일반적인 이분법만 고수한다면 다음 분열을 완료하기에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질이 남거나, 완전한 두 세포를 만들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먼저 연속적인 필라멘트로 성장한 뒤 확보한 자원에 맞춰 분할하면 먹잇감 한 개가 제공하는 물질로 만들 수 있는 자손의 수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분열을 마친 자손들은 각각 새로운 편모를 갖춘 공격 단계의 세포로 전환한다. 이후 브델로플라스트 외피에 용해효소가 작용하고, 자손은 외피 전체를 무질서하게 붕괴시키기보다 만들어진 여러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온다. 탈출한 세포는 다시 주변을 헤엄치면서 다음 먹잇감을 찾는다.
이 생활사는 세균의 분열이 반드시 이분법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세포의 길이를 먼저 늘리고 유전체를 여러 벌 복제한 다음, 자원의 양에 맞춰 서로 다른 수의 자손을 만드는 방식도 가능하다. 세포분열이라는 공통된 생명 현상도 생태적 조건에 따라 다른 형태로 조절되는 셈이다.
‘살아 있는 항생제’라는 이름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B. bacteriovorus가 세균을 죽이는 방식은 일반적인 항생제의 작용과 다르다. 항생제는 세포벽 합성, 리보솜이나 DNA 복제 효소와 같은 특정 표적을 방해하지만, 브델로비브리오는 먹잇감의 외피를 통과해 주변세포질에서 성장하며 여러 분해효소를 사용한다. 따라서 특정 항생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가진 세균이라고 해서 브델로비브리오의 공격에도 자동으로 저항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항생제 내성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그람음성 세균을 확실히 제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포식 감수성은 항생제 감수성과 다른 특성이며, 먹잇감의 종류와 균주, 세포 표면, 주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시적으로 공격을 피하거나 포식에 덜 민감한 세포가 남을 수도 있고, 실험 조건에서 감소한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다제내성 그람음성 병원균과 이들이 형성한 바이오필름을 줄이는 능력이 보고됐다. 바이오필름은 세균이 표면에 붙어 다당류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보호성 기질을 만들고 집단으로 살아가는 구조다. 브델로비브리오는 일부 바이오필름 내부로 이동해 먹잇감을 공격할 수 있어 기존 항균제의 보완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브델로비브리오와 비슷한 포식성 세균을 ‘살아 있는 항생제’ 후보라고 부른다. 의료 분야 외에도 양식장, 식품 생산환경과 수처리 시설에서 유해한 그람음성 세균을 조절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표현은 연구 가능성을 설명하는 말이지, 사람의 세균 감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임상적으로 확립된 치료제라는 뜻은 아니다.
인체에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포식자가 감염 부위까지 도달하고 그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면역계가 얼마나 빠르게 제거하는지, 정상 미생물 군집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투여량과 보관법, 유전적 안정성, 반복 투여의 영향도 검증해야 한다. 먹잇감이 줄면 포식자의 증식도 제한될 수 있지만, 이 특성만으로 체내에서 자동으로 안전하게 사라진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브델로비브리오를 살펴보면 박테리오파지와의 차이도 선명해진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숙주로 이용하는 바이러스이며 스스로 대사하거나 세포처럼 성장하지 않는다. 반면 B. bacteriovorus는 편모와 세포막, 리보솜과 자체 대사를 갖춘 세균이다. 다른 세균의 주변세포질에 침입한 뒤 하나의 필라멘트로 성장하고 여러 자손으로 분열한다. 두 포식자는 모두 세균 수를 줄일 수 있지만 생물학적 실체와 증식 과정은 전혀 다르다.
브델로비브리오의 의미는 당장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 세균 사이에도 정교한 포식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먹잇감을 찾는 운동, 외피를 통과하는 침입, 고분자를 분해하는 효소 반응, 자원량에 따른 비이분법적 증식이 하나의 생활사로 연결돼 있다. 화학 강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세균은 효소에 의한 결합 분해와 물질 전환이 생태적 관계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세균을 먹는 세균’이라는 짧은 표현 뒤에 세포 구조와 생화학, 생태학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이 생물을 공부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 Stolp, H.·Starr, M. P., “Bdellovibrio bacteriovorus gen. et sp. n., a predatory, ectoparasitic, and bacteriolytic microorganism”, Antonie van Leeuwenhoek, 29, 217–248, 1963.
- Evans, K. J. L.·Lambert, C.·Sockett, R. E., “Predation by Bdellovibrio bacteriovorus HD100 Requires Type IV Pili”, Journal of Bacteriology, 189(13), 4850–4859, 2007.
- Fenton, A. K. 외, “Shadowing the Actions of a Predator: Backlit Fluorescent Microscopy Reveals Synchronous Nonbinary Septation of Predatory Bdellovibrio inside Prey and Exit through Discrete Bdelloplast Pores”, Journal of Bacteriology, 192(24), 6329–6335, 2010.
- Summers, J. K.·Kreft, J.-U., “Predation Strategies of the Bacterium Bdellovibrio bacteriovorus Result in Overexploitation and Bottlenecks”,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88(1), e01082-21, 2022.
- Cavallo, F. M. 외, “Bdellovibrio bacteriovorus: a potential ‘living antibiotic’ to control bacterial pathogens”, Critical Reviews in Microbiology, 47(5), 630–646, 2021.
-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Species: Bdellovibrio bacteriovorus”, DSMZ, 확인일 2026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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