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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 수심 약 3,800미터에 가라앉은 타이타닉의 철제 표면에는 녹슨 고드름처럼 늘어진 구조가 붙어 있다. 영어로 러스티클이라고 불리는 이 구조는 단단한 금속 덩어리가 아니다. 철 산화물과 수산화물, 침전된 염류, 유기물과 미생물 세포 등이 섞인 다공성 부식 생성물이다.
1991년 러시아 유인 잠수정 미르를 이용한 탐사에서 타이타닉의 러스티클 시료가 수집됐다. 연구진은 이 시료에서 여러 세균을 배양했고, 그중 BH1T 균주가 기존에 알려진 종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2010년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에 발표됐으며, 난파선의 이름을 따서 Halomonas titanicae라는 학명이 붙었다.
H. titanicae는 흔히 ‘타이타닉을 먹는 세균’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표현은 세균이 금속 철을 음식처럼 삼키고 있다는 오해를 만들 수 있다. 이 세균이 타이타닉의 러스티클에서 분리됐다는 사실과, 타이타닉 선체의 부식 전체를 이 종이 일으켰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러스티클은 금속과 바닷물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형성되는 부식 생성물이며, 그 안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존재한다.
타이타닉에서 발견됐지만 심해 전용 세균은 아니다
H. titanicae BH1T는 막대 모양의 그람음성 세균이며 세포 표면에 여러 편모가 있어 움직일 수 있다. 유기물을 탄소원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종속영양 세균이고, 종을 처음 보고한 연구에서는 산소가 있는 조건에서 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생포자는 만들지 않는다.
이 세균은 염분이 있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중도 호염성 세균이다. 원 논문에서 최적 생육 조건은 온도 30~37℃, 산성도 pH 7.0~7.5, 염화나트륨 농도 2~8%였다. 해수의 평균 염분은 약 3.5%이므로 최적 염분 범위 안에 들어간다. 속명 Halomonas 역시 소금과 관련된 환경에서 발견되는 세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타이타닉이 놓인 실제 해저 환경은 실험실의 최적 배양 조건과 크게 다르다. 수온은 약 4℃이고 수압은 약 38메가파스칼에 이른다. BH1T의 종 특성을 조사한 실험은 주로 대기압과 더 높은 온도에서 진행됐다. 따라서 배양실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바이오필름을 형성했다는 결과를 심해 난파선에서의 활동 속도로 곧바로 바꿔 말할 수 없다.
BH1T의 초안 유전체는 2013년에 공개됐다. 유전체 크기는 약 528만 염기쌍이고 약 4,700개의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가 예측됐다. 이 자료는 염분 적응과 운동성, 물질 수송 및 여러 대사 가능성을 조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기능이 타이타닉 현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다.
H. titanicae가 타이타닉에서 처음 분리됐다고 해서 이 난파선에서만 사는 세균이라는 뜻도 아니다. 이후 다른 해양 환경과 미세조류 배양계에서도 같은 종으로 동정된 균주가 발견됐다. 종명은 최초 분리 장소를 반영하지만 생물의 분포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다.
바닷물 속 철은 전기화학 반응으로 부식된다
철이 바닷물에서 녹스는 과정은 산화·환원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금속 표면의 양극 영역에서는 철 원자가 전자를 잃고 2가 철 이온으로 산화된다.
Fe → Fe2+ + 2e−
산소가 있는 중성의 물에서는 다른 표면 영역에서 산소가 전자를 받아 수산화 이온을 만드는 환원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O2 + 2H2O + 4e− → 4OH−
철 이온과 수산화 이온은 반응해 수산화철을 만들고, 추가적인 산화와 탈수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철 산화물과 산화수산화물로 변한다. 해수에 많은 염화 이온은 금속 표면에 만들어진 보호성 산화막을 불안정하게 하고 국부적으로 깊게 파이는 공식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오필름은 세균이 표면에 붙어 세포외 고분자물질과 함께 만든 막 형태의 집단이다. 세포외 고분자물질은 다당류와 단백질, 핵산 등을 포함하며 세균을 금속 표면에 고정한다. 바이오필름 안에서는 산소와 이온의 확산 속도가 위치마다 달라지고, 바깥 바닷물과 다른 산성도와 산화·환원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불균일성은 금속 표면에 작은 양극과 음극 영역을 만들 수 있다. 일부 미생물은 산소를 소비하거나 철 화합물을 환원하고, 산성 물질이나 황화물을 생성해 부식 생성물의 성질을 바꾸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바이오필름은 산소를 빠르게 소비하거나 탄산염과 같은 광물을 침전시켜 금속을 보호할 수도 있다. 미생물과 금속이 만났다고 항상 부식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도 산소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H. titanicae가 금속 부식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 균주와 금속 재료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조사됐다. 2020년 연구에서는 미세조류 배양계에서 분리한 H. titanicae를 304L 스테인리스강 시편에 배양했다. 14일 뒤 세균이 있는 조건에서 부식 속도와 공식이 증가했고, 가장 깊은 구멍은 약 6.6마이크로미터로 측정됐다. 무균 대조군의 최대 깊이 약 1.2마이크로미터보다 컸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사용된 균주는 타이타닉에서 분리한 BH1T 자체가 아니라 미세조류 배양계에서 얻은 H. titanicae였다. 금속도 타이타닉 선체의 강재가 아니라 304L 스테인리스강이었다. 실험 결과는 이 종의 일부 균주가 특정 조건에서 부식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타이타닉에서 동일한 속도와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직접 증거는 아니다.
2021년에는 선박과 해양 구조물에 사용되는 EH40 강철을 대상으로 산소와 전자수용체 조건을 달리한 실험이 발표됐다. 산소가 있는 조건에서는 H. titanicae의 대사가 용존산소를 소비하면서 강철 부식을 오히려 억제했다. 반면 무산소 조건에서는 고체 상태의 3가 철이 2가 철로 환원되고 부식 생성물 막이 불안정해지면서 부식이 촉진됐다.
화학적으로 보면 산소는 철 부식의 음극 반응에 참여하는 전자수용체다. 세균이 산소를 먼저 소비하면 금속 표면에서 일어나는 산소 환원 반응이 약해져 부식이 느려질 수 있다. 반대로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세균이 3가 철 화합물을 전자수용체로 사용해 더 잘 녹는 2가 철로 바꾸면 보호성 부식층이 무너질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세균도 산소 농도와 이용 가능한 전자수용체에 따라 부식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금속 종류와 표면 상태, 염분, 온도, 배양 기간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H. titanicae가 철을 먹는다’는 한 문장보다 세균이 금속 표면의 산화·환원 조건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는 편이 정확하다.
타이타닉이 사라질 연도는 계산할 수 없다
타이타닉은 1912년 침몰한 뒤 한 세기가 넘는 동안 염수 부식과 해류, 구조물의 하중, 퇴적물 이동과 미생물 군집의 영향을 함께 받아왔다. 선체의 얇은 부분과 난간, 갑판 구조물은 비교적 빨리 약해질 수 있지만 두꺼운 강철판과 주철 부품, 퇴적물에 묻힌 부분은 서로 다른 속도로 변한다.
러스티클 안에는 배양 가능한 종속영양 세균뿐 아니라 철과 황의 변화에 관여할 수 있는 여러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시료에서 어떤 미생물의 DNA나 세포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생물이 러스티클의 형성을 주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금속 부식으로 먼저 만들어진 철 이온과 침전물에 미생물이 나중에 정착했을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2025년 발표된 러스티클 형성 연구에서는 자연수에 장기간 잠긴 철강 표면의 러스티클과 결절을 물리·화학적으로 다시 검토했다. 연구진은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자료만으로는 미생물 과정이 러스티클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강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는 러스티클 안에 미생물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러스티클의 존재 자체를 곧바로 미생물 기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언론에서는 타이타닉이 2030년이나 2050년 무렵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반복됐다. 그러나 난파선 전체에서 동일한 부식 속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선체의 남은 질량과 구역별 붕괴 속도를 장기간 연속 측정한 자료도 부족하다. 현재 상태로는 타이타닉이 완전히 사라질 특정 연도를 과학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H. titanicae 연구의 현실적인 가치는 유명한 난파선의 수명을 예언하는 데 있지 않다. 이 세균이 어떤 표면에 부착하고, 산소와 철 화합물을 전자수용체로 이용하며, 조건에 따라 금속의 부식을 다르게 바꾸는지 이해하면 선박과 해양 플랜트, 해저 배관의 부식 감시와 소재 설계에 참고할 수 있다.
화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러스티클을 보면 미생물이 철을 먹는다는 표현보다 전자의 이동이 먼저 보인다. 철이 전자를 잃고, 산소나 철 화합물이 그 전자를 받으며, 세균의 대사가 주변 반응 조건을 바꾼다. H. titanicae는 타이타닉을 혼자 파괴하는 범인이라기보다 금속 부식과 미생물 대사가 만나는 경계를 연구하게 만든 세균이다. 유명한 별명보다 확인된 실험 조건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이 세균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 Sánchez-Porro, C. 외, “Halomonas titanicae sp. nov., a halophilic bacterium isolated from the RMS Titanic”,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 2010.
- Sánchez-Porro, C. 외, “Draft Genome of the Marine Gammaproteobacterium Halomonas titanicae”, Genome Announcements, 2013.
- Cullimore, D. R.·Johnston, L. A., “Microbiology of Concretions, Sediments and Mechanisms Influencing the Preservation of Submerged Archaeological Artifacts”, International Journal of Historical Archaeology, 2008.
- Dong, Y. 외, “Microbiologically influenced corrosion of 304L stainless steel caused by an alga associated bacterium Halomonas titanicae”, Journal of Materials Science & Technology, 2020.
- Wang, Y. 외, “Corrosion of EH40 steel affected by Halomonas titanicae dependent on electron acceptors utilized”, Corrosion Science, 2021.
- Melchers, R. E., “Mechanisms and conditions for the formation of rusticles on steel immersed long-term in natural waters”, Biofouling,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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