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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도 무리를 이루어 사냥하고 공동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을까? 흙 속에 사는 가느다란 막대 모양의 세균 가운데에는 여러 세포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세균의 군체를 공격하는 종류가 있다. 먹잇감과 만난 세포들은 반복해서 진행 방향을 바꾸며 물결 같은 무늬를 만들고 먹이 영역으로 퍼져 나간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수많은 세포가 한곳에 모여 자실체라는 입체적인 구조도 만든다.
이 행동의 주인공은 Myxococcus xanthus다. 점액세균류에 속하는 토양 세균으로, 현재 분류에서는 믹소코코타문에 포함된다. 과거 문헌에서는 델타프로테오박테리아로 분류한 경우가 많으므로 연구 시기에 따른 분류 체계의 차이를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이 세균은 이동과 포식, 자실체 형성, 세포 분화, 동료 인식과 계통 간 경쟁을 한 종에서 관찰할 수 있어 세균의 다세포적 행동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모델로 이용된다.
편모 없이 땅 위를 움직이는 두 가지 방식
M. xanthus는 물속을 헤엄칠 때 사용하는 편모가 없다. 대신 단단하고 축축한 표면을 따라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이러한 표면 이동에는 성격이 다른 두 운동 체계가 관여한다. 하나는 개별 세포의 이동에 주로 기여해 모험적 운동 또는 활주 운동으로 불리는 A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세포가 가까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운동인 S 운동이다.
S 운동에는 제4형 선모가 관여한다. 선모는 세포의 앞쪽 끝에서 바깥으로 뻗어 표면에 결합한 뒤 다시 수축하면서 세포를 앞으로 끌어당긴다. 여러 세포가 가까이 모여 있을 때 이 운동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세균 무리는 넓은 표면으로 퍼지는 군집을 만들 수 있다. A 운동은 세포 내부의 운동 단백질 복합체가 세포축을 따라 이동하면서 표면에 힘을 전달하는 체계와 관련된다.
M. xanthus의 세포는 한쪽 방향으로만 계속 이동하지 않는다. 세포의 앞쪽과 뒤쪽 극성이 일정한 간격으로 바뀌면서 진행 방향도 반대로 전환된다. 먹잇감 주변에서 여러 세포의 이동과 방향 전환이 반복되면 군체 표면에 규칙적인 물결무늬가 나타날 수 있다. 이 현상을 리플링이라고 한다.
리플링은 포식 중인 군체에서 뚜렷하게 관찰되지만 사냥할 때만 나타나는 행동은 아니다. 굶주림에 따른 발생 과정이나 특정한 세포 조건에서도 비슷한 무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리플링 자체만 보고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세포의 집단적인 이동과 방향 전환이 먹이 군체를 넓게 탐색하고, 분해된 먹이에서 나온 영양분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먹잇감의 몸속에 들어가지 않고 세포 밖에서 공격한다
M. xanthus는 그람음성 세균과 그람양성 세균을 비롯한 여러 미생물을 먹이로 이용할 수 있다. 브델로비브리오처럼 먹잇감의 세포막 사이 공간으로 침입해 그 안에서 증식하는 방식은 아니다. 먹잇감의 바깥에서 세포를 죽이고 구성 성분을 분해한 뒤, 방출된 아미노산과 지질 등의 영양분을 흡수한다.
공격에는 하나의 물질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단백질과 세포벽 성분을 분해하는 가수분해효소, 생리활성을 지닌 이차대사산물, 세포 사이의 짧은 거리에서 작용하는 물질과 직접 접촉해야 작동하는 공격 장치가 함께 관여한다. 이 때문에 M. xanthus의 포식은 특정 독소 하나로 설명되는 현상이라기보다 여러 수단이 함께 작용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외막에서 떨어져 나오는 작은 막주머니인 외막 소포도 분해효소와 생리활성 물질을 운반할 수 있어 포식에 기여할 가능성이 제시돼 왔다. 그러나 모든 먹잇감에서 외막 소포가 직접적인 사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2021년 연구에서는 대장균 포식 과정에서 분비 단백질이나 외막 소포만으로는 대장균 세포가 용해되지 않았고, 살아 있는 M. xanthus와 먹잇감의 가까운 접촉이 중요하게 나타났다.
접촉 의존성 공격에는 Tad 유사 장치와 제3형 유사 분비계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Tad 유사 장치는 세포 표면에서 먹잇감과의 접촉을 이용해 공격에 필요한 단백질을 전달하는 체계다. 금속도 포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구리처럼 반응성이 큰 금속을 이용해 먹잇감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거나, 생존에 필요한 철과 같은 금속을 두고 경쟁하는 방식이다.
이 세균의 사냥은 여러 세포가 같은 영역에서 효소와 대사산물을 방출한다는 점 때문에 늑대 무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집단을 이루면 공격 물질의 국소 농도를 높이고 넓은 먹이 군체를 효율적으로 침투할 수 있다. 그러나 무리를 이루어야만 먹잇감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일세포 수준의 현미경 관찰에서는 개별 M. xanthus 세포가 대장균과 접촉한 뒤 수분 이내에 막의 온전성을 손상시키고 용해를 일으키는 모습도 확인됐다. 집단 이동이 주는 효율과 개별 세포의 공격 능력이 함께 작동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먹이가 사라지면 세포들이 자실체를 만든다
영양분이 충분할 때 M. xanthus는 표면을 이동하고 먹이를 분해하면서 증식한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세포 밀도와 표면 조건이 발달에 적합해지면 행동이 달라진다. 많은 세포가 화학 신호와 접촉 신호, 운동 방향의 변화를 조절하면서 특정한 지점으로 모인다. 그 결과 육안으로 작은 점처럼 보이는 둥근 자실체가 형성된다.
자실체 안으로 들어간 세포 가운데 일부는 길쭉한 막대 모양에서 둥근 믹소포자로 분화한다. 믹소포자는 식물이나 곰팡이의 번식용 포자와 기원이 같은 구조는 아니다. 성장 중이던 세균 세포가 불리한 환경을 견디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포자 표면에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보호층이 형성되며, 일반적인 성장 세포보다 건조와 영양 결핍 같은 환경을 잘 견딜 수 있다. 환경이 다시 좋아지면 발아해 막대 모양의 성장 세포로 돌아간다.
군체에 있던 모든 세포가 믹소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자실체 주변에 남아 있으며, 일부 세포는 발달 과정에서 용해된다. 하나의 군체 안에서도 세포마다 서로 다른 운명을 갖는다는 점은 자실체 형성이 세포가 우연히 뭉친 현상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포의 이동, 신호전달, 유전자 발현과 분화가 단계적으로 조절되는 발달 과정이다.
이러한 협력에는 비용도 따른다. 어떤 세포는 다른 세포가 만든 신호와 구조의 이익을 얻으면서 자실체 형성에 충분히 기여하지 않을 수 있다. 서로 다른 계통을 함께 배양하면 한 계통이 단독으로 발달할 때보다 더 많은 포자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는 경우도 보고됐다. 이 때문에 M. xanthus는 협력의 진화뿐 아니라 협력 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사회적 착취를 연구하는 실험 재료로도 이용된다.
협력하는 세균은 동료를 어떻게 구분할까
같은 종에 속한다고 해서 모든 M. xanthus 계통이 하나의 조화로운 집단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서 분리한 서로 다른 계통을 함께 배양하면 두 군체가 만나는 경계에 뚜렷한 선이 생기거나 한쪽이 다른 쪽의 성장을 억제하기도 한다. 유전적으로 다른 집단과 자실체를 함께 만드는 비율도 낮아질 수 있다.
일부 세포는 외막교환이라는 과정을 통해 외막 단백질과 지질을 주고받는다. 외막교환은 두 세포의 바깥쪽 막이 일시적으로 접촉해 그 안의 성분이 양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는 TraA와 TraB 단백질이 관여한다. 특히 TraA의 인식 부위가 서로 호환되는 세포 사이에서 교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동료를 구분하는 장치처럼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TraA가 맞는다는 사실만으로 자연 상태에서 관찰되는 모든 동료 인식과 군체 경계를 설명할 수는 없다. 자연에서 분리한 계통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TraA가 같은 계통 사이에서도 군체가 합쳐지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또한 외막교환은 사회적 운동이나 자실체 형성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도 아니다. 동료 구분에는 외막교환 외의 여러 경쟁 체계가 함께 관여한다.
외막교환은 항상 평화로운 협력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부 계통은 교환 과정에서 SitA 계열의 독성 지질단백질을 전달할 수 있다. 같은 독소에 대한 면역 단백질을 가진 세포는 살아남지만, 대응하는 면역 유전자가 없는 세포는 손상을 입는다. 제6형 분비계도 서로 다른 M. xanthus 계통 사이의 경쟁과 동료 구분에 관여할 수 있다. 다만 제6형 분비계는 대장균과 같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표면 포식 장치로 확인된 것이 아니므로, 계통 간 경쟁과 종간 포식을 구분해야 한다.
M. xanthus의 집단행동을 사람이나 동물의 의도적인 협동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세포는 유전자와 신호전달 체계에 따라 주변 조건에 반응한다. 그 반응이 많은 세포에서 조정되면 사냥 무리와 자실체 같은 조직적인 형태가 나타난다. 이 과정을 연구하면 토양의 미생물 군집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세균이 만드는 분해효소와 생리활성 물질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험실에서 관찰된 포식 능력이 곧바로 의약품이나 농업용 방제 기술로 이어진다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
참고자료
- Thiery, S.·Kaimer, C., “The Predation Strategy of Myxococcus xanthus”, Frontiers in Microbiology, Vol. 11, Article 2, 2020.
- Contreras-Moreno, F. J. 외, “Myxococcus xanthus predation: an updated overview”, Frontiers in Microbiology, Vol. 15, Article 1339696, 2024.
- Kroos, L. 외, “Milestones in the development of Myxococcus xanthus as a model multicellular bacterium”, Journal of Bacteriology, Vol. 207, Issue 7, e00071-25, 2025.
- Cossey, S. M. 외, “Kin discrimination and outer membrane exchange in Myxococcus xanthus: Experimental analysis of a natural population”, PLOS ONE, Vol. 14, Issue 11, e0224817, 2019.
- Seef, S. 외, “Myxococcus xanthus Predation of Gram-Positive or Gram-Negative Bacteria Is Mediated by Different Bacteriolytic Mechanisms”, mBio, Vol. 12, Issue 2, e03359-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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