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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

 

현미경 없이 세균 한 개를 직접 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세균은 길이가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해 맨눈으로 형태를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카리브해의 맹그로브 숲에서는 흰 실처럼 보이는 세균이 발견됐다. 학명은 아직 순수배양되지 않은 후보 분류군이라는 의미를 포함해 Candidatus Thiomargarita magnifica로 표기한다.

이 세균은 여러 세포가 이어진 군체가 아니다. 가느다란 실처럼 보이는 구조 전체가 세포 한 개다. 연구진이 측정한 평균 길이는 9,000마이크로미터를 넘었고, 가장 긴 개체는 약 2센티미터에 이르렀다. 흔히 연구하는 대장균과 비교하면 길이가 수천 배에 달할 수 있다. 크기만 특이한 것도 아니다. 세포 내부에는 일반적인 세균에서 보기 어려운 구조가 숨어 있다.

썩은 맹그로브 잎에서 발견된 흰 실의 정체

Ca. T. magnifica는 과들루프 군도의 얕은 열대 맹그로브 환경에서 발견됐다. 프랑스령 앤틸리스대학교의 올리비에 그로 연구진은 물속에 잠긴 붉은 맹그로브의 떨어진 잎 표면에서 흰색 필라멘트를 관찰했다. 맨눈으로 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곰팡이나 여러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일 가능성도 고려했다.

그러나 형광 제자리 혼성화법과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 필라멘트가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에 속하는 황 산화 세균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형광 제자리 혼성화법은 특정 유전물질과 결합하는 탐침에 형광물질을 붙여 세포나 조직 안에서 목표 유전물질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세포막을 염색해 살펴본 결과 일반적인 사상성 세균처럼 내부가 수많은 칸으로 나뉘어 있지 않았으며, 기다란 구조의 대부분이 연속된 하나의 세포였다.

속명 Thiomargarita는 ‘황을 품은 진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포 안에 저장된 황 과립이 빛을 산란시켜 진주처럼 희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세균이 사는 맹그로브 바닥에서는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황화수소가 만들어진다. 이 세균은 환원된 황 화합물을 산화해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세포를 구성하는 유기물을 만든다. 햇빛 대신 화학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 화학독립영양 방식이다.

확산의 한계를 거대한 액포로 피하다

생물의 몸집이 커지는 방법을 생각할 때 대개 세포 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세포 하나가 계속 커져서 거대한 생명체가 될 수는 없을까? 세균의 크기를 제한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물질의 확산 거리다. 세포가 커지면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으며, 영양분과 기체가 세포막을 통과한 뒤 세포 내부까지 이동하는 데도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세균은 작은 크기를 유지한다.

Ca. T. magnifica는 세포 중심부를 거대한 액포로 채워 이러한 문제를 줄인다. 액포는 전체 세포 부피의 약 65~80%를 차지하며, 실제로 대사가 일어나는 세포질을 세포막 가까운 얇은 층으로 밀어낸다. 세포가 길고 굵어져도 세포질의 각 부분이 외부 환경에서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구조다.

액포는 세포 안에서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단순한 빈 공간으로만 볼 수 없다. 다른 거대 황 산화 세균에서는 액포에 질산염을 저장했다가 산소가 부족할 때 전자수용체로 사용하는 사례가 알려져 있다. 전자수용체는 세포호흡 과정에서 전자를 받아들이는 물질을 뜻한다. 다만 Ca. T. magnifica의 액포가 다른 Thiomargarita 종과 완전히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거대한 몸집을 액포 하나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도 없다. 세포질을 가장자리로 밀어 확산 거리를 줄이더라도 수 센티미터에 이르는 세포 곳곳에서 필요한 RNA와 단백질을 생산하고 유전정보를 관리할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역할과 관련해 연구진이 확인한 구조가 DNA와 리보솜을 담은 수많은 작은 구획이다.

DNA를 담은 수많은 ‘페핀’이 세포 곳곳에 있다

대부분의 세균은 핵막으로 둘러싸인 세포핵을 갖지 않는다. DNA는 세포질의 핵양체 영역에 자리하고, 리보솜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든다. 그러나 Ca. T. magnifica의 DNA와 리보솜은 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구획 안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작은 씨앗을 뜻하는 ‘페핀(pepin)’이라고 불렀다.

한 세포 안에는 수많은 페핀이 세포질을 따라 분포한다. 2022년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게놈 사본이 세포 길이 1밀리미터당 약 3만 7천 개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길이가 약 2센티미터인 세포에는 약 73만 8천 개의 게놈 사본이 있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 수치는 모든 개체에서 직접 센 게놈 수가 아니라 세포 길이와 관찰값을 이용한 추정치다.

하나의 세포 안에 같은 유전체가 여러 사본 존재하는 상태를 다배수성이라고 한다. Ca. T. magnifica는 지금까지 연구된 세균 가운데 극단적인 다배수성 사례에 해당한다. 유전정보와 리보솜을 긴 세포 전체에 분산하면 필요한 위치에서 RNA와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세포 한쪽에만 DNA가 몰려 있다면 수 센티미터에 이르는 세포 전체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페핀을 진핵세포의 핵과 같은 구조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DNA가 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 막의 기원과 구성 및 작동 방식이 진핵세포의 핵막과 동일하다는 증거는 없다. 페핀은 기존의 세균 세포 구조에 관한 설명을 넓혀주는 발견이지만, 세균이 진핵세포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라는 의미로 해석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균등하게 둘로 나뉘지 않는 거대 세포의 번식법

많은 세균은 세포 중앙에 격막을 만들고 크기가 비슷한 두 딸세포로 분열한다. 반면 Ca. T. magnifica는 길게 자란 모세포의 끝부분에서 비교적 작은 딸세포를 만들어 내는 비대칭적인 생활사를 보인다. 맹그로브 잎에 붙어 있는 긴 모세포보다 작은 딸세포가 주변 환경으로 퍼지는 데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딸세포가 형성될 때 모세포 끝에 있던 페핀 가운데 일부가 함께 전달된다. 유전체 사본이 세포 전체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세포의 작은 끝부분에서 만들어지는 딸세포도 유전정보를 이어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세균의 유전체를 분석하면서 일반적인 세균의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일부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어떤 분자 장치가 세포 끝부분을 분리하고 딸세포를 만드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이 세균에는 ‘Candidatus’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형태와 유전체는 상세히 조사됐지만, 독립된 순수배양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증식시키는 방법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 지속적으로 키우기 어렵다면 성장 속도, 액포의 기능, 페핀의 형성과 분배 과정을 조건별로 반복 실험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세균이 거대한 크기를 유지하는 원리는 거대한 액포, 극단적인 다배수성, 세포 내부 구획화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모든 과정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과 아직 검증이 필요한 설명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세균이라는 특징도 인상적이지만, 이 생물이 과학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는 세균 한 개가 가질 수 있는 크기와 내부 구조의 범위가 기존의 예상보다 넓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