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해조류의 세포벽은 포도당이 단순히 이어진 저장물질이 아니다. 홍조류에는 한천과 카라기난처럼 황산기가 붙거나 당의 배열이 달라지는 갈락탄이 있고, 갈조류에는 만누론산과 굴루론산으로 이루어진 알긴산이 있다. Zobellia galactanivorans는 이처럼 구조가 다른 해조 다당류를 한 가지 만능 효소가 아니라 기질마다 구분된 효소와 수송 장치로 처리하는 해양 세균이다.
표준 균주 Dsij는 프랑스 로스코프 해안에서 채집한 홍조류 Delesseria sanguinea의 표면에서 분리됐다. 2001년 Zobellia galactanovorans라는 철자로 신종이 기재됐지만 종소명은 뒤에 라틴어 문법에 맞게 galactanivorans로 교정됐다. LPSN은 교정된 이름을 유효 공표된 정명으로 수록하며 표준 균주는 Dsij, DSM 12802, CIP 106680, CCUG 47099다.
해조류 표면에 붙은 노란 막대가 고분자 가까이에서 움직인다
Dsij 세포는 가늘고 긴 막대형이며 편모는 만들지 않지만 고체 표면에서 활주할 수 있다. 한천배지에서는 카로티노이드 계열 색소 때문에 노란색에서 주황색을 띠는 집락을 형성한다. 산소가 있는 해수 조건에서 유기물을 이용하는 종속영양세균이고, 원 기재에서는 약 4도에서 30도 사이에서 성장하며 20도 안팎에서 잘 자랐다. 염화나트륨만 넣은 물보다 해수의 여러 염류가 포함된 배지가 성장에 적합했다.
해조 표면은 빛으로 만들어진 유기물이 풍부하지만 쉽게 흘러가는 단당류보다 단단한 세포벽 고분자가 큰 자원이다. 세균은 먼저 표면에 머물며 세포 밖 효소로 거대한 사슬을 잘라야 한다. 잘린 조각은 바깥막 수용체와 수송계를 거쳐 세포막 사이 공간으로 들어오고, 더 작은 당으로 분해된 뒤 중심대사에 투입된다. 효소를 바닷물 전체에 흩뿌리는 것보다 기질 가까이에서 절단과 흡수를 이어 가야 생성물을 다른 미생물에게 빼앗길 가능성도 줄어든다.
활주운동과 표면 부착은 새로운 먹이 지점을 찾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실험실 배양에서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자연 해조 표면에서의 이동 경로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해조류가 살아 있을 때 분비하는 물질과 표면의 다른 미생물, 계절에 따른 세포벽 조성이 Dsij의 정착과 효소 발현을 함께 바꿀 수 있다.
한천과 포피란은 여러 절단 단계를 거쳐 당으로 바뀐다
한천의 주성분인 아가로스는 갈락토스 계열 당이 번갈아 연결된 사슬이다. Dsij의 한천 분해계에서는 서로 다른 베타아가레이스가 사슬의 내부 결합을 먼저 자르고, 생성된 네오아가로올리고당을 더 짧게 줄인다. 2012년 생화학 연구는 AgaA, AgaB, AgaD 같은 효소가 같은 기질을 무작정 반복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슬 길이와 결합 위치가 다른 단계에서 협력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마지막 산물은 세포 안에서 대사할 수 있는 단당류로 전환된다.
김과 같은 일부 홍조류의 포피란은 아가로스와 골격이 닮았지만 황산기가 붙은 당을 포함한다. Dsij는 포피란의 특정 결합을 자르는 포피라네이스와 황산기를 떼는 설파테이스를 함께 갖춘다. 황산기가 남아 있으면 다음 효소가 기질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절단과 탈황의 순서가 중요하다. 한천을 자르는 효소 하나가 포피란과 모든 카라기난까지 같은 효율로 분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이 효소 유전자들은 다당류 이용 유전자좌라는 기능 묶음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바깥막에서 기질을 인식하고 들이는 단백질, 고분자를 자르는 효소, 작은 당을 바꾸는 효소와 조절자가 이웃해 있다. 특정 다당류 조각이 들어오면 관련 묶음의 발현이 높아져, 사용하지 않는 효소를 계속 만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카라기난과 알긴산에는 별도의 도구 상자가 열린다
카라기난은 황산기의 위치와 수에 따라 카파, 이오타, 람다형 등으로 나뉜다. 2017년 Dsij 연구에서는 카파카라기난을 자르는 효소와 설파테이스, 수송체를 포함한 여러 유전자 구역이 함께 조절되는 복합 조절망이 확인됐다. 세포 밖에서 큰 사슬을 자른 뒤 주변세포질에서 황산기를 단계적으로 제거하고 더 작은 당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한 종류의 카라기네이스 활성만 확인하고 카라기난 전체가 완전히 분해된다고 표현하면 이 연속 과정을 놓치게 된다.
갈조류의 알긴산은 갈락탄과 기본 골격부터 다르다. Dsij는 여러 알긴산분해효소를 이용해 만누론산과 굴루론산이 이어진 구역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른다. 관련 유전자좌에는 올리고당을 받아들이고 더 분해하는 단백질도 포함된다. 기질의 블록 조성에 따라 효소 조합의 효율이 달라지므로, 특정 갈조류에서 얻은 알긴산 분해 속도를 모든 해조 바이오매스의 처리 속도로 바꿔 말할 수 없다.
Dsij 유전체는 약 550만 염기쌍 규모이며 많은 당질활성효소 유전자를 품는다. 다만 유전체에서 효소 모양의 서열을 찾았다는 사실은 출발점이다. 실제 기질을 자르는지, 어느 결합을 선호하는지, 세포 밖과 안의 어느 위치에서 작동하는지는 정제 효소 실험과 유전자 결실, 발현 분석을 통해 따로 확인해야 한다.
해양 탄소 순환의 분해자를 산업용 효소로 옮길 수 있을까?
해조류가 만든 고분자가 세균에 의해 작은 유기물로 바뀌면 일부는 세균 생물량과 호흡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다른 미생물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Dsij는 한 배양종이지만, 해조 표면의 Flavobacteriaceae가 거대조류 유래 탄소를 먹이망으로 되돌리는 방식을 분자 수준에서 시험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 종의 효소 목록만으로 바다 전체의 분해량을 계산할 수는 없으며 현장에서는 온도와 영양염, 해조 종, 미생물 군집이 반응을 좌우한다.
아가레이스와 카라기네이스, 알긴산분해효소는 해조 바이오매스를 발효 가능한 당이나 일정한 길이의 올리고당으로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올리고당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식품 기능성이나 의학적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효소의 염 의존성, 반응 온도, 혼합 다당류에서의 선택성, 생성물 정제 비용을 확인해야 하고 실제 섭취 효과에는 별도의 안전성과 임상 평가가 필요하다.
이 세균을 정리하며 흥미로웠던 점은 해조류 세포벽을 하나의 장애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한천, 포피란, 카라기난과 알긴산은 이름만 다른 먹이가 아니라 결합과 황산기의 위치가 다른 문제이며, Dsij는 문제마다 효소와 수송체의 순서를 다시 꺼낸다. 연구자가 해조 바이오매스를 효율적으로 쓰려면 강한 분해효소 하나를 찾는 것보다 이처럼 여러 단계가 맞물리는 순서를 이해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 Barbeyron, T. 외, “Zobellia galactanovorans gen. nov., sp. nov., a marine species of Flavobacteriaceae isolated from a red alga, and classification of [Cytophaga] uliginosa as Zobellia uliginosa gen. nov., comb. nov.”,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 2001, 51권, 3호, 985–997쪽. 원문 정보 보기
- Hehemann, J. H. 외, “Biochemical and structural characterization of the complex agarolytic enzyme system from the marine bacterium Zobellia galactanivorans”,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2012, 287권, 36호, 30571–30584쪽. 원문 보기
- Ficko-Blean, E. 외, “Carrageenan catabolism is encoded by a complex regulon in marine heterotrophic bacteria”, Nature Communications, 2017, 8권, 1호, 1685. 원문 보기
-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Zobellia galactanivorans”, DSMZ, 2026년 9월 확인. 분류 정보 보기
'박테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균이 얼음 결정을 만들면 식물과 구름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0) | 2026.09.27 |
|---|---|
| 합성가스와 이산화탄소로 화학 원료를 만드는 세균 Clostridium ljungdahlii (0) | 2026.09.26 |
| 뜨거운 바다에서 겉옷 같은 막을 두른 세균은 어떻게 살아갈까? (0) | 2026.09.24 |
| 옐로스톤 온천 세균의 효소는 어떻게 PCR을 바꿨을까? (0) | 2026.09.23 |
| 바다에 원유가 유출되면 알카니보락스가 늘어나는 이유 (0) | 2026.09.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