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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방울은 0도 아래에서도 곧바로 얼지 않고 액체로 남을 수 있다. 얼음 결정이 시작되려면 물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될 발판인 얼음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Pseudomonas syringae 균주는 세포 바깥막에 거대한 반복 단백질을 모아 이 발판을 만든다. 그 결과 식물 표면의 물은 비교적 약한 영하 온도에서도 얼 수 있고, 공기 중으로 이동한 세포나 세포 조각은 구름 물방울의 결빙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P. syringae는 1902년 라일락의 병든 조직을 연구하며 기재됐고 종소명도 라일락 속명 Syringa에서 왔다. LPSN은 유효 공표된 정명으로 수록하며 표준 균주는 ATCC 19310, LMG 1247, NCPPB 281 등이다. 다만 오늘날 이 이름 아래에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병원형과 계통이 포함된다. 얼음핵 활성과 숙주 식물, 병원성은 균주마다 다르므로 한 균주의 결과를 종 전체의 고정된 능력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잎 위의 얼음은 서리 피해와 감염 경로를 함께 바꾼다
P. syringae 계통은 막대 모양의 그람음성 세균으로 많은 균주가 극성 편모를 이용해 움직이며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자란다. 잎과 꽃, 눈의 표면에서 증식하다 상처나 기공을 통해 식물 조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병원형마다 감염하는 식물이 다르고 제3형 분비계를 통해 식물 세포에 넣는 효과기 단백질의 조합도 달라진다. 따라서 라일락에서 기재된 표준 균주의 역사와 토마토, 콩, 체리 등에 병을 일으키는 개별 병원형의 성질을 구분해야 한다.
1974년 Maki와 동료들은 식물에서 분리한 P. syringae 세포가 물의 결빙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배양 실험으로 보고했다. 이어 식물 표면의 얼음핵 활성 세균 수가 많을수록 비교적 높은 영하 온도에서 서리 피해가 커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과냉각된 잎 조직에 얼음이 생기면 세포 밖으로 물이 빠져나가고 세포막과 조직이 손상된다. 생긴 상처와 새어 나온 영양분은 세균이 조직에 자리 잡기 쉬운 조건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얼음핵 형성이 모든 P. syringae 감염에 필수인 것은 아니다. 따뜻한 조건에서도 병원성 효과기와 독소를 이용해 병을 일으키는 균주가 있고, 얼음핵 유전자가 없거나 활성이 낮은 계통도 있다. 서리 피해 역시 세균 수뿐 아니라 식물 종과 생육 단계, 냉각 속도, 잎의 수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반복 단백질이 물 분자가 정렬될 넓은 표면을 만든다
대표적인 얼음핵 단백질 InaZ는 중앙에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이 여러 번 반복되는 거대한 바깥막 단백질이다. 반복 구역은 물 분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규칙적인 표면을 제공한다. 여러 단백질이 세포 외피에서 모이면 작은 단백질 하나보다 넓고 질서 있는 계면이 형성되고, 과냉각된 물에서 얼음과 비슷한 배열이 시작될 확률이 높아진다. 세균이 물의 어는점을 올리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기보다 결정이 생기는 데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얼음핵 활성은 세포마다 같지 않다. 많은 세포가 만드는 작은 단백질 집합체는 더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고, 소수의 큰 집합체만 0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결빙을 일으킨다. 세포의 성장 단계와 배양 온도, 막 지질과 단백질 조립 상태도 활성을 바꾼다. 특정 실험에서 물방울이 약 영하 2도에서 얼었다고 해서 모든 균주와 모든 세포가 같은 온도에서 얼음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세포가 죽어도 외피 조각에 단백질 집합체가 온전하면 얼음핵 활성이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 연구에서는 살아 있는 세균의 수와 실제 결빙 활성을 따로 측정해야 한다. DNA가 검출됐다는 사실, 세포를 배양할 수 있다는 사실, 물방울을 얼렸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증거다.
눈과 비에서 발견됐지만 강수를 만든 주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식물 표면의 세균은 바람과 비말에 실려 대기로 올라갈 수 있다. 2008년 세계 여러 지역의 눈과 강수 시료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비교적 높은 영하 온도에서 작동하는 생물성 얼음핵이 널리 검출됐다. P. syringae를 포함한 얼음핵 세균도 구름물과 눈, 빗물에서 분리됐다. 광물 먼지가 더 낮은 온도에서야 활발히 작동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생물성 입자는 따뜻한 혼합상 구름에서 결빙을 시작할 후보가 된다.
구름 물방울 일부가 얼면 수증기가 얼음 결정 쪽으로 이동하고 결정이 자라 눈이나 비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식물에서 올라간 세균이 구름에서 얼음을 만들고 강수와 함께 다시 지표로 돌아오는 생물강수 순환 가설이 제안됐다. 이 과정이 성립하면 강수는 세균의 장거리 이동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료에서 얼음핵 활성을 가진 세균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구름이나 비를 그 세균이 만들었다고 결론낼 수 없다. 구름에는 광물 먼지와 그을음, 다른 세균과 곰팡이 입자도 함께 있고, 입자의 농도와 상승기류, 온도와 수분량이 강수 형성을 좌우한다. 대기 중 P. syringae의 농도가 실제 구름의 얼음 결정 수를 얼마나 바꾸는지는 지역과 기상 조건별 정량 연구가 필요하다.
서리 방제와 인공눈은 같은 성질을 반대 방향으로 이용한다
농업에서는 얼음핵 유전자가 없거나 활성이 낮은 세균으로 잎 표면의 얼음핵 활성 균주와 경쟁시키는 방법이 시험됐다. 1980년대의 이른바 아이스마이너스 균주 야외시험은 유전자변형 미생물의 환경 방출을 둘러싼 대표 사례가 됐다. 일부 조건에서 서리 피해를 줄였어도 효과는 잎에 정착한 균의 비율과 날씨에 좌우되며, 병원체 관리 전체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인공눈 제조에서는 P. syringae 유래 얼음핵 단백질을 포함한 불활성 제제를 물에 넣어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작은 얼음 결정을 시작하게 한다. 살아 있는 병원균을 눈밭에 증식시키는 방식은 아니지만, 제품의 균주와 불활성화 과정, 환경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같은 원리를 식품 동결이나 구름 조절에 적용하려는 구상도 있으나 단백질의 안정성, 투입량과 생태 영향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이 세균을 살펴보며 가장 조심스럽게 느껴진 부분은 잎 위의 작은 단백질 구조에서 비와 눈까지 이야기가 빠르게 커진다는 점이었다. 세포 외피가 물방울을 얼리고 서리 피해를 키운다는 실험 근거는 분명하지만, 대기에서 세균 하나가 강수를 결정한다는 설명에는 농도와 기상 조건이라는 큰 빈칸이 남는다. 흥미로운 가설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관찰된 결빙과 아직 계산해야 할 날씨 효과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 이 주제를 제대로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 Maki, L. R. 외, “Ice nucleation induced by Pseudomonas syringae”, Applied Microbiology, 1974, 28권, 3호, 456–459쪽. 원문 보기
- Lindow, S. E. 외, “Bacterial ice nucleation: a factor in frost injury to plants”, Plant Physiology, 1982, 70권, 4호, 1084–1089쪽. 원문 보기
- Green, R. L., Warren, G. J., “Physical and functional repetition in a bacterial ice nucleation gene”, Nature, 1985, 317권, 6038호, 645–648쪽. 원문 정보 보기
- Christner, B. C. 외, “Ubiquity of biological ice nucleators in snowfall”, Science, 2008, 319권, 5867호, 1214쪽. 원문 정보 보기
-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Pseudomonas syringae”, DSMZ, 2026년 9월 확인. 분류 정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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