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바다에 원유가 유출되면 알카니보락스가 늘어나는 이유

평소 바닷물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세균이 원유와 질소, 인이 공급되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Alcanivorax borkumensis는 석유의 주요 성분 가운데 직선형 알케인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해양 탄화수소분해세균이다. 원유 전체를 혼자 없애는 세균은 아니지만, 산소가 있는 바다에서 알케인을 지방산으로 바꾸고 세포 물질과 이산화탄소로 처리하는 초기 분해자다.

표준 균주 SK2는 1991년 독일 북해 보르쿰섬 인근의 해수와 퇴적물 시료에서 분리됐다. 1998년 새로운 속과 종으로 기재됐으며 종소명은 발견 장소인 보르쿰에서 유래했다. LPSN은 A. borkumensis를 유효하게 공표된 정명과 Alcanivorax속의 기준종으로 수록한다. 표준 균주의 기탁번호는 DSM 11573, ATCC 700651, CIP 105606이다.

기름이 생겨도 질소와 인이 없으면 대규모 증식은 어렵다

SK2는 그람음성의 비운동성 막대형 세균으로 세포 크기는 대략 폭 0.4에서 0.7마이크로미터, 길이 2에서 3마이크로미터다. 포자를 만들지 않고 산소를 최종 전자수용체로 사용하는 호기성 세균이다. 해수 염분에 적응해 나트륨과 마그네슘이 포함된 배지가 필요하며, 표준 균주는 약 28도에서 배양된다. 염화나트륨 약 3에서 10퍼센트 범위에서 잘 자란다는 원 기재 결과도 있지만 자연 바다에서의 증식 속도는 온도와 영양염에 함께 좌우된다.

알케인은 탄소와 에너지를 제공하지만 세포의 단백질과 핵산을 만들 질소와 인은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해수에는 이 영양염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기름만 유출됐다고 곧바로 Alcanivorax가 우점하는 것은 아니다. 2002년 해수 미세생태계 실험에서는 원유와 함께 질소와 인을 보충했을 때 Alcanivorax 계통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알케인 분해도 활발해졌다.

이 결과는 현장의 생물정화에서 비료를 넣는 생물자극 전략의 근거가 되지만 영양염을 많이 넣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과도한 질소와 인은 부영양화와 산소 고갈을 일으킬 수 있고, 해류가 빠르면 투입한 영양염이 오염 구역 밖으로 퍼진다. 자연 군집의 초기 영양 상태와 기름의 양을 측정한 뒤 제한된 성분만 조절해야 한다.

알케인은 알코올과 지방산을 거쳐 중심대사로 들어간다

물에 녹지 않는 알케인을 세포가 이용하려면 먼저 산소 원자를 붙여 반응성이 있는 분자로 바꿔야 한다. SK2에서는 AlkB 계열 알케인 모노옥시제네이스와 사이토크롬 P450 계열 효소 등이 사슬 길이가 다른 알케인의 첫 산화에 관여한다. 생성된 알코올은 알데하이드를 거쳐 지방산으로 산화되고, 지방산은 베타산화 경로에서 두 탄소 단위로 잘려 에너지 생산과 세포 합성에 쓰인다.

2013년 SK2를 탄소 수가 6개에서 30개인 직선형 알케인에서 배양한 실험에서는 사슬이 길어질수록 성장률이 높아지다가 탄소 수 12개에서 19개 부근에서 높은 값을 보였고, 더 긴 사슬에서는 다시 낮아졌다. 이는 모든 석유 성분을 같은 속도로 먹는다는 설명과 다르다. 짧은 알케인은 세포막에 잘 스며들어 독성을 나타낼 수 있고, 긴 알케인은 고체에 가까워져 세포가 접근하기 어렵다.

원유에는 직선형 알케인뿐 아니라 가지 친 탄화수소와 고리형 화합물, 방향족 탄화수소, 수지와 아스팔텐이 섞여 있다. SK2는 여러 지방족 탄화수소를 이용하지만 무거운 방향족 성분까지 모두 완전 분해하지는 못한다. 현장에서는 Cycloclasticus, Marinobacter와 다른 분해자들이 서로 다른 성분을 맡는 군집 수준의 작용이 필요하다.

생물계면활성제와 세포 표면이 기름과 물의 경계를 바꾼다

알케인은 물에 거의 녹지 않으므로 효소가 있어도 세포와 기름이 만나지 않으면 분해할 수 없다. SK2는 기름에서 자랄 때 세포 표면의 소수성을 조절하고 기름과 물의 경계에 생물막을 형성한다. 동시에 당과 지방산으로 구성된 계면활성 지질을 세포 표면과 주변에 만들어 계면장력을 낮춘다. 기름이 더 작은 방울로 나뉘면 세포가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진다.

2025년에는 SK2가 만드는 글라이신 글루코지질의 생합성 유전자군이 규명됐다. 관련 유전자를 제거한 변이주는 계면활성 물질 생산과 기름 표면의 생물막 형성, 원유 분해 능력이 함께 낮아졌다. 이는 계면활성제가 단순한 배양 부산물이 아니라 기름 접근과 분해에 직접 기여한다는 근거다. 다만 정제 계면활성제를 넣는 것과 살아 있는 세균이 필요한 위치에서 생산하는 과정은 효율과 환경 영향이 다르다.

알케인과 그 중간산물은 세포막을 손상할 수 있다. SK2는 불포화지방산의 구조를 바꾸고 막의 유동성을 조절해 용매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탄소가 풍부할 때에는 트라이아실글리세롤과 왁스 에스터 같은 저장물질도 축적해 기름 공급이 끊긴 뒤 이용할 수 있다. 기름을 먹는 능력에는 산화효소뿐 아니라 접촉, 막 보호와 저장이 함께 포함되는 셈이다.

생물정화는 세균을 뿌리는 일보다 환경을 조절하는 일에 가깝다

2006년 공개된 SK2 유전체는 3,120,143염기쌍의 원형 염색체 하나로 구성된다. 알케인 산화와 지방산 대사, 질소와 미량원소 획득, 계면활성제 생산과 생물막 형성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확인됐다. 제한된 종류의 탄소원을 이용하는 대신 해양 기름 환경에서 필요한 기능에 자원을 집중한 유전체로 해석된다. 유전자 존재만으로 실제 유출 현장의 분해율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조건에서 경쟁력이 생기는지 설명할 기반이 됐다.

오염 해역에 배양한 SK2를 직접 넣는 생물증강보다 현지 분해 군집에 산소와 부족한 영양염을 공급하는 생물자극이 더 적합할 때가 많다. 외부 균주는 수온과 염도, 포식자와 경쟁 미생물 때문에 정착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 분산제도 기름방울의 표면적을 넓히지만 특정 농도에서는 세포 부착이나 다른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제품과 현장 조건별 평가가 필요하다.

분해 뒤에는 직선형 알케인의 감소뿐 아니라 방향족 성분과 산소 소비, 독성 변화도 측정해야 한다. 일부 성분이 사라져도 더 무거운 잔류물이 남을 수 있고, 활발한 호흡이 국소적으로 용존산소를 낮출 수 있다. 물리적 회수와 해안 세척, 자연 회복을 어느 순서로 조합할지도 유출 규모와 서식지에 따라 달라진다.

A. borkumensis에서 흥미롭게 느낀 것은 원유가 이 세균에게 풍부한 먹이인 동시에 불완전한 식사라는 점이다. 탄소는 넘치지만 질소와 인, 산소가 부족하면 세포는 늘어나지 못하고, 기름과 접촉하려면 스스로 계면까지 바꿔야 한다. 세균 이름 하나를 기름 제거제처럼 제시하기보다 어떤 성분을 분해하며 무엇이 성장을 제한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실제 생물정화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 Yakimov, M. M. 외, “Alcanivorax borkumensis gen. nov., sp. nov., a new, hydrocarbon-degrading and surfactant-producing marine bacterium”,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Bacteriology, 1998, 48권, 2호, 339–348쪽. 원문 보기
  • Kasai, Y. 외, “Predominant growth of Alcanivorax strains in oil-contaminated and nutrient-supplemented sea water”,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02, 4권, 3호, 141–147쪽. 원문 정보 보기
  • Schneiker, S. 외, “Genome sequence of the ubiquitous hydrocarbon-degrading marine bacterium Alcanivorax borkumensis”, Nature Biotechnology, 2006, 24권, 8호, 997–1004쪽. 원문 정보 보기
  • Naether, D. J. 외, “Adaptation of the Hydrocarbonoclastic Bacterium Alcanivorax borkumensis SK2 to Alkanes and Toxic Organic Compounds: a Physiological and Transcriptomic Approach”,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13, 79권, 14호, 4282–4293쪽. 원문 보기
  • Cui, J. 외, “Biosurfactant biosynthesis by Alcanivorax borkumensis and its role in oil biodegradation”, Nature Chemical Biology, 2025, 21권, 10호, 1631–1641쪽. 원문 정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