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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motoga maritima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막대형 세포가 헐렁한 자루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깥층이 세포의 양쪽 끝보다 넓게 부풀어 풍선 같은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독특한 외피를 고대 로마의 겉옷에 빗대어 토가라고 불렀고, 그 모습이 속명 Thermotoga의 유래가 됐다.
표준 균주 MSB8은 이탈리아 불카노섬 인근의 해저 지열 퇴적물에서 분리됐다. 1986년 로베르트 후버와 동료들은 산소 없이 자라고 최고 90도에서도 증식하는 새로운 세균으로 이 종을 기재했다. 현재 T. maritima는 Thermotogota문과 Thermotogaceae과에 속하는 유효한 정명이며, MSB8은 DSM 3109, ATCC 43589, JCM 10099 등으로 보존된다.
80도 안팎의 무산소 해양 퇴적물에서 당을 발효한다
MSB8은 약 55도에서 90도 사이에서 성장하고 최적 온도는 약 80도다. 중성에 가까운 pH와 소금이 포함된 환경을 선호하며 포자를 만들지 않는다. 세포는 폭 약 0.6마이크로미터, 길이 수 마이크로미터의 막대 형태지만 성장 단계와 배양 조건에 따라 길이가 달라진다. 이름에 바다를 뜻하는 maritima가 붙은 것도 해양 지열 환경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세균은 산소호흡 대신 여러 당과 녹말성 물질을 발효한다. 포도당을 분해할 때 ATP를 얻고 아세트산, 이산화탄소와 수소 등을 만든다. 주변에 수소가 쌓이면 전자를 내보내는 반응이 불리해져 성장도 억제된다. 배양액을 기체로 씻어 수소의 분압을 낮추거나 수소를 소비하는 미생물과 함께 있으면 발효가 계속되기 쉬운 이유다.
원소 황이나 티오황산염이 있으면 이를 황화수소로 환원해 수소 축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황 호흡만으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화학무기영양세균은 아니다. 중심 에너지원은 유기물 발효이며 황 화합물은 전자 흐름과 수소 농도에 영향을 준다. 황화수소는 독성과 부식성이 있으므로 산업용 수소 생산에서는 제거 공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토가는 세포막과 떨어진 느슨한 외피다
토가는 단순히 점액이 붙은 층도, 열 때문에 벗겨진 막도 아니다. 세포질막 바깥의 얇은 펩티도글리칸층을 다시 둘러싸는 특수한 외피다. 세포 몸통 옆에서는 비교적 가까이 붙지만 양쪽 끝에서는 수백 나노미터 떨어져 넓은 주변세포질 공간을 만든다. 세포가 길어지거나 분열할 때 토가와 안쪽 세포 구조가 같은 속도로 늘어나지 않아 끝부분의 부풀음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
2023년 전자극저온단층촬영 연구에서는 토가가 일반적인 그람음성세균의 연속적인 지질 이중막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OmpB라는 베타배럴 단백질 삼량체가 넓은 격자형 외피를 이루고, 그 사이에 지름 약 200나노미터 규모의 작은 지질막 영역이 배치됐다. OmpA 계열 단백질은 토가를 펩티도글리칸에 연결하는 고정점으로 작용한다.
이 구조가 고온에서 세포를 보호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만 정확한 이점을 한 가지로 확정할 수는 없다. 단백질 격자는 외피의 형태를 유지하고 큰 분자의 이동을 조절할 수 있으며, 넓은 끝 공간은 외피를 새로 조립하는 장소와 관련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토가가 보온복처럼 세포 내부 온도를 크게 낮춘다는 설명은 근거가 없다. 미세한 세포에서는 안팎의 온도가 빠르게 같아지므로 핵심은 열 차단보다 고온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와 물질 교환에 있다.
작은 유전체에는 세균과 고세균의 역사가 함께 남았다
1999년 공개된 MSB8 유전체는 1,860,725염기쌍의 원형 염색체 하나와 1,877개의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로 보고됐다. 당시 분석에서는 계통 비교가 가능한 유전자 가운데 약 24퍼센트가 알려진 세균 유전자보다 고세균 유전자와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 이 결과는 서로 다른 생물 계통 사이에서 유전자가 이동하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의 강한 사례로 해석됐다.
그러나 T. maritima 유전체의 4분의 1이 그대로 고세균에서 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1999년의 비율은 당시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한 서열과 가장 가까운 짝을 찾은 결과이며, 이후 더 많은 세균 유전체가 추가되면서 각 유전자의 기원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오래 보존된 유전자에서는 계통 신호가 약해질 수 있고, 여러 차례 이동이 일어났다면 정확한 제공자를 찾기 어렵다.
고세균과 비슷한 유전자가 모두 내열성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당 수송과 대사처럼 같은 뜨거운 서식지에서 자원을 나누어 쓰는 과정과 관련된 유전자도 있다. 지열 환경에서 세균과 고세균이 오랫동안 가까이 살며 DNA를 교환했을 가능성은 높지만, 이 종이 두 생물 영역의 중간 생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세포벽과 리보솜 등 핵심 계통 특징은 세균에 속한다.
내열 효소와 수소 생산 가능성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T. maritima의 탄수화물 분해효소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므로 녹말과 식물성 바이오매스를 처리하는 생촉매 후보로 연구된다. 고온 공정은 기질의 점도를 낮추고 일부 오염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반면 효소 자체의 안정성과 살아 있는 세균의 생산성은 다른 문제다. 산소가 없는 배양조와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들고, 실제 폐기물에는 효소를 방해하는 물질이 섞여 있다.
수소 발효도 같은 제약을 가진다. 이론적 수율에 가까워질수록 세균이 성장에 사용할 에너지와 탄소가 줄어들 수 있고, 생성된 수소가 반응을 억제하므로 계속 빼내야 한다. 유전자 조작과 적응진화로 수소 생산을 높인 연구가 있지만, 변형 균주의 결과를 야생형 MSB8의 고정된 성질로 설명할 수 없다. 황을 함께 쓰면 황화수소 분리가 추가로 필요하다.
T. maritima를 살펴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토가가 두꺼운 방한복의 반대라는 점이었다. 주변 열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고온에 놓인 채 단백질 격자와 작은 막 조각으로 외피를 유지한다. 여기에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수소를 주변 환경이나 황 반응으로 처리해야 비로소 성장이 이어진다. 극한 환경의 생존은 단단한 껍질 하나로 버티는 모습보다 구조와 대사, 이웃 미생물이 동시에 맞아야 가능한 상태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참고자료
- Huber, R. 외, “Thermotoga maritima sp. nov. represents a new genus of unique extremely thermophilic eubacteria growing up to 90°C”, Archives of Microbiology, 1986, 144권, 4호, 324–333쪽. 원문 정보 보기
- Nelson, K. E. 외, “Evidence for lateral gene transfer between Archaea and bacteria from genome sequence of Thermotoga maritima”, Nature, 1999, 399권, 6734호, 323–329쪽. 원문 정보 보기
- Sexton, D. L. 외, “The cell envelope of Thermotogae suggests a mechanism for outer membrane biogenesi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120권, 21호, e2303275120. 원문 보기
- Auria, R. 외, “Hydrogen production by the hyperthermophilic bacterium Thermotoga maritima. Part I: effects of sulfured nutriments, with thiosulfate as model, on hydrogen production and growth”, Biotechnology for Biofuels, 2016, 9권, 269. 원문 보기
-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Thermotoga maritima”, DSMZ, 2026년 9월 확인. 분류 정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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