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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의 생물막은 세균이 무작위로 엉킨 덩어리가 아니다. 양치 뒤 침 성분이 치아를 덮으면 연쇄상구균과 Actinomyces 같은 초기 정착균이 먼저 붙고,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치아 표면에 잘 붙지 못하는 다른 세균들이 합류한다. 이때 Fusobacterium nucleatum은 다양한 이웃과 세포끼리 결합해 초기 군집과 후기 군집을 연결하는 ‘브리지 종’으로 자주 설명된다. 현재 정명은 Fusobacterium nucleatum Knorr 1922이며 푸소박테리오타문에 속하는 길쭉한 절대혐기성 세균이다. LPSN과 NCBI Taxonomy가 제시하는 표준균주는 ATCC 25586, DSM 15643, JCM 8532 등이다. 다만 과거 이 이름 아래 묶였던 일부 아종은 독립 종으로 재분류됐고, 실험에 널리 쓰이는 ATCC 23726 같은 균주는 표준균주와 다르므로 결과를 종 전체에 그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먼저 붙은 세균과 나중에 오는 세균 사이에 자리 잡는다
초기 정착균은 침으로 코팅된 치아 표면의 분자나 이미 붙어 있는 가까운 세균을 인식해 생물막의 바닥을 만든다. 반면 Porphyromonas gingivalis 같은 일부 후기 정착균은 획득피막보다 다른 세균의 표면을 발판으로 삼을 때 군집에 더 쉽게 편입된다. F. nucleatum은 초기 정착균인 Streptococcus sanguinis, Streptococcus gordonii, Actinomyces 계열뿐 아니라 여러 그람음성 혐기성 세균과도 공동응집할 수 있다. 공동응집은 서로 다른 종의 부유 세포가 특정 표면 분자를 통해 직접 결합해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만드는 현상이다.
그래서 ‘다리’는 길쭉한 세포가 물리적으로 두 층을 잇는 모습만을 뜻하지 않는다. 서로 직접 결합하지 않는 두 세균이 F. nucleatum이라는 공통 결합 상대를 통해 같은 응집체와 생물막에 머물 수 있다는 생태학적 역할을 가리킨다. 실제 치태의 천이는 이보다 복잡하다. 세균은 한 방향으로 차례차례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며, 타액 흐름과 산소, 영양분, 면역 반응, 기존 군집의 경쟁이 동시에 작용한다. 따라서 브리지 모델은 군집 조립을 이해하는 유용한 틀이지만 모든 치태가 같은 순서와 구조로 만들어진다는 법칙은 아니다.
하나의 만능 접착제가 아니라 여러 접착 단백질을 쓴다
F. nucleatum의 넓은 결합 범위는 하나의 접착 단백질이 모든 상대를 알아보기 때문이 아니다. 외막 단백질 RadD는 ATCC 23726 균주에서 여러 그람양성 구강 세균과의 아르기닌 억제성 공동응집에 중요하다. radD 유전자를 불활성화한 실험에서는 Streptococcus sanguinis를 비롯한 초기 정착균과의 결합이 크게 줄었고, 함께 만들던 입체적인 다종 생물막 구조도 약해졌다. ‘아르기닌 억제성’이라는 말은 아르기닌을 넣었을 때 결합이 방해된다는 실험적 성질을 뜻하며, 입안의 아르기닌 농도만으로 접착이 켜지고 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Streptococcus gordonii V288과의 결합에는 RadD뿐 아니라 CmpA라는 외막 단백질도 관여한다. CmpA 결손주의 공동응집과 이중종 생물막이 감소했고, RadD와 CmpA를 함께 잃었을 때 효과가 더 컸다. 다른 결합 상대에서는 갈락토스 같은 당에 민감한 상호작용도 관찰되며, 상대 세균의 균주가 달라지면 당에 의한 억제 양상이나 결합 여부가 달라진다. 즉 다리 역할은 열쇠 하나가 모든 자물쇠를 여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접착소와 상대 표면의 수용체가 특정 조합으로 맞아야 작동하는 분자 네트워크이다.
붙는 순간 군집의 화학 환경과 생존 조건도 달라진다
세포끼리 가까워지면 공간적 연결을 넘어 대사 환경도 바뀐다. F. nucleatum은 당을 주로 발효하는 세균과 달리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을 활발히 이용하며, 그 과정에서 생긴 유기산과 암모니아 같은 물질은 주변 세균의 기질이나 환경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이 세균도 단독으로는 타액만을 영양원으로 삼아 안정적인 생물막을 만들기 어렵고, Actinomyces와 Streptococcus가 함께 있는 모델 군집에서 성장이 크게 향상됐다. 다리의 양쪽이 F. nucleatum에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 조건을 바꾸는 셈이다.
산소가 있는 경계에서도 공동응집은 혐기성 세균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 1998년의 통기 연속배양 실험에서는 F. nucleatum이 있을 때 Porphyromonas gingivalis와 Prevotella nigrescens 같은 절대혐기성 세균이 부유 상태와 생물막에서 높은 수로 유지됐지만, 이를 뺀 군집에서는 해당 세균 수가 유의하게 줄었다. 연구진은 산소를 견디는 세균과 혐기성 세균을 함께 묶는 공동응집이 보호 효과에 기여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는 정의된 실험 군집에서 얻은 결과이므로 사람의 모든 치태에서 같은 크기의 효과가 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브리지 역할은 건강과 질병을 자동으로 가르는 표지가 아니다
F. nucleatum은 건강한 치태와 치주질환 관련 치태에서 모두 검출되며, 그 존재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없다. 다만 생물막이 성숙할 때 여러 세균의 정착을 돕고 혐기성 미세환경을 안정화할 수 있으므로, 치주질환과 연관된 군집이 자리 잡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접착 단백질 하나를 차단한다고 전체 군집이 사라진다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합 상대와 균주에 따라 쓰는 접착 장치가 다르고 다른 세균들도 자체적인 공동응집 경로를 갖기 때문이다. 실제 효과를 판단하려면 단순한 두 종 혼합 실험과 타액을 이용한 다종 생물막, 사람에서 관찰한 공간 분포를 구분해야 한다.
내가 이 세균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나쁜 세균을 실어 나르는 운반자’라는 단순한 비유보다, 군집의 구성원을 실제로 만나게 해 주는 접촉면이라는 사실이다. 누구와 붙는지에 따라 보호, 경쟁, 대사 교환의 결과가 달라지므로 F. nucleatum의 역할도 고정된 선악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브리지 종이라는 개념은 개별 세균의 목록만 보는 대신 세균 사이의 결합 관계가 생물막의 구조와 기능을 어떻게 바꾸는지 질문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치가 있다고 본다.
참고자료
- LPSN. Fusobacterium nucleatum Knorr 1922 (Approved Lists 1980).
- NCBI Taxonomy. Fusobacterium nucleatum. Taxonomy ID 851.
- Kaplan CW, Lux R, Haake SK, Shi W. The Fusobacterium nucleatum outer membrane protein RadD is an arginine-inhibitable adhesin required for inter-species adherence and the structured architecture of multispecies biofilm. Molecular Microbiology. 2009;71(1):35-47. doi:10.1111/j.1365-2958.2008.06503.x.
- Lima BP, Shi W, Lux R. Identific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a novel Fusobacterium nucleatum adhesin involved in physical interaction and biofilm formation with Streptococcus gordonii. MicrobiologyOpen. 2017;6(3):e00444. doi:10.1002/mbo3.444.
- Bradshaw DJ, Marsh PD, Watson GK, Allison C. Role of Fusobacterium nucleatum and coaggregation in anaerobe survival in planktonic and biofilm oral microbial communities during aeration. Infection and Immunity. 1998;66(10):4729-4732. doi:10.1128/IAI.66.10.4729-4732.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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