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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와 아열대의 맑은 외해를 떠올리면 생물이 많지 않은 푸른 물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름이 약 0.5~0.7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광합성 세균 Prochlorococcus가 매우 많은 수로 존재한다. Prochlorococcus marinus는 산소를 발생시키는 남세균 계통으로, 매우 작은 세포가 햇빛과 이산화탄소, 무기 영양염을 이용해 유기물을 만든다. 현재 LPSN은 Prochlorococcus marinus Chisholm et al. 2020을 국제조류·균류·식물명명규약 아래 유효하게 공표된 정명으로 다루며 MIT 9313과 연결된 표본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1992년에 제안된 같은 철자의 이름은 세균 명명규약에서 유효하게 공표되지 않은 이름으로 별도 기록돼 있다. 오래된 논문을 읽을 때 이 명명 이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작은 세포로 빈영양 바다의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Prochlorococcus의 세포는 광합성 생물 가운데 매우 작은 편이다. 세포가 작으면 단위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커져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이 희박한 외해에서 용질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세포 하나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의 양도 적다. 광합성을 하면서도 큰 세포와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지 않는 전략이 빈영양 해역과 잘 맞는 셈이다. 1990년대 연구에서는 이 계통이 대체로 북위 40도와 남위 40도 사이의 따뜻한 바다에서 표층부터 빛이 약해지는 깊은 수층까지 널리 분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작은 크기만으로 넓은 바다를 차지하는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Prochlorococcus에는 빛의 세기와 영양 조건에 서로 다르게 적응한 생태형이 존재한다. 수면 가까이의 강한 빛에서 잘 자라는 계통과 더 깊고 약한 빛에 적응한 계통이 같은 수주에서 층을 나눠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한 종류의 작은 세포 집단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유전적·생리적 전략이 공간을 나눠 쓰는 집단이다.
divinyl chlorophyll로 바다의 푸른빛을 이용한다
Prochlorococcus의 광합성 장치는 육상식물과 완전히 같지 않다. 대표적인 특징은 divinyl chlorophyll a와 divinyl chlorophyll b를 주요 광합성 색소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 색소 조합은 바닷물 속에서 남는 청색 계열 빛을 포착하는 데 적합하며, 저광 적응 계통은 약한 빛을 이용하기 위해 색소 조성과 광수확 장치를 다르게 조절한다. 세포 안에는 엽록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막 계통의 광합성 막에서 빛 반응이 진행된다.
2003년 MED4와 MIT9313의 유전체를 비교한 연구는 빛 적응이 유전체 수준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고광 적응 균주 MED4의 유전체는 1,657,990염기쌍과 1,716개의 예측 유전자를 가졌고, 저광 적응 균주 MIT9313은 2,410,873염기쌍과 2,275개의 예측 유전자를 가졌다. 두 균주는 1,350개의 유전자를 공유했지만 나머지 유전자 구성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결과는 Prochlorococcus를 하나의 고정된 생리형으로 보기보다 환경에 따라 분화한 여러 생태형의 집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근거가 됐다.
작은 세포가 고정한 탄소는 해양 먹이망으로 이동한다
세포 하나가 고정하는 탄소는 미미해 보여도 개체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전체 해양 탄소 순환에서는 무시하기 어렵다. Prochlorococcus는 빛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바꾸고, 생성된 탄소는 세포가 분열하고 살아가는 데 쓰인 뒤 주변 미생물과 먹이망으로 이동한다. 일부 유기물은 세포 밖으로 방출되거나 다른 세균이 이용하며, 세포가 원생생물에게 포식되면 더 높은 영양 단계로 전달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Prochlorococcus가 만드는 유기탄소는 자신의 세포량만 늘리는 데 끝나지 않는다. 주변의 이종영양세균은 방출된 유기물을 이용하고, 다시 비타민이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물질을 제공해 Prochlorococcus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도 탄소의 행방을 바꾼다. Prochlorococcus를 감염시키는 시아노파지가 세포를 용해하면 세포 안의 유기물이 다시 물속으로 풀려 미생물 먹이망에서 재이용될 수 있다. 반대로 포식자는 세포의 탄소를 먹이사슬 위로 전달한다. 최근 연구는 Prochlorococcus의 생산량만 보는 것보다 이 세균이 이종영양세균, 바이러스, 포식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함께 봐야 해양 탄소의 실제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같은 양의 탄소가 고정돼도 세포가 살아서 포식되는지, 바이러스에 의해 용해되는지에 따라 이동 경로와 체류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Prochlorococcus 한 종이 아니라 여러 생태형의 네트워크로 봐야 한다
Prochlorococcus를 '바다를 지탱하는 가장 작은 광합성 세균'이라는 한 문장으로 소개하면 핵심은 전달되지만 중요한 차이가 사라진다. MED4에서 확인한 고광 적응과 MIT9313에서 확인한 저광 적응은 균주별 연구 결과이고, 모든 Prochlorococcus가 같은 빛 범위와 유전체를 갖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고광·저광 분류보다 더 다양한 계통과 생태적 차이가 확인되고 있어 단순한 두 종류의 구분만으로도 전체 다양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이 세균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작은 크기 자체보다 서로 다른 생태형이 수직으로 빛 환경을 나눠 이용한다는 점이다. 한 종 이름 아래 묶인 세포를 동일한 생물처럼 다루면 바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적응과 탄소 흐름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Prochlorococcus의 전 지구적 중요성을 강조할 때도 특정 균주의 유전체 크기나 광적응 특성을 종 전체의 고정값처럼 쓰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작은 세포의 수가 많다는 사실과 그 안에 숨은 유전적 다양성을 함께 보는 것이 이 세균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참고자료
- Partensky F, Hess WR, Vaulot D. Prochlorococcus, a Marine Photosynthetic Prokaryote of Global Significance. Microbiology and Molecular Biology Reviews. 1999;63(1):106-127. doi:10.1128/MMBR.63.1.106-127.1999.
- Rocap G, Larimer FW, Lamerdin J, et al. Genome divergence in two Prochlorococcus ecotypes reflects oceanic niche differentiation. Nature. 2003;424(6952):1042-1047. doi:10.1038/nature01947.
- Cai L, Li H, Deng J, Zhou R, Zeng Q. Biological interactions with Prochlorococcus: implications for the marine carbon cycle. Trends in Microbiology. 2024;32(3):280-291. doi:10.1016/j.tim.2023.08.011.
- LPSN. Prochlorococcus marinus Chisholm et a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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